우리말에 대해 상상하기
나는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그것이 연구나 공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게 뭘까 호기심으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곤 할 뿐이다.
며칠 전엔 화장실에서 문득 '유성물감'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다. 이어지는 호기심은 '유성'과 '물'이 한 단어에 같이 있는 것이었다. 기름과 물이 같이 있을 때 섞이지 않는데 왜 기름과 물이 한 단어에 같이 있을까?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유성물감'의 '물'이 우리가 마시는 바로 그 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또 생각했다. 그럼 '물'이 내가 아는 그 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그럼 뭘까?
이어서 떠오른 단어는 '물이 빠지다, 물이 들다, 물을 들이다'와 같은 표현들이었다. 여기에서 '물은 색을 나타낸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어지면서 나는 '유성물감'의 뜻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유성물감은 '물감' 즉 색 재료인데 그것이 기름성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성물감'은 있지만 '수성물감'이라는 단어는 없다. 대신 '수채화물감'이라는 단어가 널리 쓰인다.
물건의 이름이 한자어가 많은데 이렇게 고유어를 사용한 것에 감사한 생각도 들었다. 재료를 나타내는 '감'이 들어간 단어는 고유어를 사용해 단어를 구성하고 있다. '장난감, 글감, 옷감, 놀림감' 등이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