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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블루

by 모래알 연필


우리 집 강아지 블루는 이제 막 1살이 된 요크셔테리어로 아직 어린 강아지티를 벗지 못한 천방지축이다.

태어난 지 2개월쯤 되었을 때 우리에게 온 녀석은 정말 요만한, 털실 뭉치처럼 포슬포슬하고 나풀거리는 아기 강아지였다. 어미와 떨어진 것이 낯설고 슬펐던 모양인지 하루 종일 거실의 티테이블 아래에서 웅크리고 잠을 잤다.


혹시 영영 우리에게 정을 주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을 시키던 블루는 딱 3일이 지나자 남편의 양말을 물어뜯으며 본색을 드러냈다. 재주넘듯이 팔랑거리는 녀석의 발은 요크셔테리어 답지 않게 컸는데 멀리서 보면 꼭 신발을 신고 있는 것처럼 두툼하기까지 했다.

강아지가 얼마나 자라는지는 발을 보면 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블루의 왕발을 줄자에 재보면서 이 녀석이 제법 크게 자라려나 생각이 하긴 했다. 하지만 대개 요크셔테리어들은 조그만 강아지들이고 커봤자 고만고만하려니 했는데, 블루는 8개월쯤이 6kg를 돌파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요크셔테리어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가 된 우리 집 블루는 골드와 블랙의 앙증맞던 털 색도 점점 자라나며 바뀌어서, 완연한 실버색이 되었다.

햇빛 아래서 왕왕하고 뛰어다닐 때 정말로 매끈하게 윤이 나며 은빛으로 반짝거리는 블루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우리 집 강아지, 우리의 귀염둥이가 되었다.


블루는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아주 약삭빨라 보이기도 한다. 강아지가 먹어서는 안 될 무언가 -남편의 양말이나 나의 뜨개질바늘 등-를 잘근잘근 씹을 땐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못 알아먹는 척을 하다가, 슬금슬금 뒷걸음치며 내 눈치를 보고는 순식간에 달아난다. 그래봤자 위층 안방이지만 어찌나 빠른지 잡을 재간이 없다.


또 블루는 내가 화가 났을 때, 강아지 자신을 부를 때와 인간인 남편을 부를 때를 기가 막히게 구별한다. 나는 똑같은 외마디로 “Hey!”라고 할 뿐인데도 자신을 부르는 거 같으면 쏜살같이 숨고, 인간인 남편을 부를 땐 호다닥 달려가 남편에게 빨리 가보라고 채근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블루에게 가서 네 아빠 불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기도 하는데 언제나 옅은 갈색 눈동자로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팔랑거리며 뛰어간다.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게 정말로 좋다.


한 번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애정과 관심을 의심치 않는우리 집 블루는 조금 산만하게 컸지만, 먹던 간식을 뺏겨도 멀뚱히 쳐다보고 말 정도로 순하고 친절한 성품을 가졌다. 우리 식구 중에 제일 온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글을 쓰는 내내 놀아달라고 온갖 장난감을 물고 와 채근하는 블루가 오늘 하루도 행복했기를 바란다. 늘 어떤 근심이나 걱정 없이 어리광과 장난이 조금 심한 그런 태평한 강아지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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