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빤 잘 보여서 좋겠다!

안경 낀 아빠는 네 시력이 더 부럽다

by 이정원

아침에 비몽사몽 거실에 누워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비고 있는 나를 향해 딸내미가 다가왔다. 오늘따라 안경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풍경이 궁금했는지 자꾸 안경을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안경 안 쓰는 사람이 안경을 쓰면 눈이 나빠진다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생각나 재빨리 안경을 고쳐 썼다. 그랬더니 부러움 가득한 목소리로 딸내미가 한 마디 내뱉었다.


"아빤 잘 보여서 좋겠다!"


얼마 전 영유아검진을 할 때 양안 시력 1.5,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시력이 참 좋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딸내미가 부러워할 게 없어서 안경이 없으면 맑은 시야는 꿈도 못 꾸는 아빠를 부러워하다니. 아마 나와 하루만 서로 몸을 바꿔 생활해 본다면 안경 없이 세상을 맑게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게 될까.


안경을 쓰고 싶어 책도 눈 가까이 두고 읽고,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TV를 보곤 했던 철부지 중학생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그땐 왜 안경 쓴 친구들이 그렇게 지적으로 보였는지. 부러워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부러워 한 대가로 그때부터 쭉 생존권 확보를 위해 콧잔등에 거추장스러운 액세서리를 얹어놓는 형벌을 받고 있다. 그놈의 안경 때문에 군복무 할 때 병과도 기갑 병과 대신 보병 병과를 갔으니. 어리석음의 대가는 그때 이후로도 쭉 진행 중이다.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의 소중함은 미처 모르고 다른 이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는 것. 딸내미의 엉뚱한 이야기를 통해 성인이 된 나는 과연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가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내가 가진 좋은 시력을 감사히 여기지 않고 좋은 시력을 위해 안경 쓰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어린 시절. 지금도 나의 삶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이들을 부러워하느라 감정과 시간을 소모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이 이미 지니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생의 진리를 딸내미에게 멋지게 설명해 주고 싶지만, 차차 이야기해 주도록 하고. 일단은 이 말부터 해 주고 싶다.


"아빤 네 시력이 더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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