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아내의 홍천 발령을 확인했다. 지난 몇 년 동안 홍천 발령 인원이 적기도 했고, 이번 전보 순위에서 아내의 순위가 높은 편이 아니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운이 참 좋았다.
기쁜 소식을 안고 아내와 눈 덮인 국사봉을 걸었다. 산책로와 나뭇가지에 포근히 내려앉은 눈 구경도 하고, 절묘하게 첫째 어린이집 산책 시간과 시간이 잘 맞아 국사봉 길에서 엄마, 아빠를 만나 잔뜩 신이 난 딸내미도 만났다.
동네 산책으로 시작한 발걸음이 길어져 아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온의동에서 닭갈비도 먹고, 시장 구경도 했다. 검은 월요일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워시 충격'으로 폭격을 맞은 주식 계좌는 처첨하다만,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작은 즐거움을 느꼈다.
올해 두 번째 육아 휴직을 앞두고 생각이 많아진다. 첫 번째 휴직 때에는 아이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와 더불어 앞으로 직장에서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둘이 함께 벌어도 빠뜻한데 내가 집에서 시간을 보내도 되는 걸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면 이번에는 올 한 해 내가 내 힘으로, 내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일들은 무슨 일들이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대부분이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에는 크게 마음을 주지도 않고, 어떤 일이든 담담하게 받아들일 생각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 불확실한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두고 현재에 집중하는 연습을 시작하니 평소에는 큰 감흥 없던 소소한 일상이 즐겁게 느껴진다. 참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