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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an 07. 2022

애착 이불 삼총사 '3M'

  아빠를 쏙 빼닮아 소유하는 물건에 애착이 많은 해솔이, 해솔이의 애장품들 중에서도 단연 손에 꼽는 삼총사가 있다. 일명 '3M'이라 부르는 해솔이의 꿀잠 요정 삼총사 '호랑이 M', '코끼리 M', '동물친구 M'가 그들이다. 참고로 M은 해솔이 세계의 언어로 애착 이불을 의미한다. 기분이 속상하거나 두려움, 긴장감을 느낄 때면 늘 'M 줘'라고 하며 M을 애타게 찾는 하는 해솔이의 손에 M을 쥐여 주면 거짓말처럼 울음도 그치고, 표정도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해진다. 이쯤 되면 3M은 꿀잠 요정을 너머 해솔이의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주는 오래된 친구, 부모의 분신과 같은 존재임이 확실한 것 같다.


  M 중에 최고는 단연 '호랑이 M'이다. 본디 속싸개였던 호랑이 M은 신생아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해솔이와 함께 지내왔다. 신생아 시절 조그맣던 자기를 꼭 감싸주던 호랑이 M의 포근한 느낌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지, 호랑이 M은 늘 M을 찾는 해솔이의 호명 순서에서 첫 번째로 불리고, 해솔이의 손에 꼭 쥐여 어린이 집에 함께 갈 정도로 총애를 받는다. 한 번은 해솔이를 하원 시키러 어린이 집에 갔던 날, 호랑이 M이 보이지 않아 불안해진 해솔이가 현관에서 울음을 터뜨린 적이 있었다. 원인을 잘 모르셨던 어린이 집 선생님은 아이의 갑작스러운 울음에 당황스러워하셨지만, 아이가 호랑이 M을 찾는 신호를 금세 알아차린 나는 가방에서 속싸개를 꺼내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호랑이 M을 해솔이 손에 쥐여 주기가 무섭게 도무지 그칠 줄 몰랐던 울음이 뚝 멎었다. 이쯤 되면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전래동화 이야기 속 '곶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그날 이후로 해솔이의 어린이 집에서도 해솔이의 애착 속싸개의 공식 명칭이 '호랑이 M'이 되었고, 아이가 등원할 때면 선생님께서는 해솔이의 안부와 더불어 호랑이 M의 안부도 여쭤보신다.


'호랑이 M'이지만 사실 기린도 있고, 코끼리도 있고, 사자도 있다.


  호랑이 M만큼은 아니지만 늘 두 번째로 부름을 받는 녀석은 '코끼리 M'이다. 원래 선물 받은 후 사용할 일이 없어 장롱 속에 꼭꼭 숨어 있었던 코끼리 M은 지난가을부터 해솔이의 총애를 받기 시작했다. 원래는 병아리 그림이 그려진 속싸개, 일명 오리지널 M이 있었는데, 지난가을 문배마을을 찾았던 날 하산하는 길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오리지널 M의 실종 사건으로 가뜩이나 밤잠을 잘 자지 못하는 해솔이가 더더욱 잠을 자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되어 급하게 투입된 '코끼리 M' 은 해솔이에게 점차 신임을 얻으며 호랑이 M에 이어 이인자(?)의 위치에 올라섰고 혹시라도 해솔이가 사라진 병아리 속싸개를 찾으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하던 아빠, 엄마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어린이 집에 함께 갈 정도는 아니지만, 아이가 밤잠을 자다 깼을 때 호랑이 M 다음으로 생사(?)를 묻는 소중한 존재가 된 코끼리 속싸개의 운명은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코끼리 M' 에는 오직 코끼만 있다.


  삼총사의 막내, 서열 3위는 '동물친구 M'이다. 전직 속싸개인 서열 1위, 2위인 호랑이 M, 코끼리 M과 달리 동물친구 M은 본디 여름 이불 출신이다. 애착 이불 3 총사 중에서 유일하게 태생이 이불인 동물친구 M이 서열 3위인 것이 스스로에게는 자존심 상할 수 있겠지만, 한낱 이불에 불과했던 동물 그림 여름 이불이 해솔이가 총애하는 3M의 일원이 된 배경에는 해솔이의 환심을 사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때로는 해솔이가 고사리손으로 내미는 과일 간식을 받아먹으며 하얀 바탕을 딸기의 빨간색, 귤의 주황색, 블루베리의 보라색으로 물들이며 형형색색의 영광의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아빠 엄마가 함께 있는 주말이면 그네를 태워 달라는 해솔이의 성화에 따라 해먹 모양의 그네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다. 정작 활약해야 할 여름날에는 해솔이가 통 이불을 덮지 않은 덕분에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지만, 여러 가지 궂은일들을 하나둘씩 하면서 해솔이의 신임을 얻으면서 총애하는 삼총사의 일원이 되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더 나은 운명을 맞이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장롱 속에서 긴 겨울이 지나가길 기다리며 세상 구경을 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고 오늘 하루도 해솔이의 사랑과 손때를 듬뿍 받으며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으니 말이다.   


'동물친구 M' 에는 치타, 기린, 사슴, 토끼 등 멋쟁이 동물들이 가득하다.


M과 함께할 때 마음의 안정을 찾는 해솔이


  해솔이의 일상에서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린 M들, 외출할 때나 꿈나라 여행을 떠날 때에도, 심지어 꿈나라 여행 중 잠시 눈을 떴을 때에도 곁에 없으면 불안해하고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존재감 넘치는 이들과의 동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참 궁금하다. 나중에 해솔이가 훌쩍 자란 미래의 어느 날 향긋한 커피 한 잔을 나누며 회상하는 추억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 M은 얼마나 큰 비중으로 등장하게 될까? 늘 곁에 끼고 다녀 세탁을 해도 늘 해솔이의 향이 은은하게 남아있는 M, 그리고 아빠와 함께 보낸 2021년의 소중한 시간들을 기억할 수 있을까?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집 안에 물건 쌓이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아내의 동의는 구하지 않았다만, 해솔이의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물건, 꼭 집에 남겨두고 오래도록 꺼내보며 과거를 회상하고 싶은 물건을 손에 꼽으라면 해솔이의 3M을 남겨두고 싶다. 10년, 20년이 흐른 후에 꺼내 보아도 M들 곳곳에 묻어 있는 아이의 손때와 과일즙의 지워지지 않는 얼룩들을 보면, 그리고 은은하게 풍기는 해솔이의 아기 냄새를 맡으면 소중했던 아이의 어린 시절, 초보 아빠, 엄마와 어린 해솔이가 함께 써 내려간 좌충우돌 육아기가 생생하게 떠오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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