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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Aug 16. 2023

휴대폰에게 빼앗긴 내 삶 찾기 프로젝트 <2>

습관이 참 무섭다

  오늘은 광복절. 휴일이라 알람이 안 울릴 줄 알았는데, 평일 7시면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 소리. 식탁에서 울리는 휴대전화의 알람을 끄며 아침을 시작했다.


  작심 2일 차. 오늘은 의식적으로 휴대전화와 거리 두기를 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림책을 읽어달라며 책을 한 아름 들고 온 딸내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늦게 아침맞이에 합류한 아내와 함께 아침으로 먹을 팬케익을 만들었다. 딸내미는 얼마 전 베베핀 영상에서 본 것처럼 팬케익을 동물 모양으로 꾸미겠다며 과일과 견과류를 이리 놓았다 저리 놓았다 하더니 귀여운 생쥐 한 마리를 뚝딱 만들었다. 아침을 먹을 때면 "최소한 아이와 함께 식탁에 있을 때는 휴대전화 좀 안 봤으면 좋겠어."라는 핀잔을 듣곤 하던 여느 날의 식탁과 다른 평온한 아침이었다.


오랜만에 찾아 읽고 깔깔 웃었던 '비누와 지우개'


귀여운 생쥐 한 마리


  아침을 먹고 난 후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예약해 둔 꿈자람 놀이터로 향했다. 꿈자람 놀이터는 춘천시에서 운영하는 실내 놀이터다. 평소 꿈자람 놀이터에 가면 아이 사진을 찍어 준다는 핑계로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어 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포털 사이트와 SNS를 들락날락하는데, 오늘은 에코백에 고이 모셔두고 아이와 신나게 노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남긴 사진 하나 없었지만, 모처럼 신나게 놀아서인지 점심을 먹고 들어와 아이는 곧 낮잠에 빠져들었다. 평소 같으면 낮잠을 안 자겠다고 한참을 투정했을 텐데…. 덕분에 나도 아이 곁에서 달콤한 낮잠 시간을 누렸다.


  아빠와 딸이 꿈나라 여행을 떠난 사이 오늘도 낮잠 자기에 실패한 아내가 근처 마트에 저녁거리를 사러 가고, 실컷 자고 일어난 아빠와 딸은 블록 놀이를 하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제법 블록을 가지고 놀며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아이. 아이와 함께 우리 집 레고랜드를 꾸미고, 기념으로 동물 친구들은 잔뜩 초대해 사진도 찍었다.


레고랜드에 초대받은 기념으로 사진촬영 '찰칵!'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난 후 다시 현관문을 나섰다. 요즘 우리 가족의 저녁 일상이 된 석사천 산책. 오늘은 킥보드가 대신 밸런스 바이크와 유모차를 챙겼다. 자전거를 타기보다는 뒤뚱뒤뚱 걷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 같이 천천히 움직이는 딸아이를 보며 지나다니는 어르신들이 연신 귀엽다며 예뻐해 주셨다. 사진은 많이 못 남겼지만 평소보다 오래 걸렸던, 그만큼 어르신들의 좋은 말씀들을 많이 들었던 오늘의 산책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우리 가족의 일상이 된 저녁 석사천 산책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이가 잠들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평소보다 의식적으로 휴대전화를 멀리한다고 생각해서였는지 지난주에 비해 사용 시간이 많이 줄어든 것 같지만, 아직도 잠금을 해제하면 손이 의식적으로 포털 사이트 앱이나 인스타그램으로 향해 여러 번 놀랐다. 습관이 참 무서운 것 같다.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식의 흐름을 스마트폰 화면의 흐름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결심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나의 좋은 습관이 자리 잡는데 60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던데… 과연 이 도전은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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