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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Aug 14. 2023

휴대폰에게 빼앗긴 내 삶 찾기 프로젝트 <1>

프로 다짐러의 새로운 다짐

  아침에 눈을 뜨면 인스타그램을 앱을 열어 피드에 업로드한 게시물의 좋아요 수, 댓글들을 확인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잠을 깨우는 시원한 냉수 한 잔, 스트레칭 대신 포털 사이트의 뉴스를 살핀다. 오늘은 중요한 뉴스만 집중해서 보고 빠르게 앱을 꺼야지 마음 먹지만 그저 마음일 뿐. 손가락 몇 번 까딱거리면 어느새 샛길로 빠져 쇼핑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있고, 카카오톡 앱과 인스타그램 앱을 시도 때도 없이 오간다. 곁에서는 아빠보다 먼저 잠에서 깨어나 한참을 혼자 놀다 지친 딸내미가 '물 주세요', '책 읽어 주세요', '심심해요'를 연신 이야기하며 아빠의 주의를 끈다. 하지만 그때뿐, 어느덧 나도 모르게 손은 스마트폰으로 가 있다.


  퇴근한 후의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딸내미를 재우고 난 뒤 맞이하는 소중한 자유시간. 오늘은 책도 읽고 짧은 글도 한 편 써 봐야지 다짐을 하지만 스마트폰을 손에 쥐는 순간 소중한 시간을 알차게 보내겠다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SNS를 하느라, 새로운 뉴스거리가 없나 뒤적거리다 하루에도 수십 번 보는 같은 내용의 뉴스를 의미 없이 반복해서 보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하루의 마무리가 책장을 덮거나 글 한 편을 마무리 짓고 뿌듯한 마음을 안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아니라, 내일부터는 오늘 같은 일상을 보내지 않겠다는 의미 없는 다짐을 한 후 켜져 있는 넷플릭스 화면 옆에서 나도 모르게 잠든 일이 부지기수이다.


  문제라고는 생각했었지만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난 주말 스크린 타임 앱을 열어보고 나니 생각보다 일상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다는 것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아이와의 정서적 교감 면에서도, 그리고 나를 위한 의미 있는 시간, 예전 같지 않은 집중력을 위해서도 스마트폰과 의도적으로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쯤 되면 중독이 틀림없다.


딸내미가 아침에 단잠을 깨우는 건 싫어하면서 나는 지난주 스마트폰을 1500번이나 깨우는 민폐를 끼쳤다. 반성한다.


  아이가 생기기 전 나와 아내의 일상에서 가장 큰 문젯거리였던 절주를 못 하는 습관. 프로 다짐러는 갖은 시행착오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더 이상 술로 인해 아내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아이에게 아빠의 못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 긍정적인 변화의 경험을 떠올렸다. 그리고 스마트폰에게 잠식당한 소중한 내 시간, 의미 있는 삶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하였다. 종종 기록을 통해 그저 다짐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또 다른 다짐과 함께.


  물론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스마트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미 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다시 찾은 소중한 시간을 나와 내 가족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데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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