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대소동 2편
"아빠, 토할 것 같아."
"응?"
"토할 것 같다고요."
딸내미의 토할 것 같다는 말에 부엌으로 후다닥 달려가 스테인리스 보울을 챙겨 왔다.
"토할 것 같으면 여기에 토해."
"…"
회심의 일격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그렇게 전날 새벽 '쉬야의 습격'으로 빨아두었던 침대 시트와 이불은 또다시 수난을 겪었다. 그래도 침대 시트와 이불의 수난은 우리 가족의 수난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엄마 어디 있어요?"
"엄마 보고 싶어요."
평소 잠자리에 들 때는 늘 아빠만 찾던 딸내미도 몸이 아프고 마음이 힘들 때는 엄마를 먼저 찾게 되나 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잠에 예민한, 중간에 한 번 깨면 밤을 꼴딱 새우는 일이 다반사인 아내를 깨울 일이 없지만, 오늘은 아이에게 엄마의 품이 꼭 필요한 것 같았다.
엄마까지 합세하여 거실 소파에서 등을 토닥이고, 엄마(아빠) 손이 약손 하며 배도 문질러 주고, 백초 시럽도 먹여가며 온갖 사투를 벌였다. 덕분에 속이 좀 편해졌는지 울다 그쳤다를 반복하던 아이는 엄마 품 안에서 꿈나라 여행을 떠났다. 소동이 끝난 후 거실 시계를 보니 어제와 비슷한 시각. 이쯤이면 새벽의 저주가 따로 없다. 때아닌 쉬야 소동에 체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원인은 닭강정 때문인 것 같았다. 나와 아내는 저녁으로 초밥과 닭강정을 먹었고, 아이는 볶음밥을 먹었는데, 아이는 자기 그릇에 있는 볶음밥보다는 엄마 아빠의 닭강정에 눈길을 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자기 몫의 볶음밥을 다 먹고 나서 닭강정을 먹어도 좋다고 이야기했다. 그 때문에 볶음밥을 허겁지겁 급하게 먹어서였는지, 아니면 자르지도 않은 식은 닭강정을 제대로 씹어 먹지 않아 탈이 났는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우리의 잘못이 큰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아침은 어김없이 밝아 왔고, 새벽의 전투를 치른 우리는 졸린 눈을 비비며 거실로 모였다. 평소 같으면 모여서 아침 식사를 할 시간. 속이 편해질 때까지 음식을 피해야 할 딸내미를 쏙 빼놓고 아내와 둘이 샌드위치를 먹는 마음이 천근만근이었다.
"아빠, 나는 언제 밥 먹을 수 있어요?"
"아빠, 나는 언제 간식 먹을 수 있어요?"
"아빠, 나는 언제 짜요짜요 먹을 수 있어요?"
하루종일 좋아하는 음식들을 언제 먹을 수 있냐며 질문 공세를 퍼붓던 아이. 오늘은 쌀죽, 쇠고기죽, 이온음료, 배 등 평소 같으면 간에 기별도 안 갈 만큼 음식을 먹어 자랑거리 1호인 통통한 배가 쏙 들어간 아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무거웠다. 그래도 아침보다는 상태가 나아져 같이 그림도 그리고, 밖에서 신나게 놀고 들어와 밤을 맞이하게 된 것은 참 다행이다. 내일은 꼭 외식을 하러 밖에 나가야겠다. 종일 힘들었을 딸내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오늘 많이 힘들었지? 우리 앞으로는 음식 꼭꼭 잘 씹어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