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프렌치토스트가 놓인 식탁. 아침을 먹기 위해 각각 치열한 밤을 보낸 우리 네 식구가 모인 자리에서 해솔이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어젯밤에 자면서 무서운 꿈을 꿨어요."
해솔이가 꿈을 꿨다는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듣는 것이었다. 처음 듣는 꿈 이야기인데 무서운 꿈이라니. 해솔이의 꿈 이야기가 궁금했다.
"무슨 꿈을 꾸었을까? 엄마, 아빠한테 한 번 들려줄래?"
해솔이의 꿈 이야기는 이랬다. 꿈속에서 용이 동생 해담이를 잡아서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해솔이가 동생을 쓰레기통에 버린 용을 혼내주었다는 내용이었다. 못된 용을 혼내주고, 쓰레기통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해담이를 달래주었다는 누나의 꿈. 무서운 꿈이라길래 심각한 표정으로 해솔이의 꿈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나와 아내는 눈을 마주치고는 살짝 웃음을 지었다. 해솔이의 꿈속에 용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납고 낯선 용이 동생을 잡아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을 보며 잔뜩 겁을 먹었을 해솔이의 모습, 그 와중에 용기를 내어 용을 혼내주고 동생을 달래주었다는 모습을 떠올리니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무서운 용이 나타났는데 해솔이가 용기를 내어 동생을 지켜 주었구나!"
"응, 조금 무섭긴 했어."
"그래도 용기 내어 해담이를 지켜줘서 고마워."
현실의 어젯밤은 공포의 밤이었다. 해담이가 새벽 2시부터 4시 30분까지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셀 수 없이 나를 깨웠던 밤. 그래서 아침을 맞이하기가 공포스러웠던 지난밤. 해솔이의 꿈속에서는 용이 해담이를 괴롭혔다만, 현실에서는 해담이가 용띠인 아빠를 괴롭혔다. 해솔이의 꿈 이야기를 들으면서 꿈은 반대라는 어린 시절 어른들께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고, 지금은 좀 나아진 것 같지만 동생이 태어난 후 심적으로 많은 복잡함을 겪었을 해솔이의 심정도 떠올랐다. 해솔이의 엉뚱한 꿈 이야기를 듣고 함께 웃으며 힘들었던 지난밤의 피로도 싹 날려버리고 즐겁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안 가는 것 같으면서도 훌쩍 지나감을 느끼는 요즘. 어린이집에서 형님반이 되어 동생들을 챙겼다는 해솔이의 무용담을 들으며, 분유는 성에 안 차는지 자꾸만 엄마 아빠의 식탁 위 밥그릇을 노리는 해담이의 손짓을 보며 비록 몸은 힘들지만 잠시 시간이 멈춰 아이들의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오래도록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지나가면 한없이 그리워질 소중한 시간들. 무한정 주어지지 않은 인생, 속절없이 흘러가 버리는 시간은 지금 아이들을 보며 더 웃어주고,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내가 노력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내일도 식탁에서 해솔이의 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