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보다 더 많이 아는 엄마

by 이정원

내가 궁금함을 해결하기 위해 Siri나 ChatGPT보다 더 자주 활용하는 게 있다. 바로 아내. 특히 원서를 읽다가, 혹은 팟캐스트를 듣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십중팔구는 아내에게 물어본다. 간편하기도 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내가 만족할만한 답을 주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도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 식사를 하며 갑자기 떠오른 낱말이 있어 아내에게 질문했더니 아내는 척척 답을 해 주었다. 그 모습을 한참 보고 있던 딸내미가 입을 열었다.


"엄마가 아빠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같아."


매번 엄마에게 매달려 궁금한 것들을 묻는 아빠, 그리고 그때마다 대답을 해 주는 엄마. 아이의 눈에 엄마는 척척박사 또는 한글용사 아이야처럼 보였으려나. 문득 며칠 전 딸내미가 엄마에게 선물한 그림이 떠올랐다. 우리 네 가족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는 그림 속에는 이제 갓 한글 익히기에 재미를 붙인 딸내미가 친히 쓴 문장이 적혀 있다.


"엄마 사랑해"


"엄마는 모든거슬(것을)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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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잘하는 엄마. 그리고 늘 엄마의 도움을 받는 아빠. 아침부터 아빠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다행히도 구겨진 체면을 다시 회복할 기회는 그리 늦게 오지 않았다.


딸내미가 하원하고 저녁 먹기 전, 하루 중 가장 정신없고 바쁠 시간 딸내미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꼬인 매듭을 엄마에게 내밀었다. 아내가 요리 중이기도 했고, 평소에 매듭을 잘 풀지 못하는 아내는 심각한 딸내미의 고민을 아빠에게 토스했다. 매듭 정도는 식은 죽 먹기지.


"오 아빠 되게 잘 푼다."


"그럼, 아빠 원래 매듭 잘 풀어. 매번 엄마가 못 푸는 꼬인 목걸이 줄도 아빠가 다 푸는걸."


"그럼, 엄마가 아빠보다 다 많이 아는 건 아니네?"


부엌에서 우리 부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내가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며, 사람마다 잘하는 것이 다르다며 이야기를 거들었다.


"그러니까 해솔이가 축구할 때나 다른 것들 할 때 잘 안 된다고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어. 그냥 즐기면서 하면 돼."


아침부터 영어로 체면을 구겼던 나도 매듭 풀기로 체면을 다시 세우고, 모든 일을 잘하고 싶은 의욕이 가득한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늘 심기가 불편한 딸내미의 마음도 눈 녹듯 녹은 하루. 오늘도 해피앤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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