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이름도 모르는 따뜻함

믿음이 머무는 동네 2장

by 제이욥

상인은 이안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설명하기 어려운 눈빛이었다. 무관심한 듯하면서도, 마치 무언가를 알고 있는 사람처럼.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없이 다시 수레를 밀며 앞으로 걸어갔다. 이안은 멈춰 섰다. 무시당한 건지, 모른다는 뜻인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발끝을 바라보았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어깨에 짐 보따리를 멘 노파를 만났다. 노파는 주름진 얼굴로 이안을 잠시 바라보았다. 말을 걸기도 전에 이안은 본능적으로 다시 물었다.

“카르멘타운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노파는 대답 대신 손을 들었다. 손끝으로 어디 먼 곳을 가리켰다. 말도, 설명도, 이유도 없이 그저 손끝으로 먼 길을.


이안은 멍하니 그 손끝을 바라보다가


“감사합니다.”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길은 여전히 흙과 자갈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길은 더 거칠어지고 있었다. 발끝에 밟히는 흙이 점점 더 마르고 딱딱해졌고, 자갈들은 더 크고 날카로웠다.


주변에 사람의 흔적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누군가 이 길을 다녔던 적이 있는 건지, 혹은 자신이 처음으로 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안은 멈추지 않았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되돌아갈 생각을 떠올리면 두려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저 묵묵히 걸었다. 앞이 어디든.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이 길 위를.


언덕 아래 작은 마을은 여전히 조용한 듯 따뜻한 소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안은 자신이 그 마을의 일부가 아니라, 마치 마을 바깥에서 그 풍경을 훔쳐보는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그에게 말을 건 사람들이 모두 자연스럽게 그를 받아들였음에도, 그는 스스로가 그 따뜻함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사과를 들고 몇 걸음 더 걸어갔을 때, 담벼락 옆에서 작은 식탁을 펴놓고 있던 젊은 여인이 눈에 띄었다. 여인은 작은 꽃무늬 앞치마를 두르고 나무판 위에서 무엇인가를 손질하고 있었다. 이안이 지나가려 하자 그녀가 고개를 들고 환하게 웃었다.


“혹시, 길을 잃었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여인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여인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나무 상자에서 잘 익은 사과 파이 조각 하나를 꺼내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여기. 금방 만든 거야. 따뜻할 때 먹으면 맛있어.”


이안은 또다시 말없이 손을 뻗어 파이 조각을 받아들었다. 여인은 웃으며 덧붙였다.

“배고픈 표정이더라구. 우리 애들도 아침 굶기면 이렇게 되거든.”


그리고 다시 조용히 손질하던 일을 이어갔다. 아무 대가도, 설명도 없었다. 그저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내밀고, 그걸 주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돌아서서 자기 일을 계속하는 모습이었다. 이안은 파이 조각을 손에 든 채 몇 초 동안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그때 골목 반대편에서 두 노인이 손수레를 끌며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다투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성당에는 오늘 저녁에 종이 울릴 텐데, 늦지 말게.”

“알았어. 그때도 늦었잖아.”

“내가 늦은 게 아니라, 그쪽이 늦은 거였지.”


이안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두 노인은 이안을 스쳐 지나가다가 자연스럽게 그를 보았다.


“새 얼굴이군.”

“처음 보는 아이야.”

“길 잃었으면 성당으로 가. 다들 거기 있어.”


그들은 별 설명 없이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자기들끼리 장난스러운 말다툼을 이어가며 골목 끝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아이 몇 명이 달려와 그를 스쳐 지나갔다. 그중 가장 어린 여자아이가 멈춰 서더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거, 누가 줬어? 맛있어?”

“……응.”


이안은 어색하게 대답했다. 아이는 활짝 웃더니 말했다.

“나는 사과파이 두 조각이나 먹었어.”


그리고는 다시 아이들 무리로 뛰어들며 외쳤다.

“엄마! 나 또 사과파이 먹어도 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골목을 가득 채웠다. 여인은 그 소리를 들으며 미소 지었고, 그저 고개를 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안은 자신이 들고 있는 사과와 파이 조각, 빵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에 들린 것들은 모두 누군가가 웃으며 건넨 것들이었다.


돈을 요구하지 않았고, 설명하지도 않았다. 그저 다정하게 주고, 잊어버리는 듯 돌아서 버렸다. 루멘시티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도시에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얻으려면 항상 값을 지불해야 했다.


상인들은 손님을 보고 미소지었지만, 그것은 물건을 팔기 위한 미소였고, 거래가 끝나면 그 웃음은 사라졌다. 이안은 그 차이를 선명하게 떠올리고 있었다.

‘거긴… 이런 건 볼 수 없는데….’


도시에서 웃음은 값이 붙은 것이었고, 인사는 필요해서 하는 것이었고, 미소는 판매를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일은 위험했고, 무언가를 내민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 모든 게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났다. 누구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고, 누구도 이유를 묻지 않았고, 모두가 자신을 향해 말을 걸었다.


그는 갑자기 자신이 그동안 살아왔던 도시가 얼마나 차가운 곳이었는지를 깨닫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멀었던가.


자신이 지금 이 거리에서 몇 번이고 손을 내밀었어도, 그곳에선 아무도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사과를 꼭 쥐었다. 빵 봉지와 파이 조각을 들고 있으면서도, 사과를 더 세게 쥐었다. 손끝이 저릴 만큼. 그는 그게 왜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자꾸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골목을 가득 메우는 그 한가운데에서, 이안은 홀로 멈춰 서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이런 세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자신을 아프게 만들고 있다는 것도. 하지만 그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서 있었다. 손 안에서 식어가는 따뜻한 빵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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