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하느님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믿음이 머무는 동네
신부님의 뒷모습이 성당 안으로 사라지자, 마리엘은 자연스럽게 방향을 돌려 성당 앞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안은 그런 그녀를 따라갔지만, 걸어가는 동안에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성당에서 들었던 신부님의 목소리와 그가 마지막으로 건넨 ‘언제든지 오렴’이라는 말이 가슴 어딘가에 남아 있었고, 그는 그 말을 잊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붙잡아둘 방법도 몰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성당에서 한참 떨어진 골목 끝자락, 작은 돌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조용히 걸었다. 마리엘은 특별히 말이 없었고, 이안 역시 무언가를 말하고 싶으면서도 차마 말을 꺼낼 수 없어 침묵한 채 걸었다.
자신이 무엇을 묻고 싶은지조차 알 수 없었기에, 그는 자신이 이 침묵을 유지하는 이유조차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마리엘은 이안이 입을 열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다는 듯 먼저 말을 꺼냈다. 그녀는 발걸음을 멈춘 채 뒤를 돌아 이안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마음이… 좀 이상하지?”
그 질문은 마치 그가 어떤 대답을 할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자연스러웠다. 이안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가 눈을 피했다. 그는 자신이 느끼고 있던 그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누군가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그렇지만 그는 부정하지 않았다. 마리엘은 그걸 알았다는 듯 웃었고, 그러나 그 웃음에는 놀림이나 장난 같은 느낌은 전혀 없었다. 마치 자신도 그 감정을 알기라도 하는 듯한 부드러운 미소였다.
“괜찮아. 나도 그랬거든. 처음엔 다 그래.”
그 말에 이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무언가를 알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결국,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하느님은… 진짜 있어?”
그는 자신이 무슨 질문을 하고 있는지조차 잘 몰랐다. 하지만 마리엘은 웃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있어.”
짧고 단순한 그 대답은 이안에게 더 혼란을 안겨주었다. 마리엘은 마치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듯 그저 그렇게 단정 지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대답을 듣고서 한참 동안 멈춰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왜 하느님은 아무 말도 안 해?”
마리엘은 그 질문에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가, 다시 이안을 바라보며 아주 조용히 대답했다.
“기다리고 계시니까.”
이안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어 멈칫했다. 마리엘은 설명하듯 덧붙였다.
“하느님은… 네가 마음을 열 때까지, 네가 찾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셔. 그냥… 거기에 계셔.”
그 말은 단순했지만, 그 말이 품고 있는 어떤 확신은 이안의 가슴 어딘가를 무겁게 눌러왔다. 자신이 누구에게도 묻지 못한 질문이, 너무나 쉽게 풀려버린 것 같아서 그는 더 혼란스러웠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그 말을 들으며 이안은 어렴풋한 위안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언가 강제로 떠밀려야만 할 것 같았던 마음속 문이, 그냥 천천히 열어도 된다는 사실을 누군가 알려준 기분이었다.
마리엘은 이안이 침묵을 유지하는 동안 한참을 바라보다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냥 말해도 돼. 하느님한테.”
“…뭐를?”
“하고 싶은 말. 마음속으로.”
마리엘은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이안은 멍하니 그 말을 곱씹었다. 자신이 하느님에게 무언가를 말할 수 있다는 생각을, 그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마음 어딘가에서는 아주 작은 한 마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있었다.
‘진짜… 듣고 계신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