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언제든지 다시 오렴

믿음이 머무는 동네

by 제이욥

그 후, 성체성사가 시작되었다. 마리엘을 포함한 신자들이 조용히 자리에 일어나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을 때, 이안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그 흐름 속에 섞여 있었다. 모두가 작고 흰 성체를 공손히 받았다. 그 작은 빵 조각 하나가 모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무언가인 것처럼, 그들은 그것을 소중히 받아 입으로 모시고 조용히 돌아갔다.


이안의 차례가 되었다. 그는 멍하니 신부님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신부님은 이안을 보고 작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조용히 그의 머리 위로 손을 얹었다.


손끝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고, 무언가가 전해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 손이 그의 이마에 닿는 순간 이안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묘한 감각을 느꼈다. 무언가가 조용히 그의 가슴 안쪽을 건드리고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신부님은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기도했다.


“주님, 이 아이에게도 당신의 빛을 보여주소서.”

손이 내려갔다. 별다른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이안은 가슴안에서 무언가가 파문처럼 번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설명할 수 없는 감각. 그 감각이 가슴 안쪽에서 남아 사라지지 않았다. 자리에 돌아와 앉았을 때, 그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몸이 굳은 것도 아니었고, 다리가 무거운 것도 아니었지만,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어야 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미사가 끝나고 성당 안에서 모두가 조용히 기도하고 퇴장했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는 눈을 감지도 않았고, 두 손을 모으지도 않았다. 그저 숨을 들이쉬며 가만히 있었다.


마음 한가운데서 무언가가 울리고 있었고, 그 울림은 가벼운 것도, 무거운 것도 아닌 채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걸고 갔다. 그 사실만이 그에게 남아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는 여전히 알지 못했다.


미사가 모두 끝났지만, 이안은 자리에서 쉽게 일어설 수 없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성호를 그으며 퇴장하거나, 마지막 기도를 드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이안에게 전혀 와 닿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아예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 속에서 이안은 마치 자신만 이 성당 안에 남겨진 것 같은 고립감을 느끼고 있었다.


몸을 일으켜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단순한 움직임조차 몸이 기억해내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그는 성당 바닥과 자신의 손등만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성당 안을 가득 채우던 기도 소리와 성가대의 목소리, 웅장한 오르간 소리마저 사라진 그 고요한 공간에서, 그는 온 세상이 멈춘 듯한 정적 속에 잠겨 있었다. 자신은 분명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지만, 그게 기쁨인지 슬픔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가슴 안쪽에 무언가 무겁게 내려앉아 있다는 감각만을 느낄 뿐이었다. 마치 가슴 한가운데에 알 수 없는 돌덩이 하나가 얹혀 있는 것처럼 답답하면서도 그 답답함이 어쩐지 싫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조차 모르는 채 그렇게 앉아 있던 이안은, 결국 조심스럽게 숨을 들이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키는 그 동작이 마치 낯선 행위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옆자리에서 마리엘은 이안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때까지 한 마디 말도 없이 조용히 기다려주었고, 이안이 마침내 천천히 일어서자 그녀도 무언가 특별한 말 없이 조용히 함께 일어섰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말없이 나란히 성당 출입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안은 문으로 향하는 그 짧은 걸음마저 자신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뒤로 남긴 채 떠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다만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마리엘과 함께 조용히 걸었다. 성당 문이 열리고 햇살이 보이기 전까지.


성당 문을 나서는 순간, 이안은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멈췄다. 성당 안에서 들려오던 촛불 타는 소리와 그 묵직한 침묵,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던 고요한 공기가 갑자기 뒤로 밀려나는 것 같았고, 마치 그 침묵이 무너지고 새로운 세계로 밀려 나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따뜻한 햇살이 성당 마당 위로 부드럽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 바람은 가벼웠으며 공기는 분명 맑고 상쾌했지만, 이상하게도 이안은 그 모든 것들을 피부로 실감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굳어 서 있었다.


그는 고개를 천천히 들고 자신이 방금 나왔던 성당 건물을 바라보았다. 회색 벽돌로 지어진 그 작은 건물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단순한 건물일 뿐인데, 이안에게는 그 건물 자체가 무언가를 품고 있는 거대한 존재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건물 안에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두고 나온 것만 같았다. 그가 느끼고 있는 그 알 수 없는 감정의 정체가 성당 안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아서,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그는 멍하니 성당을 바라보면서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내가 지금 뭘 두고 나온 거지?’ 자신은 아무것도 잃은 적이 없는데도 무언가를 잃고 나온 것 같았다.


가슴 안쪽에서 울리고 있던 그 작고 낯선 울림이 다시 멀어질까 두려워서, 그는 그 건물을 눈으로 붙잡아두고 싶은 듯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서 있는 마리엘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도, 주변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의 중심에서 성당을 바라보며 멈춰 서 있었다.


그때, 성당 문 바로 옆 그늘 아래에서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왔구나.”


그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어쩐지 성당 안에서 들리던 종소리처럼 이안의 가슴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프란치스코 신부님이 서 있었다.


신부님은 두 손을 가만히 모은 채 조용히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고, 햇빛과 그늘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마치 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서 있었다.


그 모습은 특별할 것 없는 인상이었지만, 이안은 자신이 그 눈빛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리엘은 망설임 없이 신부님께 다가갔고, 이안도 그녀의 발걸음에 끌려 조용히 따라갔다. 걸어가는 그 짧은 거리 동안, 이안은 마치 누군가에게 자신이 들키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를 들킨 느낌이었다.


프란치스코 신부님은 이안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지? 그래도 잘 왔구나.”

그 말은 단순한 인사말처럼 들렸지만, 이안에게는 그 이상의 무게로 가슴에 내려앉았다. 자신이 걸어온 그 낡고 먼 길을 누군가 알고 있었다는 기분. 자신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 그 복잡한 감정과 낯선 걸음을 누군가 인정해주는 것 같은 느낌.


이안은 그 순간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떨군 채 조용히 선 채로 그 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신부님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서두르지 않고, 조용히 이어서 말했다.

“지금은 잘 모르겠어도 괜찮단다. 누구나 처음엔 그래. 하지만 너는… 스스로 이곳까지 왔잖니.”


그 말은 대답을 요구하지 않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 속에는 억지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이안은 눈을 들지 못한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이, 그러나 동시에 낯선 떨림이 마음 안에서 엇갈리고 있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자신이 어째서 여기에 서 있는지를 다시금 떠올렸다.


신부님은 그를 더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된 인사를 하듯 부드럽게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언제든지 오렴. 여기는 네가 돌아오고 싶을 때 항상 열려 있을 거야.”


그 짧은 한 문장이 이안에게는 마치 성당 자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장소인 것처럼 들렸다. ‘항상 열려 있다’는 그 말이 단순한 공간을 설명하는 말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선언처럼 다가왔다.


신부님은 더 말하지 않았고, 조용히 미소만 지으며 두 사람을 천천히 배웅했다. 그리고 이안은 신부님의 그 미소를 마지막으로 보며, 자신도 모르게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대답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신부님은 더 말하지 않고 조용히 성당 안으로 사라졌다. 누군가를 붙잡지 않고, 재촉하지 않고, 그저 기다려주는 사람처럼 그렇게 천천히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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