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친구를 통해 만난 하느님
믿음이 머무는 동네
그 순간 이안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는 무언가 대답하고 싶었지만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설명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하느님의 존재 자체를 몰랐지만, 그런 하느님이 따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더 이상 마리엘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고개를 숙인 채 그 말을 흘려보낼 수도 없었다.
자신이 마주한 건 신비로운 교리가 아니라, 자기 옆에 앉아 있는 마리엘이라는 소녀가 지닌 ‘확신’이라는 벽이었다. 이안은 혼란스러웠다.
그 말은 자신을 차갑게 만들지 않았지만, 오히려 따뜻함 때문에 더 혼란스러웠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거짓말로 들리지 않는 그 말을 부정할 수도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어딘가 깊은 균열이 벌어지는 듯한 순간이었다.
이안은 당황한 나머지 멍하니 마리엘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달싹였지만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자신 안에 가득했던 질문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되레 새로운 의문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마리엘에게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거의 반사적으로, 무언가를 붙잡듯 더듬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그냥 느낌에 너무 크고, 이상하고… 좀 무서운 것 같아서.”
그 문장은 설명이라기보다 항변에 가까웠다. 자신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기에, 그저 억지로 뱉어낸 단어들을 더듬더듬 이어 붙인 것뿐이었다.
이안에게 하느님이라는 존재는 알지 못하는 누군가였고, 자신의 삶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존재였다. 그 존재는 크고 멀고 알 수 없는 곳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감시자처럼 느껴졌기에, 어쩌면 당연히 무서워야 한다고 믿어왔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모르는 존재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감각 자체가 이안에게는 낯선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마리엘의 대답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그 말이 옳다는 것을 믿을 수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이 틀렸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 말은 항변이 아니라, 마리엘이 자신의 그 막연한 두려움을 어떻게든 알아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흘러나온 말이었는지도 몰랐다.
이안은 그 말을 하고 난 뒤, 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마리엘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의 눈빛에는 방황하는 아이처럼 어쩔 줄 몰라 하는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하지만 마리엘은 그런 이안의 당황과 혼란을 전혀 무겁게 여기지 않았다. 그녀는 그 모든 말을 조용히 다 듣고 나서도 그저 부드럽게 웃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마치 이안의 그 복잡한 감정을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다시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친구처럼 생각하면 돼. 하느님이랑.”
그 말은 너무나 짧고 단순했지만, 그 안에 담긴 확신은 오히려 신부님의 설교보다 이안의 마음을 더 깊게 파고들었다. 친구처럼. 하느님과. 그 말은 처음 들었을 때 웃어넘기거나 비웃고 싶을 만큼 이상하게 들렸어야 했는데, 이상하게도 이안은 마리엘의 그 말이 전혀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 말을 믿고 있었고, 그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 자연스러움 앞에서 이안은 더 이상 저항할 힘조차 잃고 말았다. 그는 하느님이라는 존재를 ‘믿어야 할 대상’이나 ‘가르침을 주는 대상’으로만 생각했지만, 마리엘에게 하느님은 그저 곁에 있어 주는 존재였고, 힘들 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존재였고, 눈을 감고 조용히 손을 모으면 마치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존재였다.
하느님을 친구처럼. 그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려 할수록 마음이 더 복잡해졌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이 마음 깊은 곳에서 잊히지 않고 계속 울리고 있었다.
대답을 찾을 수도 없고, 거짓이라 단정할 수도 없는 말이었기에 그 짧은 한 문장은 오히려 그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그는 설명할 수 없는 그 이상한 따뜻함이 무서웠다. 그리고 그 따뜻함을 당장 밀어낼 수 없는 자신이 더 무서웠다. 그 순간 이안은 깨달았다. 자신은 지금 하느님이 아니라, 눈앞에서 그 말을 건네고 있는 마리엘이라는 소녀를 통해 하느님을 처음 만났다는 사실을.
그 순간 이안은 자신이 하느님이라는 존재 자체보다는, 눈앞에 앉아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기다려주는 마리엘을 통해서 무언가를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깨닫고 있었다.
마리엘이 했던 말들이 신학적인 답이거나 교리적인 가르침이 아니라는 것은 이안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저 친구처럼 곁에 앉아 말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 이안은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하느님을 이해하게 될지 아닐지, 믿게 될지 아닐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 그 벤치 위에서 누군가가 곁에 앉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도 이해 해주는 느낌을 받는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가장 큰 위로였다.
이안은 깨닫고 있었다. 자신이 하느님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그 경험 자체가 자신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는 것을. 하느님에 대한 복잡한 의문들은 여전히 그의 마음 깊은 곳에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그 의문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해 보였다.
신부님의 설교나 성당 안에서 들었던 기도문들보다, 이 벤치 위에서 마리엘과 나누는 대화가 훨씬 더 마음에 가까이 다가왔던 이유였다.
마리엘은 계속해서 옆에 앉아 있었고, 이안은 이제 그 침묵마저도 고맙게 느껴지고 있었다. 하느님을 통해 친구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친구를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것. 이안에게는 그게 신앙의 시작이었다.
그날 벤치 위에서 마리엘과 나눈 대화는 이안의 마음속에 작은 변화를 남겼다. 그것은 대단하거나 특별한 사건이 아니었지만, 이안에게는 처음으로 누군가와 연결되었다는 감각이었다. 그는 신부님의 설교나 성당 안에서 들었던 그 무겁고 거대한 말들보다, 지금 이 순간, 옆에 앉아 있는 마리엘이 건네준 짧고 단순한 말들이 훨씬 더 깊이 가슴에 와닿는 것을 느꼈다.
하느님을 따뜻하다고 말하는 사람, 하느님을 친구처럼 생각하라고 말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 이안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실감하고 있었다.
어쩌면 마리엘이 그에게 설명해준 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사람이었는지도 몰랐다. 따뜻함과 기다림, 그리고 함께 있다는 감각. 이안에게 하느님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지만, 마리엘은 더 이상 낯선 아이가 아니었다.
처음엔 그저 신기하고 이상한 아이로만 생각했지만, 이제 그는 마리엘과 나누는 이 짧은 대화 시간이 자신에게 이상하리만큼 중요하게 느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당장은 그가 믿을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곁에 앉아 있는 마리엘이라는 사람뿐이었다.
그 순간,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하느님보다, 너랑 얘기하는 게 더 좋아.’
그는 하느님보다 마리엘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있었다.그리고 그는 그 사실을 전혀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처음으로 친구라는 존재를 만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날 이후 이안의 태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벤치에서 마리엘과 나누었던 짧은 대화는 그의 마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킨 것처럼 보였다. 그전까지만 해도 이안은 질문이 많은 아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입을 다문 채 생각만 하는 아이였고, 생각이 많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던 아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그는 달라졌다. 마리엘 옆에 나란히 걸으면서, 그는 이제 더는 침묵하지 않았다.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 듯 그는 입을 열었고, 그것은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한 마디를 꺼냈다. 마리엘도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것은 놀람이 아니라 반가움에 가까웠다. 질문은 생각보다 쉽게 흘러나왔다.
“하느님은… 진짜 다 보고 계신 거야?”
처음에는 그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그 질문을 던지고 나서 이안은 알았다. 자신 안에 그렇게 많은 물음이 쌓여 있었다는 것을. 그의 마음은 마치 틈이 벌어진 둑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막을 수도 없었고, 막고 싶지도 않았다.
그 질문을 들은 마리엘은 잠시 고개를 돌려 이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아주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에게 비밀을 털어놓듯, 답했다.
“응. 다 보고 계셔. 근데 그게 감시하려고 보는 게 아니야. 걱정돼서 보시는 거야. 부모님이 아이들 볼 때처럼. 네가 뭘 잘못하나 찾으려고 지켜보는 게 아니라… 그냥, 네가 어디 있나, 힘들진 않나… 그게 걱정돼서.”
그녀의 그 말은 교과서적인 답이 아니었다. 마리엘은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읊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처럼 말했다. 그 말에는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이안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하느님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감시가 아니라 걱정이었다는 그 말에 무언가 묘한 충격을 받았다. 마리엘은 눈을 맞춘 채 조용히 말을 덧붙였다.
“지켜본다는 건 무서운 일이 아니라는 거야.”
그 말은 이안의 마음속 어딘가에 조용히 박혔다. 그는 무언가가 마음 깊은 곳에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면서도,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다만 마리엘의 그 말이 거짓으로 들리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하느님이 보고 계신다는 말이, 이제는 조금 덜 무서워지는 것 같았다.
그 말을 들은 이안은 고개를 숙인 채 잠시 입을 다물었다. 마리엘의 대답은 그의 마음 한가운데에 뭔가 부드러운 무언가를 남겼지만, 동시에 해결되지 않은 의문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었다.
결국 그는 멈출 수 없었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또 다른 질문이 터져 나왔다. 조심스럽게 입을 연 그는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그럼, 기도하면… 꼭 들어주셔?”
그 질문은 훨씬 더 조용한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스스로도 그 질문이 어쩐지 부끄러운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마치 ‘혹시 그렇지 않다고 해도 상처받지 않을 준비를 하려는 사람’처럼 조심스러웠다. 하느님에게 기도하면 정말로 들어줄까? 자신은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그저 한 번이라도 들어주길 바랐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건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그 질문을 꺼내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그때 마리엘이 잠시 걸음을 멈추듯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이번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을 마친 듯 작게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응. 들어주셔. 근데 꼭 내가 바라는 대로 되는 건 아닐 수도 있어.”
이안은 그 대답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 바라보았다. 마리엘은 그 시선을 외면하지 않았다. 천천히 이어 말했다.
“내가 뭘 원한다고 해서 그걸 바로 주시는 건 아닐 수도 있거든. 하느님은… 기다리시기도 하시고. 네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주시거나, 네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걸 주시려고 하실 수도 있어.”
그 대답은 이안에게 이상한 감정을 남겼다. 거절도 아니었고, 보장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분명히 ‘들어주신다’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자신이 원한 대답은 아니었지만, 그 대답이 마음에 조용히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이안은 더 묻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모르게. 마리엘의 대답은 거짓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자신이 기도라는 것을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이안은 깨닫고 있었다. 당연한 것이었따. 그는 아직 기도 뿐만 아니라 그 무엇도 알지 못했다. 그저 지금 자신은 친구를 통해 처음으로 ‘기도란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대답을 듣고 나자, 무언가가 터진 듯했다. 이안은 질문을 멈추지 못했다. 자신도 모르게, 마치 마음 안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터져버린 사람처럼, 그는 계속해서 궁금한 것들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숨 고를 틈도 없이 쏟아지는 질문은 이안이 그동안 혼자서 가슴에 품고만 있었던 것들이었다. 마리엘을 통해 하느님이라는 존재가 멀리 있는 신비가 아니라, 질문할 수 있는 무언가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는 거의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그럼 예수님은 왜 십자가에서 죽으셔야 했던 거야?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었어?”
“나는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해? 꼭 말로 해야 돼? 그냥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도 기도야?”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 거야? 하느님은 벌 주시는 분이야?”
그가 던진 질문들은 엉켜 있었고, 서툴렀고, 논리도 없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 절실함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도 마리엘은 한 번도 지치거나 답답해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모든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고, 오히려 반가운 손님을 맞이한 사람처럼 받아주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만큼만, 자신이 이해하는 만큼만 대답했지만, 그 대답들은 마치 어린 친구에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마리엘에게 하느님은 누구에게 설명하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누군가였기 때문이었다.
마리엘의 대답은 정답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이안은 마리엘의 그 말을 신부님보다 더 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녀의 대답은 책에서 배운 말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있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하듯 들려주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하느님은 벌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용서하기 위해 기다리고 계신 분이라는 그녀의 말은, 따뜻했고 단순했기에 오히려 더 이안의 마음에 와 닿았다.
그들의 대화는 마을을 벗어나 마리엘의 집으로 돌아와서도 계속됐다. 문 앞에서 마리엘의 엄마가 따뜻한 미소로 두 아이를 맞이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고, 엄마의 인사를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계속 질문을 주고받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리엘의 엄마는 부엌에 서서 아이들의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마치 그 광경이 대견스럽고, 동시에 흐뭇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마리엘과 이안은 그날 처음으로 친구가 된 날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깨닫고 있었다. 신앙은 하느님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 시작된다는 사실을. 자신은 하느님을 이해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 친구를 더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질문들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하느님에 대한 질문들이 사실은 모두 마리엘에게 가 닿아 있었다는 것을. 이안은 그날 하느님을 만나기보다 먼저, 친구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는 것도.
그날 이안에게 신앙은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하느님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어렵고 멀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질문을 들어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 대답을 기다려주는 친구가 옆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이 하느님을 알게 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확실하게 이안의 마음에 닿아 있었다. 그는 이제 자신이 묻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할 수 있었다. 모든 답을 알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알지 못해도 질문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하느님이 보내준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아주 작게, 처음으로 하게 된 날이었다.
이안은 그날 밤, 마리엘의 집 앞에서 작별 인사를 하며 문득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질문은 끝나지 않았고, 아마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리엘은 언제나처럼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했다.
“괜찮아. 궁금한 건 다 물어봐. 나는 괜찮아.”
그 말은 오래도록 그의 마음속에 남았다. 그 말이 아마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하고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때는 아직 몰랐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