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어둠 속, 혼자만의 기도

믿음이 머무는 동네

by 제이욥

묵주를 책상 위에 내려놓은 채 등을 돌리고 누웠지만, 이안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방 안은 여전히 조용했고, 묵주의 작은 구슬들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그는 몇 번이나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뒤척이며 몸을 돌려 다시 묵주를 바라보았다. 구슬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어딘가 그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안은 작게 숨을 들이켰다.

‘그냥 이렇게 두면 안 될 것 같은데…’


하지만 손을 뻗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그 묵주를 다시 쥐게 되면 뭔가를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마음 한편에서는 묵주를 잡고 다시 기도를 해보자는 속삭임이 들렸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걸 해본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거야’라는 냉소가 밀려들었다. 그 두 가지 마음 사이에서 그는 방금 전처럼 손끝을 내밀지도, 등을 완전히 돌리지도 못한 채 가만히 누워 있었다.


침묵 속에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침묵은 그에게 휴식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한 두드림처럼 울리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손끝으로 그 두드림을 더듬고 있었다.


결국 이안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스스로도 왜 그렇게 하는지 알 수 없는 채, 그는 조용히 묵주를 향해 손을 뻗었다. 차가운 구슬이 손바닥에 닿았을 때, 그는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걸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라는 냉소가 여전히 속삭이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목소리는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손안에 묵주가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설명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왔다. 어쩌면 신부님이 말했던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이라는 그 말이, 지금 그에게 핑계처럼 작용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는 조용히 묵주의 첫 번째 구슬을 손끝으로 굴렸다.


"주님의 기도..."


작은 속삭임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말이 되지 않는 기분이었다. 무언가 거창한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자신과 달리, 그저 주저하며 속삭이는 기도로도 괜찮다는 신부님의 말이 기억 속에서 떠올랐다.


그리고 두 번째 구슬.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입술을 떨며 성모송을 따라 중얼거릴 때,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마치 무언가를 붙잡듯 그 기도를 이어가고 있었다.


구슬은 차갑고 작았지만, 손끝에 닿는 그 감촉이 어쩐지 마음을 붙잡아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그는 세 번째 구슬로 손을 옮겼다. 기도는 익숙하지 않았고, 목소리도 자신 없는 속삭임에 불과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누군가 들으라고 하는 기도가 아니라,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혹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그는 그 사실을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다음 구슬을 손끝으로 굴리고 있었다.


그렇게 손끝으로 구슬을 한 알 한 알 옮기며 기도를 이어가던 이안은 문득 자신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여전히 작은 속삭임이었고, 중간중간 말이 꼬이기도 했지만, 그의 손끝은 멈추지 않았고, 마음도 그렇게 따라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묵주를 쥔 손에서 느껴지는 구슬의 감촉을 단순한 물건으로 인식하지 않게 되었다. 구슬을 굴릴 때마다 마음 어딘가에 작은 울림이 생겨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중얼거리는 성모송과 주님의 기도는 여전히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 말들을 흉내 내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치 그 말을 하는 행위 자체가 무언가를 향해 마음을 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어둠 속에서 묵주의 구슬 하나하나가 차갑게 반짝였고, 이안은 그 빛나지 않는 구슬들을 손끝으로 느끼며 끝까지 기도를 이어갔다.


기도를 마쳤을 때, 그는 긴 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무언가 거창한 일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 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기도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자신도 모르게 시작한 그 기도가 끝났을 때, 이안은 자신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것을 막연히 느끼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묵주를 내려놓으며 아주 작게 속삭였다.


“혹시… 듣고 계셨다면…”


그 말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그는 끝까지 알지 못한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렇게 그 밤, 그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그 작은 시작이, 자신 안에 남았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느꼈다.


이안은 묵주를 조심스럽게 손에서 내려놓았지만, 손끝에는 여전히 구슬의 감촉이 남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방 안은 변한 것이 없었다. 불 꺼진 천장, 가만히 멈춘 공기, 그리고 문틈 너머로 들려오는 가족들의 작은 생활 소음. 그런데도 그는 방금 전까지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는 그 사실만으로, 어쩐지 자신이 이 공간 안에서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무릎 위에 묵주를 얹은 채, 한참 동안 그 묵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물건에 불과했지만, 이제 그의 눈에 그것은 무언가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처음으로 무언가를 바란 시간, 아무도 모르게 마음속에서부터 꺼낸 말들, 그리고 손끝으로 이어진 그 작은 기도의 시작이 그 묵주 안에 스며든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음 한가운데는 여전히 어지러웠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걸 한다고 뭐가 바뀔까’라는 회의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방금 기도를 마쳤다는 그 사실조차 어쩌면 스스로에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안은 알고 있었다. 회의감이나 의심과는 별개로, 자신이 분명히 기도를 했고, 그 기도가 끝까지 이어졌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 어딘가에 작은 울림이 남아 있다는 것을.


그 울림은 크지도 않았고, 명확하지도 않았다. 그저 아주 작은 떨림처럼 그의 가슴 한가운데에 남아 있었고, 그 존재를 잊지 못하게 했다. 이안은 다시 묵주를 손에 쥐었다. 이번에는 기도를 이어가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그 작은 구슬들의 감촉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그 차갑고 둥근 감촉이, 이상하게도 자신을 붙잡아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문득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쩌면… 이게 맞을지도 몰라.’


그러나 그 말은 끝까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는 그 생각을 더 이어가지 않은 채, 묵주를 조심스럽게 베개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등을 돌려 몸을 웅크린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잠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묵주를 손에 쥐었던 그 손을 가슴 가까이에 붙인 채, 오래도록 그 작은 울림과 함께 침묵 속에 머물렀다. 그 밤, 그는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아주 작고 조심스러운 믿음의 씨앗 하나를 마음 안에 심고 있었다.


그렇게 이안은 밤을 넘겼다. 침묵 속에서 묵주를 가슴 가까이에 두고 한참이나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지만, 쉽게 잠들 수는 없었다. 방 안의 공기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고, 집 안 어디서도 달라진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변하지 않은 일상속에서 자신만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는 막연한 감각이 그를 잠 못 들게 만들었다. 묵주를 손끝으로 더듬다가 놓친 그 밤의 기도는 결코 완벽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스스로에게도 어설프게 느껴졌지만, 이안은 그 어설픈 시작을 잊을 수 없었다.


아침이 밝아왔을 때, 그는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가족들과 마주했지만, 식탁에 앉아 아무 말 없이 빵을 베어 물던 그 순간에도 자신이 밤새 붙잡고 있던 그 작은 묵주가 마음 한구석에서 계속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묵주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처음으로 시도했던 그 기도가 마음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속으로 중얼거렸던 그 작은 기도,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그 손끝의 움직임이, 이제는 자신에게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의미로 남아 있었다.


그 순간, 이안은 알게 되었다. 어쩌면 믿음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들키지 않기 위해 숨기며 시작되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자신조차 몰래 시작한 그 기도의 밤이 자신을 가장 솔직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색하게 미소 짓지도 않았고, 묵주에 대해 이야기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다시 기도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작은 구슬을 손끝에서 굴릴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더듬었던 그 낯선 말들을 다시 되뇌게 될 거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아주 작게, 아주 조심스럽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그는 아무도 모르게, 자신에게만 들리는 기도의 첫걸음을 조금씩 준비하고 있었다.


이안은 학교에 가는 버스 안에서도 묵주를 떠올렸다. 손에 쥐었던 차가운 구슬들의 촉감이 생생하게 기억났고, 그 작은 알들을 굴릴 때마다 머뭇거리며 흘린 속삭임들이 귓가에서 되살아났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그의 그런 기억을 알지 못했다. 모두들 이어폰을 꽂거나 창밖을 보거나 각자의 휴대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심히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안은 가방 안쪽에 깊이 숨겨둔 묵주를 떠올리며, 자신이 평소처럼 그들 틈에 앉아 있으면서도 어쩐지 조금 다른 세상에 속해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그가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며 중얼거렸던 그 기도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태어난 것이었고, 그 때문에 더 소중하게 여겨졌다. 그는 괜히 손끝을 가방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묵주를 만져보려다 멈췄다. 괜히 누가 볼까 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도 그는 괜스레 주위를 살폈다.


그러고는 조용히 손을 빼냈다. 오늘은 다시 시작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을 타일렀지만, 가방 안에서 느껴지는 그 작은 무게가 마음 한편을 계속 무겁게 눌렀다. 자신이 기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누군가에게 들키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묵주는 차갑지 않았고 무겁지 않았지만, 그 작은 시작을 스스로 인정하는 일이 오히려 더 두려웠다. 그리고 그 두려움이 그를 다시 기도하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아직은 모른 채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며 버스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이안은 쉽게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굳이 갈 곳이 없는 주제에 천천히 걸었고, 학교 근처를 빙빙 돌다가 습관처럼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았다.


가방 안에 있는 묵주가 자꾸만 떠올랐다. 손에 쥐지 않았는데도 손끝에서 그 알갱이들의 감촉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가방을 열었지만 꺼내지 않았다.


혹시라도 누가 볼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자신이 뭘 숨기고 있는 건 아닌데도 이상하게 들키고 싶지 않은 감정이 들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왜 그런 걸 해?’라는 질문을 받게 될까 봐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자신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으니까. 묵주는 여전히 무게도 없는 듯 가방 속에 가만히 있었다. 이안은 손끝으로 가방 안을 더듬으며 그 존재를 확인한 채, 가만히 숨을 삼켰다.


오늘도 아마, 그냥 지나칠 것이다. 묵주는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으로 충분했다. 어쩌면 지금은 그게 전부라고 그는 스스로를 설득하려 애썼다. 그렇게 가만히, 아무 말도 없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옆을 지나가는 아이들은 아무도 이안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작고 조용한 무언가를 안고 있는 기분으로, 그렇게 또 하루를 넘기고 있었다.


밤이 되어서야 그는 결국 묵주를 손에 쥐었다. 방 안 불은 꺼져 있었고, 창밖에서는 루멘시티 특유의 네온사인이 희미하게 번졌다. 가방 안에 넣어두었던 묵주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손바닥 위에 올려두었을 때, 그는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가르쳐준 그대로 묵주알을 하나하나 만져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손끝이 움직이지 않았다.


무언가 대단한 결심이라도 필요한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이걸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뭐가 바뀔까 하는 회의가 마음 속 어딘가에서 반복되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묵주를 놓지 않았다.


결국 그는 주먹을 쥐듯 묵주를 움켜쥐었고, 침대 위에서 무릎을 끌어안은 채 그렇게 웅크렸다. 기도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그리고 자신조차 스스로를 못 들여다보게 하려는 듯 묵주를 손안에 가둬놓았다. 아주 작고 조용한 싸움이, 그 밤, 그 방 안에서 홀로 벌어지고 있었다. 이안은 그게 기도의 시작인지조차 몰랐다. 다만 그가 기도할 수밖에 없는 마음으로 조금씩 밀려가고 있다는 사실만이 천천히 몸 안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묵주알 하나를 손끝으로 굴리기까지, 그는 꽤 오랜 시간을 침묵 속에서 머물렀다. 마치 스스로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눈을 감은 채, 그저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손끝이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그는 가르쳐준 대로 첫 번째 묵주알을 잡았고, 입술을 아주 작게 달싹였다.

“주님의 기도…”


속으로 외운다고 생각했지만, 그 작은 입술 움직임조차 자신에게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향해 처음 말을 거는 기분이었다. 그는 그렇게 주님의 기도를 어설프게 중얼거렸고, 그 기도가 끝나기도 전에 손끝으로 다음 묵주알을 더듬었다.


성모송. 익숙하지 않은 그 기도문이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이번엔 아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따라 외우듯 중얼거렸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단어 하나하나가 낯설었고, 그 낯설음 속에서 그는 혼자 작은 싸움을 계속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고 손끝으로 알을 굴렸다. 어설프게, 그러나 아주 작은 시작을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기도는 끝내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안은 몇 개의 묵주알을 더 굴리다가, 결국 손끝을 멈췄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저 반복되는 기도문을 외우는 일이 점점 더 부끄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묵주를 내려놓고 싶다는 충동이 순간적으로 마음속에서 일어났지만, 그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다시 묵주알 하나를 굴리며, 마음속으로 되물었다. ‘이걸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그러나 동시에 또 다른 목소리가 조용히 밀려들었다. ‘그래도, 혹시…’ 이안은 묵주를 내려놓지 않기로 했다. 기도를 이어가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손에서 내려놓지는 않기로. 손끝에 쥔 작은 묵주가 자신을 비웃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그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믿고 싶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이안은 아무 소리 없이 묵주를 쥔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되뇌며.


그렇게 묵주를 손에 쥔 채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던 이안은 결국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감각에 지쳐 조용히 손을 무릎 위에 내려두었다. 그러나 손끝에서 전해지던 그 작은 둥근 알갱이들의 감촉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손바닥 안에 남아 있는 온기와 질감이 마치 잊지 말라고 말하는 듯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냥… 조금만 더…”

이유도 모른 채, 설명도 없이, 그는 다시 묵주알 하나를 굴리며 주님의 기도를 읊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마음속에서는 분명 기도가 이어지고 있었다. 형체 없는 어둠 속에서, 이안은 자신이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주 작은 기도로 깨닫고 있었다. 비록 완전한 기도는 아니었지만, 그는 오늘 밤 자신이 처음으로 마음을 내어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기도를 이어갔다.


그 밤, 이안은 결국 묵주를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 채로 잠이 들었다. 손끝에 얽힌 작은 알갱이들은 그의 손 안에서 조용히 서로 맞닿아 있었고, 그의 숨소리는 점점 느려지며 고요한 방 안에 번져갔다. 그는 기도를 끝내지 않았고, 완성하지도 못했지만, 그가 잠든 채로 손에 쥐고 있던 그 묵주는 마치 그의 마음 속에 작고 조용한 씨앗 하나를 심어놓은 듯, 밤새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어둠과 침묵으로 가득한 루멘시티의 새벽 안에서, 아무도 모르게 기도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렇게 아침이 밝아왔을 때, 이안은 손 안에 여전히 묵주가 쥐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용히 손을 펴보았다. 손바닥에 남은 작은 눌린 자국을 바라보며 그는 어쩐지 그 흔적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기도는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그날 밤 자신이 시작한 그 작은 시도가 괜히 소중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묵주알 하나하나가 마치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아주 작고 느리지만, 틀리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처럼. 이안은 묵주를 손 안에 다시 천천히 쥐며 오늘도 저녁이 되면 다시 한번 기도 해보리라 조용히 다짐했다. 비록 서툴더라도, 누군가를 위해 기도해보는 일이, 이제는 그에게 어쩐지 당연한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손끝으로 묵주를 굴리며 성모송을 중얼거리는 동안 이안의 마음에는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조금씩 번져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기도를 흉내 내듯 따라 하기 시작했지만, 한 알 한 알 구슬을 옮기며 반복하는 그 말들이 마치 마음 어딘가로 스며들고 있다는 것을 그는 느끼고 있었다. 기도가 무엇인지도,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잘 알지 못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생각보다 그 말들이 자신에게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문득 이안은 자신이 무언가를 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입술이 저절로 멈췄고, 그 침묵 속에서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가만히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엄마… 아빠… 에린…’ 그 말은 기도가 아니었지만, 그 순간 이안에게는 그 이름들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기도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처음으로 남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그때까지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다만 손끝에 감긴 묵주알을 하나하나 옮기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불러본 그 시간이, 그의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무언가를 심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아주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냥… 지켜주세요…’ 그것이 그날 이안이 할 수 있었던 전부였다. 그리고 그 단순한 기도는 그에게는 생애 첫 번째 기도가 되었다.

며칠이 지났다. 이안은 일요일마다 조용히 성당을 다녀오는 자신의 새로운 일상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지만, 그것이 완벽하게 숨겨질 수는 없다는 사실을 그는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마리엘과 함께한 성당에서의 기억, 신부님이 건넨 묵주, 그리고 처음으로 혼자서 시작해본 그 짧은 기도는 그의 마음속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지만, 그것이 그의 표정이나 행동을 통해 천천히 바깥으로 새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이안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랬기에 에린의 물음은 너무도 불시에, 그러나 어쩌면 당연하게 다가왔다.


“형, 요즘 일요일마다 어디 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이안은 몸을 멈췄다. 문이 닫혀 있던 터라 동생이 무슨 표정으로 묻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문틈 아래로 비치는 작은 그림자만이 그의 마음을 조용히 흔들었다.

이안은 한참을 망설였다. 거짓말을 해야 할지, 솔직하게 말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말없이 서 있었다. 동생에게 성당에 간다고 말하는 것이 왜 이렇게 망설여지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냥… 기도하러.”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대답했다. 말을 꺼낸 뒤 이안은 다시 침묵했다. 그 말이 동생에게 어떻게 들렸을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의외였다. 에린은 그 말을 듣고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문 앞에 서 있던 동생의 그림자가 그대로 멈춰 있었고, 잠시 후 조용히 걸어가는 발소리만 들렸다. 비웃지도 않았고, 이상하게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 평범한 반응이 오히려 이안을 더 멍하게 만들었다.


그날 이후 에린은 특별히 성당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이번에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이안에게 느닷없이 질문을 던졌다.


“형, 하느님은 진짜 있어?”

그 목소리는 장난이나 호기심 섞인 질문이 아니었다. 그냥 궁금해서 툭 던진 것 같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조심스러운 느낌이 섞여 있었다. 이안은 그 질문을 듣고 잠시 멈췄다. 그리고 생각보다 길게 고민한 후 아주 작게 말했다.


“…응. 그냥 그런 것 같아.”

그 답변은 자신도 확신할 수 없는 어설픈 말이었지만, 그 순간 에린은 더 묻지 않았다. 동생은 이안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로 에린은 종종 형에게 묻곤 했다.


“그럼 기도하면 진짜 들어주셔?”

“성당은 뭐 하는 데야?”

“기도할 땐 꼭 무릎 꿇어야 해?”


질문들은 별다른 맥락 없이 이어졌고, 이안은 자신이 아는 만큼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자신이 들은 대로, 마리엘에게 배운 대로 설명했다. 하느님이 벌을 주려고 보는 분이 아니라 걱정돼서 보고 계신다고. 기도는 꼭 말로 안 해도 되고, 그냥 마음으로 이야기하면 되는 거라고. 그 단순한 대답들을 에린은 놀랍게도 귀찮아하지 않고 조용히 받아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에린은 저녁을 먹고 나서 갑자기 이안에게 다가와 아주 조용히 물었다.


“형… 나도 가도 돼?”


그 말에 이안은 순간 멈췄다. 대답을 할 수 없는 것도, 거절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 말이 너무 뜻밖이라 어쩔 줄 몰라했다. 에린은 그저 형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심스럽고도 조용한 눈빛으로.


“응. 가자.”


결국 이안은 그렇게 대답했다. 아주 작게, 하지만 분명하게. 그리고 며칠 뒤, 두 사람은 함께 카르멘타운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이안 혼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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