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기획서
『예언자의 식은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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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의도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삼성전자를 사야지. 비트코인을 사야지. 테슬라를, 엔비디아를, 그 무엇이든. 답을 알고 있으니까. 우리는 이미 시험지를 본 학생이니까.
그런데 정작 아무도 묻지 않는 게 있다.
그 '답'을 들고 과거로 돌아간 사람은, 밥을 어떻게 먹을까. 잠은 어떻게 잘까. 이미 죽을 걸 아는 어머니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 소설은 회귀 판타지의 욕망 구조를 빌려오되, 그 욕망이 실현된 뒤에 찾아오는 존재론적 멀미를 그린다. 주가 차트가 아니라, 차트를 들여다보는 눈의 충혈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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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현대소설. 회귀 설정을 차용하되 장르 문법에 복종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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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2025년, 서른여덟. 천준혁은 중소기업 과장이다. 전세 만기가 코앞이고 아이 학원비가 밀려 있다. 회식 자리에서 습관처럼 말한다. 비트코인 그때 살걸. 삼전 그때 안 팔았으면.
눈을 뜨니 2008년이다. 스물한 살. 대학교 3학년 학기 초, 기숙사 2층 침대 위.
준혁은 모든 답을 알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진다. 아이폰이 세상을 바꾼다. 비트코인이라는 게 태어난다. 그는 정확하게 돈을 번다.
문제는 돈이 아닌 곳에서 시작된다.
2008년의 어머니는 부엌에서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다. 그 어머니가 2019년 겨울에 죽는다는 걸 준혁은 안다. 냄비 뚜껑이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귓속에서 이상하게 울린다. 대학 동기 영수와 맥주를 마신다. 영수가 2015년에 이혼한다는 걸 안다. 건배잔을 부딪치는데 손끝이 서늘하다.
결정적인 균열은 최서연에게서 온다. 원래의 시간에서 준혁의 아내였던 사람. 지금 서연은 스물둘이다. 준혁이 사랑했던 이유를 아직 하나도 갖추지 않은 채, 과 MT에서 다른 남자 옆에 앉아 웃고 있다. 준혁은 이 사람의 서른다섯 살 얼굴을 안다. 새벽 수유에 지쳐 부은 눈두덩이를 안다. 그런 감정을 스물둘짜리한테 들이밀 수가 없다. 어정쩡하게 거리를 두는 사이, 서연의 인생은 원래의 경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자산은 불어나고, 밥맛은 사라진다.
준혁은 편의점 삼각김밥을 뜯다가 운다. 2025년에 태어났을 딸의 무게가 양팔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안아본 적 있는 무게. 이 시간선에서는 태어나지 않을 아이.
기억도 흔들린다. 비트코인 폭등이 2017년 12월이었나 11월이었나. 기억은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다. 감정에 젖어 있고, 구멍이 뚫려 있다. 확신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가 가진 유일한 무기가 사라진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미래를 소유한 게 아니었다. 현재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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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천준혁
서른여덟의 피로를 스물한 살의 관절에 구겨 넣은 사람. 겉으로는 또래보다 조숙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시차 부적응에 시달리는 여행자에 가깝다. 미래의 주가는 기억하면서 어머니 제삿날이 양력이었는지 음력이었는지 헷갈린다. 돈을 벌수록 어떤 감각이 닳아가는데, 그게 무엇인지 이름 붙이지 못한다.
최서연
2008년의 서연은 준혁의 기억 속 아내와 다른 사람이다. 같은 얼굴, 같은 이름, 전혀 다른 사람. 준혁이 사랑했던 것은 서연이라는 인간이 아니라 '서연과 함께 보낸 시간'이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이 인물을 통해 드러난다.
어머니
2019년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이 사실을 아들만 안다.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른 채 아들의 통장 잔고가 늘어나는 것을 대견해하고, 준혁은 그 대견해하는 얼굴을 볼 때마다 목 안쪽이 쓰리다. 이 소설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잔인한 관계.
김영수
대학 동기. 준혁의 유일한 친구에 가까운 인물. 원래 시간선에서 2015년에 이혼하고 2020년에 자영업으로 빚을 진다. 준혁은 이 사람을 구해야 하는지, 구할 수 있기는 한 건지 계속 망설인다. 망설이는 사이 영수는 알아서 자기 인생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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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구성 (15~20화, 회당 3,000~5,000자)
1부. 확신의 계절 (1~4화)
회귀 직후부터 첫 번째 큰 수익까지. 리먼 사태를 이용한 포지션, 성공. 이 구간을 의도적으로 성기게 쓴다. 독자가 기대하는 통쾌한 성공 서사의 밀도를 일부러 비운다. 이미 결과를 아는 사람에게 과정이란 그저 대기 시간이기 때문이다. 준혁의 권태가 서사의 온도가 된다.
2부. 식은 밥 (5~10화)
돈은 쌓이고 삶의 질감은 사라진다. 서연과의 어긋남이 본격화되고, 어머니의 건강한 모습이 오히려 준혁을 할퀸다. 투자는 기계적으로 계속되지만, 준혁의 내면 시간은 점점 느려진다. 매수 버튼을 누르는 장면보다 버튼을 누르기 직전 엄지손가락의 건조함을 쓰는 구간.
3부. 부작용 (11~15화)
기억의 오류가 시작된다. 확신이 흔들리고, 원래 시간선에서 태어났을 딸의 부재가 신체적 통증으로 전이된다. 준혁이 '미래를 아는 자'에서 '과거를 잃어버린 자'로 추락하는 과정.
4부. (16~20화, 열린 구조)
결말의 방향은 집필 과정에서 결정한다. 다만 확정된 원칙이 하나 있다. 준혁은 깨닫지 않는다.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었어"라는 문장을 이 소설은 허락하지 않는다. 돈도 소중하고 사랑도 소중한데 둘 다 손에 쥘 수 없다는 것, 그 악수 불가능성 위에 마지막 문장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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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쓰지 않을 것들
회귀물의 장르 공식 — 전생의 원수 응징, 히든 피스 선점, 먼치킨 성장 — 을 따르지 않는다.
투자 디테일을 나열하지 않는다. 종목명과 수익률은 최소한으로. 대신 증권사 창구의 형광등 색깔, HTS 화면에 반사된 얼굴의 그림자, 매도 체결 알림음이 울릴 때 옆자리 사람이 기침하던 소리를 쓴다.
교훈을 말하지 않는다. 독자가 덮은 뒤에 밥을 먹다가, 문득 숟가락을 내려놓게 되는 소설. 그 이유를 독자 스스로 찾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