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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호 Sep 27. 2024

'오매, 단풍 들것네'... 영랑이 생각난다

9월 25일, 2024년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붉은 감닢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 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

나는 비숍을 갈 때마다 영랑의 시가 생각난다. 


25일 친구와 함께 당일치기로 비숍 단풍구경을 다녀왔다. 

아침 6시에 출발. 395번을 따라 사막을 가로질러 달린다. 모래와 암석으로 이루어진 사막의 민둥산이 파도처럼 끝없이 펼쳐진다. 

가을 햇볕은 따뜻하고 길은 한가하다. 가끔 피스타치오 농장과 알팔파 농장이 눈에 띈다. 


4시간 정도 달려서 비숍에 도착했다. 산 아래 부분에는 단풍이 아직 이르다. 해발 9000피트, 백두산 천지 높이의 사브리나 레익에는 노란 단풍이 산기슭을 물들였다. 1~2주 후면 절정에 이를 듯하다. 

산 정상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고, 쪽빛 호수의 반짝이는 윤슬은 바람에 팔랑대는 아스펜 나뭇잎의 노랑 물결과 조화를 이룬다. 몇몇은 물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고, 눈인사를 건넨 시니어 두 분은 당나귀를 몰고 트레킹을 한다. 

청량한 바람이 귓가를 스치는 이곳엔 골치 아픈 정치도 없고 인플레를 걱정하는 경제도 없다. 자연은 늘 그렇듯 우리에게 편안한 마음을 선사한다. 

[사진=Lake Sabrina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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