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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호 Oct 15. 2024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붉은 수박의 맛을 생각하며...

[뉴욕타임스로 세상 읽기] 10월 14일, 2024 

Can the Government Get People to Have More Babies?


오늘 자 신문에서는 일본의 30년 출산장려정책이 실패했으며,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출산율 감소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일본은 30년을 연구했는데, 원인도 방법도 모르겠다고 한다. 


정답은 노벨상 수상 작가 한강과 남편이 나눈 대화 속에 있다. 다가오는 세상의 빛깔은 삭막하고, 아이가 태어난들 고통의 긴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올지 걱정이라는 것. 그러나 한강의 남편은 아내를 잘 설득했다. 


한강의 올해 나이는 쉰넷. 애를 안 낳으려고 했던 작가가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일화가 재미있다. 24년 전 쓴 자전소설 '침묵'에 있는 내용이라고 한다. 남편과의 대화 내용이다.  


한강: “못다 이룬 꿈을 자식의 인생에 이르러 성취하겠다는 식의 소유욕에 염증을 느꼈고, 다가오는 세상의 빛깔은 삭막하게 보였다”

“잔혹한 현실의 일들을 볼 때면 고민 없이 아이를 낳는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남편: “세상은 살아갈 만도 하지 않나, 그렇다면 한 번 살아보게 한다고 해도 죄짓는 일은 아니지 않나.”


한강: “세상이 아름다운 순간들이 분명히 있고 현재로선 살아갈 만하다”

그러나 “아이가 그 생각에 이를 때까지, 그때까지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올지,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지.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몫도 결코 아닌데 어떻게 그것들을 다시 겪게 하느냐.”


남편: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 여름엔 수박도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지 않나. 그런 것 다 맛보게 해주고 싶지 않아? 빗소리도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주고 싶지 않냐.”


한강: “다른 건 몰라도 여름에 수박이 달다는 건 분명한 진실로 느껴졌다”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붉은 수박의 맛을 생각하며 웃음 끝에 나는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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