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스토리가 주인공을 만드는 게 아닐까?
인간은 다채롭다. 겉모습은 할리 데이비슨을 탈 것 같은 얼굴에, 문신은 가득하고, 덩치는 190이 넘는다. 딱 봐도 뭔가 포스가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취미로 식물을 키우고, 문신은 어릴 적 화상을 가리기 위해 억지로 한 것이고, 하는 일은 플로리스트라면. 뭔가 우리는 반전 매력을 느낀다. 예상했던 것이 틀렸을 때 오는 쾌감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그 사람의 스토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요새 많이 꽂혀있는 것이 이 '스토리'이다. 작은 브랜드를 준비하고, 팔로워가 적은 계정을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계속 이것에 관심이 많다. 스토리가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것을 많이 느끼고, 그것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근데 스토리에 꽂힌 이유도 어쩌면 전략적인 선택이 아니라,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어서 그렇다.
기능과 서비스의 퀄리티는 비교가 가능하다. 우열을 나눌 수가 있다. 뭐가 더 좋고, 더 나쁜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스토리는 비교가 불가하다는 점에서 작은 브랜드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다. 왜냐면 스토리는 지어내지 않는 이상 고유성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말 그대로 이야기다. 이야기는 내가 살아온 인생과 연결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에서 결국 출발하기 때문인데, 만약 거기서 출발하지 않는다면 본인이 그 스토리를 쌓아가는 와중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본질적인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렇기에 남들과 비교할 수 없고, 동시에 그 스토리가 거창하든 하찮든 남들이 들어줄 이유가 생긴다. 왜냐면 모두 다 다른 스토리를 갖고 있기에.
비단 작은 브랜드나 서비스적인 측면에서만 스토리가 유효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할 순 있다. 우람한 근육질의 몸매를 갖든, 홀릴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을 지니든 우리는 시각적이고 원초적인 것에 끌린다. 유머 계정이 인스타그램에서 잘 되는 이유도, 얼굴이 잘난 사람이 팔로워가 많은 것도 당연한 이치이자 본능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외적인 모습만 보고서 우리는 응원하지 않는다.
끌리고 좋아하는 감정과 그 사람을 응원하게 되는 마음은 미묘하게 다르다. 교집합도 분명히 있으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외적인 느낌과 모습을 좋아하는 것이냐, 혹은 그 안에 있는 생각과 철학을 좋아하는 것이냐일 것이다. 이처럼 인간이든, 브랜드든, 서비스든 겉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게 본질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결국 누군가의 지지를 받고, 공감을 얻고, 응원할 수 있는 동료가 되려면 그 사람의 생각과 철학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변할 수 있지만, 안에 있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스토리와도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축구팀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축구 선수를 왜 좋아하고, 또 그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되게 원초적으로 생각해 보면 축구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 때문이다. "저기서 어떻게 저렇게 패스를 해?" 이런 플레이 때문에 팬이 되어서 유니폼을 구매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이유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기적 같은 일들 때문이다.
레스터시티라는 팀이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하여, 우승을 하였는데 그때 레스터시티가 우승할 확률이 0.01%가 되지 않았다. 왜냐면 상식적으로 기존의 강팀들이 즐비했고, 이제 막 2부 리그에서 승격한 팀이 우승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근데 그게 이뤄졌다. 강등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팀이 우승을 한다는 것. 그게 현실에선 가능할까. 0.01%도 안 되는 가능성에 인생을 걸기엔 두려움이 먼저 든다. 하지만 그 가능성에 배팅을 해서 꿈을 달성한 팀을 보면서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 팀이 가진 색채(지역 연고, 스토리와 플레이 스타일) 일 것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외적으로 보이는 것도 있지만, 내부적인 아이덴티티가 더 크다. 자신이 대표하는 지역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뛰는지, 또 이 팀이 다른 라이벌 팀과의 관계에서 어떤 태도를 보여주는지. 질 때 지더라도 끝까지 화끈하고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이는지. 이것은 결국 그 팀의 스피릿과 철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렇듯 축구만 봐도 이해하기 쉽다. 결국 선수 개개인의 화려한 플레이 때문에 팬이 될 수 있지만, 그것에만 매몰되면 더 잘하는 선수가 나올 때 갈아타기가 쉽다. 하지만 선수든 팀이든 스토리를 아는 순간, 쉽게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거듭 말하지만 스토리가 핵심이다.
일단 대전제는 이렇다. 효과적인 방법은 있을지라도, 정도는 정해져 있다. '꾸준히, 시간을 갖고'. 적어도 난 이렇게 생각한다. 왜냐면 스토리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브랜딩이랑도 비슷하다. 그렇기에 시간을 갖고, 천천히 전달해야 한다. 그게 누군가는 비효율적이라고 하겠지만, 스토리는 이성과 숫자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주야장천 글만 쓴다고 우리의 스토리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 또한 아니다. 오히려 효과적인 전략은 이 포인트에서 고민해야 한다. 진정성 있는 글을 쓰는 것은 좋지만, 그 글과 더불어서 도전과 실행등이 뒷받침되어야 오히려 직접적으로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이것도 축구를 예를 들어보자. 축구 문화를 키우는 것에 대해서 진정성이 있다고 백날 말하는 것보다, 실제로 약간의 돈이라더라도 유소년 축구에 기부를 하는 게 보는 사람 입장에선 더 와닿을 수 있다. 물론 이건 하나의 예일뿐이지, 꼭 이렇게 하라는 것은 아니다. 기부는 방법 중의 하나일 뿐 꼭 금전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이 말의 뜻은, 무언가 시도하고 행동으로 옮겼을 때 사람들은 더 그 마음을 느낀다는 것이다.
아마 7월에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될 예정이다. 근데 그 프로젝트는 내게도 큰 도전이지만, 위에 내가 쓴 것처럼 하나의 스토리를 어필하는 일이다. 그 스토리를 어떤 식으로 어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아마 7월 내내 고민하고 실행해 볼 예정이다. 그리고 그 시작과 중간 과정의 배움들을 하나씩 기록해 보도록 하겠다.
"축구를 더 많은 사람이, 더 즐겁게"라는 믿음으로
축구와 관련한 사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코리안 야야뚜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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