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리안 야야뚜레 Sep 13. 2023

준비하던 프로젝트를 뒤엎었다.

때론 뒤엎을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야심 차게 

하나의 브랜드를 준비 중이었다.


11월 말을 목표로 하나의 브랜드를 런칭하는 프로젝트였다.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하는 놈이 뭔 갑자기 무슨 브랜드냐고? 묻는다면 사실 코리안 야야뚜레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구상해 왔던 것 중 하나이다. 기술 베이스의 프로덕트를 당장 만들기 어렵지만, 브랜드는 가능할 거라고 판단했다. 아, 물론 축구와 관련된 것이다.


어떤 브랜드였냐면, 패션과 생활 용품등을 판매하는 브랜드. 이렇게 말하면 조금 의아할 수 있겠지만 이거 이상으로 어떻게 더 적확한 단어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디자인이 이쁜 티셔츠, 후드, 텀블러 등을 파는 브랜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 상품들의 교집합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살만한 것들이고.


브랜드 명도 정했고, 앞으로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 브랜드의 톤 앤 매너를 잡는 작업을 7-8월 중부터 시작을 하였다. 물론 그 앞단에 있는 브랜드 스토리나 철학, 던지려는 메시지등은 모두 탄탄하게 잡아두었기에 진짜 이제 브랜드 디자인만 나오면 쭉 달려봐야지!라고 마음먹고 있었다. 웹사이트도 만들고, 샘플도 받아보고 하면서 진짜 브랜드를 런칭하려는 내 마음은 총성이 울리길 기다리는 육상 선수 같았다. 


그렇게 순항을 하던 차에, 한 가지 의구심이 생겼다. 

그 의구심의 발현은 누군가와의 대화에서부터 시작한다.


한 대표팀에게 연락하여 커피챗을 진행했다. 평소 즐겨보던 인스타그램 계정이기도 했고, 그의 생각이나 글들이 늘 내게 영감을 주는 편이었기에 약간의 팬심이 더 컸던 것 같다. 만나주지 않아도 실망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감사하게도 시간을 내어주셨고, 내 생각과 꿈 그리고 여러 비즈니스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분은 브랜드 디자인부터 브랜딩 작업 혹은 초기 단계의 브랜드 컨설팅까지 해주시는 회사의 대표님이셨다.


근데 거기서 여러 가지 질문을 정리해서 드렸었는데, 그중 하나는 이거였다. 약간 사심이 담긴 질문이었다.

"만약 대표님이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한다고 가정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실 거 같으신가요?"


나는 당연히 브랜드의 Why. 브랜드의 철학. 세상에 던지려는 메시지 등을 세울 것이라고 이야기하실 줄 알았다. 난 그게 정답이라고 배웠었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그게 중요하다고 늘 생각하기도 하고. 근데 조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물론 그것도 좋지만, 내가 타겟팅하는 소비자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더 깊게 분석할 것 같아요"


조금 머리가 띵하고 맞은 것 같았다. 브랜드를 제작하는 주체의 측면에서만 계속 고민하고 어떤 걸 만들고 팔지만 생각을 했었는데 본질적인 것은 브랜드를 소비해 줄 대상에 있었다. 굉장히 단순한 이것을 나는 계속 간과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뇌피셜이었고, 내 관점에서만 계속 잘 될 거라 상상하고 있었다. 그게 좋게 말하면 긍정적 확언이겠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사업이 아닌 아트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말해, 나도 지금부터라도 브랜드 디자인을 하기 전에 진짜 타겟팅하는 소비자들을 만나보고 이야기 나누고 조사해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제로 베이스에서 절대적인 Why만 동일하게 두고, 방식은 모두 열어 두었다. 이 방식은 소비자가 결정하는 것이니까.




진짜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하자.

근데 거기엔 조건이 있다.


소비자들을 빠르게 조사했고, 그 사람들의 특성을 알기 시작하자 새로운 문이 열렸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나 달랐다. 이대로 갔다면 정말 큰일 날 수도 있었겠다 싶을 정도로 갭이 컸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우리가 가려는 방식을 다시 재정립했다.

그들의 입맛에 맞게 맞춰야 한다. 사업은 아트가 아니다. 내 생각을 파는 게 아니라, 그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팔아야 한다. 다시 말해, 내가 너무 맛있다고 생각한 파스타 레시피가 있다고 하자. 이걸로 사업을 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이 파스타를 먹고 맛없다고 지속적으로 이야기가 나온다면 바꿔야 한다.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걸로 계속할 거야는 마인드는 (물론 거의 없겠지만) 조금 안일한 생각이라고 느껴진다. 


근데 여기 단 한 가지의 조건이 있다.

우리가 이 브랜드를 통해 던지려는 메시지와 가치, 그리고 철학과 why는 온전해야 한다. 그 에센스와 베이스는 탄탄하되, 그 위에서 펼쳐지는 방식을 다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딱 이것만 생각했다. 처음에 이 브랜드를 만들면서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것은 그대로 지켰다. 다만 그 위에서 꼭 이게 이런 패션이 여야해? 생활 용품이어야해?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풀어나갈 것이다.


함께하는 디자이너님과 이와 관련해 꽤 오랜 대화를 나눴고, 결국에 우리의 방식은 결정됐다. 

그 방식은 이제 앞으로 차차 공개할 예정이며, 어쩌면 이 과정이 큰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방식이 너무나 만족스럽다. 그리고 실제로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도 좋을 것 같고. 지워지지 않는 의구심을 품은 채 시작하는 것보다 오히려 이렇게 명확히 우리의 방식을 결정하고 그 논리도 탄탄하게 만들어 놓으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듯하다. 


처음엔 고민도 많았다. 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내가 몇 달간 고민하고, 아이데이션을 했는데 이걸 이렇게 휙 바꾸는 게 맞나? 지금 돌이켜보면 바꿀 수 있는 용기도 가끔은 필요하다. 앞으로도 종종 용기가 필요할 땐 내 고집을 꺾을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축구를 더 많은 사람이, 더 즐겁게"라는 믿음으로

축구와 관련한 사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코리안 야야뚜레입니다.


▶ 코리안 야야뚜레
인스타그램

제가 궁금하다면


축덕들을 위한 브랜드, Studio FIE

인스타그램

구매 페이지 


문의하기

koreanyayatoure@gmail.com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