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이유와 고민이 담겨 있으면 된다.
팔로워 5000명. 뭔가 이 숫자에 내가 닿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도 있다. 동시에 "오 조만간 5K가 되겠는데?" 하는 자신감이 넘쳤던 때도 있다. 그렇게 이번 2023년의 목표인 팔로워 5000명을 9월 달에 달성하게 됐다.
뭔가 목표했던 그 숫자에 도달한다는 것이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패배주의적인 관성일까? 이런 숫자에 대한 목표를 달성해 본 경험이 없던 것 같다. 항상 미달성하고 "괜찮아 앞으로는 더 좋아질 거야"라는 자기 합리화가 내겐 더 익숙했다. 그런 관성의 힘은 자꾸만 나를 자신감 없게 만들고, 목표 달성이라는 워딩이 어색해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결국 해냈다. 누군가는 그까짓 게 뭐라고?라고 반문할 수도 있고, 남들은 그렇게 열심히 안 해도 5000명 넘게 모으는 경우도 있다더라 하며 왜 이렇게 진지하게 접근하냐고 비아냥 거릴 수 있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내 주변에 없다. 순전히 나의 자기 방어적인 태도에서 기인한다.) 세상이 달라질 줄 알았다. 나를 보는 시선도,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하지만 뭐 사실 29살 12월 31일에 자고 나면 30살이 된 것처럼 변화는 없었다. 그저 5000명이 되었다는 사실만 존재할 뿐 세상은 여전히 똑같이 돌아갔다. 30살이 되면 세상이 크게 변할 줄 알았던 내 자신이 떠오른다.
하지만 스스로의 마음에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그건 노력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진심으로 임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확신. 여태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보다, 새로운 기회들이 펼쳐질 것에 대한 기대감. 크지 않은 5000명이란 숫자는 내게 색다르게 다가온다. 자기만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결국 이런 사소한 목표를 달성하면서, 뿌듯함과 열정을 재충전해야 한다. 누구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 때, 결국 나만이 그 목표와 꿈에 대해서 믿듯이 그 숫자와 성과가 아무리 작다고 한들,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에 이겼으면 된 거다. 그렇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담아, 팔로워분들께 어떤 조그마한 선물을 주고 싶었다.
잃어버릴 뻔했던 그 마음. 결국 모든 것은 '코야뚜'스러워야 한다.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한 깊이가 길을 수록 소수이더라도 내 마음은 사람들에게 닿을 것이다. 기계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다. 결국 반복된 행동이 마스터피스를 만드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 과정을 선행하기 전에, 계정을 운영하는 이유와 철학에 근거한 나다움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계속 마음속으로 되뇌인다. 이거 나다운 게 맞을까? 이렇게 하는 것이 나답게 하는 게 맞을까?
그 고민에 대한 과정은 이번 5K 이벤트를 기획할 때도 발현되었다. 생존 본능처럼 불현듯 자꾸만 떠오른다. 남들 다 하는 이벤트, 그것마저도 나답게 하고 싶다. 그렇다면 결국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부터 내려야 한다. 축구 문화를 계속 알리고, 또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 본질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서로 축구로 친해지고, 연결되면서 더 큰 행복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
이것이 전부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풀어내는 것이 나다울까?
팔로워 이벤트라는 것을 접근하는 방식을 조금 바꿔봤다. 단순히 팔로워분들께 고맙습니다라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선물을 준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뎁스를 더 들어갔다. 이 고마움을 전함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내 가치나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을까?
처음에는 비싼 유니폼을 3개 정도 사서, 나의 계정을 알리는 이벤트를 생각했다.
스토리 공유, 좋아요, 팔로우등은 필수일 테고 이런 '마케팅적인' 사고방식에 근거하면, 3개 유니폼의 값 약 30만 원으로 내 계정을 더 알리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대가로 팔로워를 더 얻는 것이고.
대부분의 브랜드나 서비스들이 마케팅 비용 집행이란 명목으로 이렇게 접근한다. 그리고 이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계정을 부스팅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팔로워들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이런 이벤트가 있구나"에서 그치고, 잠깐 머릿속에 기억이 남은 뒤 결국엔 흐지부지 사라질 것이다. 다른 데에서도 이런 이벤트들을 많이 하니까가 첫 번째. 두 번째는 그 참여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본인의 노력을 더하지 않았기에 강렬한 인상으로 남지 않는다.
결국 돈을 쓰고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여, 볼륨은 키울 수 있어도 그 밀도를 키우지는 못한다.
그럼 단순히 이렇게 접근하지 말고 아까 말했던 것처럼 조금이라도 내 가치나 메시지를 담아서 이벤트를 해볼까? 그 고민 끝에 하나의 메시지를 던져보기로 했다.
댓글로 '참여 완료'라고 쓰면 추첨을 통해 샤넬백을 1명에게 준다고 가정하자. 랜덤으로 추첨을 하게 되고, 누가 될지 모르기에 일말의 가능성에 베팅을 한다. 물론 댓글을 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진입장벽도 없다. 우리가 지나가다가 문득 로또를 구매하는 것과 비슷한 욕망이다. 샤넬백을 갖기 싫은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그 딱 하나의 욕망을 건드려, 성공적인 이벤트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단순히 댓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을 먼저 제시해 보자. 그리고 그 상황에 내가 맞다고 생각하면, 어떤 사람을 태그하고 그 이유를 적으라고 한다면 진입장벽은 매우 높다. 왜냐면 앞선 상황처럼 그냥 댓글 하나만 쓰고 '참여 완료'만 기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태그 할지, 그리고 어떤 이유를 뭐라고 적을지' 고민하게 된다.
그 짧은 고민은 우리의 행동을 제약하게 되고, 결국 할까 말까? 하다가 안 하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하는 사람은 제시한 상황에 공감이 가서일 것이다. 아니면 상품이 매우 매력적이거나. 나는 혼자 일하는 중이고, 금전적으로 많은 여유가 없다 보니 당연히 전자를 선택했다. 공감하는 상황을 만들자. 그리고 그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만 선물을 줘보자.
"왜 너의 계정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 볼륨의 측면에서 물어본다면 노력을 안 한 것이 맞다. 하지만 밀도의 측면에서 본다면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남들이 다 하는 이벤트를 그대로 하는 것보다는, 내가 던지려는 메시지와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모으는 것이 내겐 이벤트로서의 가치가 있다. 가장 직관적이고,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그리고 그 공감하는 사람들이 그 끝에는 내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고심 끝에 이벤트를 하나 열게 된다.
분명 이런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내 주변 친한 친구들이 축구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같이 축구도 하고, 축구 이야기도 하고, 또 축구를 보러 가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물론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늘 이런 고민은 있었다.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가장 빠르게 축구를 좋아할 수 있을까?"
옆에서 케빈 데브라이너는 어쩌고, 기성용은 어쩌고 이야기를 맨날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걸로는 와닿지 않는다. 레스터시티의 우승 신화, 첼램덩크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아무리 보여주고 낭만의 스포츠라는 걸 알려줘도 사실 자기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절대 축구에 빠질 수 없다.
하지만 단 하나의 필살기가 있다. 바로 직관이다. 직관을 가서 피곤하다, 힘들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축구가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심지어 축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와이프도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이래 저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처럼 결국 대단한 선수들의 하이라이트나, 스페셜 영상보다 힘이 강한 것은 직관 밖에 없다. 그 힘은 강력하다. 그때의 경험이 떠오르게 만들고, 경기의 승패와 관계없이 축구라는 스포츠에 매력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경기장의 크기와 그 함성 소리에 압도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결정했다. 이번 이벤트의 테마는 직관이다. 내 주변 사람이 축구에 빠지게 될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그 인원은 소수일지라도 분명 그 사람들은 이번에 직관을 가보면서 축구의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댓글이 얼마나 달릴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K리그가 남은 만큼 나머지 경기들이라도 매력을 느꼈으면 좋겠다.
"축구를 더 많은 사람이, 더 즐겁게"라는 믿음으로
축구와 관련한 사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코리안 야야뚜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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