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명 만드는데 5개월이 걸렸는데...
어느 날 일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평소 잘 울리지 않던 인스타그램 알람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라, 수십 개씩.
집에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일단 심호흡을 하고, 뛰는 심장을 가라앉혔다.
인스타그램 알람에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사실 지금 사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내가 집중하는 건 딱 하나였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을 모으자'
그럼 어떻게 모을 건데? 그래서 생각한 게 인스타그램 계정을 키우는 것이었고,
'올해 안에 1,000명을 달성하자'가 내 KPI였다. 다행히도 주변에서 좋게 봐줘서인지, 내 KPI는
예상보다 빨리 달성할 것처럼 보였다.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800명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럼 6개월 만에 1,000명을 찍어보자!"
이게 딱 저번주에 나와의 약속이었다. 팀원이 없는 입장에서 결국 속도를 조절하고, KPI를 만드는 것은 나 혼자만의 일이었고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이 없지만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렇게 Owned Media를 키우는 나의 고군분투는 꽤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었다.
콘텐츠를 열심히 만든다고 해도, 반응이 없으면 맥이 빠지기 마련. 그럼에도 그냥 쭉 갔다.
왜냐면 내 방향성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았으니까.
카페에 앉아서 인스타그램을 보는 와중에도, 계속 좋아요와 팔로워가 늘어가고 있었다.
1명, 10명 이렇게 늘더니 잠시 핸드폰을 덮어두고 있으면 100개씩 좋아요가 눌렸다.
그 이유는 딱 하나였다.
내가 약 1개월 전에 올렸던 '릴스' 때문이었다.
먼저 릴스를 어떤 마음에 올렸는지부터 이야기를 해보겠다.
여러 강의나 유튜브 등에서 인스타그램이 릴스를 밀어주고 있으니, 무조건 시도해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나는 카드 뉴스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릴스'는 전혀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뭐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일단 하나 올려볼까?
싶어서 시도한 것이 첫 릴스였다.
이것도 사실 대단하게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발휘해 제작한 것도 아니다.
기존에 내가 '축구와 관련된 곳'을 다녀오고, 이곳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게시물로 만든 것이 있는데
그때 우연히 영상으로도 조금 남겨두었다.
그래서 그냥 글은 그대로 쓰되, 15초짜리 영상에 노래만 입혀서 발행했다.
처음에는 반응이 조금 있나 싶었는데 그 이후로 잠잠했다.
왜냐면 해당 릴스는 내 게시물과 같은 내용이었기에, '피드'에 올리지도 않았기 때문에
초기의 반응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그래 이 정도가 어디냐 싶어서 콘텐츠로 만들었던 영상들을 릴스에 몇 개 올려봤다. 굳이 안 올릴 이유도 없었기에 약간의 시간을 투자해서 업로드만 다시 해봤다.
딱 1달여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 첫 릴스가 소위 말해 터진 거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요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조회수가 약 5,000이 넘어가자
그때부터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J커브를 그리면서 조회수가 늘어났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요와 공유, 나를 팔로우하는 사람들까지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때 "그냥 해볼까?" 했던 영상 하나가 갑작스러운 성장을 선물했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하나의 콘텐츠가 터지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1. 일단 이 영상이 터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해당 영상은 축구 유니폼을 살 수 있는 스토어 스케치 영상이었는데, 이런 유니폼이 대중적으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많이 얻고 있는 시기라서 그렇다고 판단했다. 옛날에 비하면 축구 유니폼이 지금은 좀 더 대중화되었고 그런 거에 대한 영향을 받았으리라.
2. 친구를 태그 하고, 공유하기 좋았다.
여러 터지는 콘텐츠들이 있지만, 결국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이 engagement에 따라 그 성패가 나뉜다.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하고 저장해야 인스타그램도 이 콘텐츠가 유용하다고 판단한다. 그다음에 알고리즘에 띄어주는 것이다. 어쨌든 내가 운영하는 스토어도 아니고, 그곳의 직원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이곳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던 것이다.
3. 릴스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높아지는 것과 팔로워로 전환되는 것은 별개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축구 계정을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 릴스부터 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좋았겠지. 하지만 지금 약 70개 정도 축구 관련된 콘텐츠가 쌓이고, 이 계정이 어떤 유령계정이거나 잠깐 하고 마는 계정이 아니라는 인상을 줬기 때문에 팔로워 전환이 많았다고 생각 든다. 결국에 릴스가 터진 것이 이 성장을 견인했지만, 그전에 쌓아놓은 콘텐츠가 있었기에 전환율을 높일 수 있었다.
4. 결국 콘텐츠가 답이다.
내가 이 릴스를 올릴 수 있게 된 이유부터 생각했다. 나는 대한민국의 축구 문화가 더 커졌으면 좋겠고, 축구팀을 응원하고 축구 유니폼을 사고 또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사람들이 더 알면 좋은 것들을 콘텐츠로 제작했다.
사실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빨리 키우기 위해선, 이렇게 발품 팔아 오랜 시간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보다
빠르게 새로운 소식이나 뉴스를 전달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시의성에만 의존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진 않았다. 어쩌면 나의 불필요한 고집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 진정성 하나만이 사람들이 나를 선택해 주는 이유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기에 저런 영상을 찍을 수 있었고, 또 릴스에 올릴 수 있었다.
"계속하다 보면 길이 보이겠지."
"언젠가는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 주는 날이 오겠지"
마음먹었는데, 하루에도 10번 넘게 고민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왜냐면, 내가 쏟는 시간에 대비해서 콘텐츠의 파급력은 미비하다고 스스로 판단했고
나를 팔로워 해주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었지만 그 속도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한 가지 계속 되새겼다.
"내가 지금 이 계정을 하는 이유가 뭐지?"
축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빠르게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숫자를 늘리는 것을 하고 싶어서였나?
물론 그러면 좋겠지만 그건 굉장히 부가적인 것이었다.
오히려 그 안에 본질은, 축구 문화를 키우기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서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그리고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 또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을 모아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이것이 코리안 야야뚜레를 시작한 이유였다.
그래서 그 이유가 확실하다면, 지금 너무 속도에 연연하지 말자고 스스로 계속 되뇌었다.
천사와 악마가 곁에서 속삭임을 하듯이, 항상 내 맘속에도 이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는데
결국엔 천사의 말을 계속 들었다. 왜냐면 나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그게 이제야 어느 정도 증명이 됐다고 믿는다.
속도는 한순간에 붙는 것이고, 그 과정은 지루하고 지난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속도에 연연하지 말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지만 계속 고민하면 된다.
시중에 보면 '인스타그램 1달 만에 1만 명 만들기, 3달 만에 1만 명 만들기'
뭐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다. 난 이런 강의나 정보가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묻고 싶다.
"그렇게 빨리 만들었다고 치자, 그걸로 뭘 하고 싶은 건데?"
- 1만 명을 만들어서 광고를 협찬받아 부가 수익을 높이고 싶은 건지.
- 아니면 공동 구매처럼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하고 싶은 건지.
뭐 각자만의 이유가 있을 테지만, 빠르게 성정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 계정의 진정성과 이 계정을 팔로우해 주는 사람들이 누군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계정을 왜 팔로우하고 있는지.
팔로워 1000명이어도 100명이 도움을 줄 수도 있고,
팔로워 1만 명이더라도 50명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결국 그 양보다는 '질'이 더 중요하단 생각을 한다.
그렇기에 팔로워 빨리 늘리는 법은 있을지 몰라도, 그 빨리 늘려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본인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1만 명을 빠르게 달성한다고 해서,
사실 세상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왜 이 계정을 시작했는지를 확립하고
시작하는 것. 나는 그런 사람들이 더 강한 추진력과 힘이 있다고 믿는다.
나도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고.
또 이 방향이 내 고집처럼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확신이 생기면 밀고 나갈 예정이다.
축구와 관련된 이야기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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