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54
[ESC] 전통주 아이스크림, 무슨 맛?
사람들은 누구나 잊히지 않는 첫 경험의 생생한 기억이 있다. 나는 위스키를 처음 마셨을 기억이 그러했다. 사실 ‘마셨다’기 보다는 ‘먹었다’가 맞을 것이다. 선물로 받은 ‘위스키 봉봉’(Whisky Bonbon·‘봉봉’은 표면을 초콜릿으로 감싼 작은 당과류를 뜻하는 프랑스어)이 첫 위스키 경험이다. 초콜릿을 깨물었을 때 쏟아진 위스키의 쓴맛에 순간 놀랐지만, 잠시 후 초콜릿의 단맛과 어울려져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술을 초콜릿 안에 넣어 먹는다는 게 신기했다.
외국 양조장에 가면 규모나 시설이 부러울 때가 많다. 일부 양조장은 술을 이용한 다양한 먹거리 제품들이 더 시선을 잡아끌기도 한다. 양조장이 초콜릿, 과자, 빵 등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부담 없는 식품을 만들어서 술의 지평을 넓힌 것이다. 아직 우리 양조장들엔 먼 이야기다.
일본의 사케 양조장을 가면 술을 이용한 먹거리가 많다. 각종 술이 들어간 초콜릿은 기본이고 아이스크림부터 빵까지 양조장별로 특색이 있다. 술을 만들면서 생겨난 부산물도 먹거리의 좋은 재료가 된다. 술지게미를 넣어 만든 음식, 술지게미에 다양한 채소를 넣어 절인 장아찌(쓰케모노) 등은 이미 일본 요리의 한 부분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양조장은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술지게미를 이용한 코스를 내놓을 정도다. 최근에는 숙성한 술지게미에 고추냉이와 참치, 건포도, 땅콩을 넣어 빵, 비스킷에 발라먹는 잼 같은 것을 출시하기도 했다.
유럽은 음식의 맛과 향을 향상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술을 사용했다. 다른 형태로는 뱅쇼(Vin Chaud)가 있다. 일반적인 뱅쇼는 레드와인에 다양한 향신료를 넣고 끓인 따뜻한 겨울철 음료이다. 우리나라의 모주와 비슷하다. 실리콘밸리의 한 기업은 맥주 제조공정에서 나오는 맥아 부산물을 이용해 스낵바를 만들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제한적이지만 술을 이용한 먹거리가 있다. 대표적인 게 막걸리를 이용한 기정떡이다. 기정떡은 여름철에 상할까 봐 막걸리를 재료로 사용한 전통 발효 떡이다. 기정떡은 고문헌인 <음식디미방>(1670년경)에 기록되어 있다. 또한 술지게미는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 당원이나 사카린 등을 섞어 배고픔을 달래는 용도의 식품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막걸리를 빵 발효에 사용한 업체도 있다. 제품의 풍미와 식감을 높이기 위해 반죽에 생막걸리를 넣은 것이다. 그 업체는 슈크림 빵과 단팥크림 빵을 만드는 데 생막걸리를 사용했는데, 소비자 반응이 좋아서 새로운 빵 제조에도 접목할 계획이라고 한다. 위스키 봉봉과 비슷하게 초콜릿 안에 전통주를 넣은 식품을 판매하는 초콜릿 전문점도 있다. 공항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막걸리가 들어간 초콜릿 같은 것이다. 외국인들이 찾는 인기 선물이다.
더운 여름에 추천할 식품도 있다. 막걸리 아이스크림과 젤라토다. 시중에 파는 일반 막걸리가 아니라 고급 막걸리를 이용해 만든 아이스크림이나 젤라토다. 고급 막걸리의 농밀한 맛이 아이스크림에 그대로 나타난다. 막걸리를 이용한 빙수 제조법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널리 퍼졌다.
한동안 술지게미는 폐기물로 지정되어 사용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술지게미를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게 규정이 변경되었다. 이제 다양한 술 관련 먹거리 제품을 만들어 볼 때다. 지역 농산물과 술을 이용한 식품이 만들어진다면 양조장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술을 이용한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이 양조장의 시그니처 메뉴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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