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57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한 말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해외를 무대로 일해보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됐다. 이 말이 유행할 때만 해도 해외 진출은 달나라 이야기였다. 설사 해외 진출이 성사돼도 그건 특정 분야에 한정된 것이었다. 하지만 경제 발전 등을 통해 세계 진출은 이제 모든 분야에서 활발해졌다.최근에는 해외 진출에 한식도 포함되는 추세다. 한식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건 어려운 일이다.
‘식’(食)은 역사, 민족, 지역 또는 농업 등 복합적인 것들로 이루어진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어렵게만 여겨졌던 세계 진출이 한류의 인기와 함께 ‘케이 푸드’(K-FOOD)란 이름을 달기 시작했다.전통주도 이런 흐름에 편승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통주는 더 쉽지 않다. 일부 술들이 교민이 많이 사는 나라에 수출되기는 하지만, 거기까지다. 외국인이 전통주를 찾게 하는 것은 어렵다. 더구나 전통주의 국내 소비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 진출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지도 모르겠다.일본은 과거 사케의 내수시장 소비량이 감소하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민관협의체가 수출을 주도했다.
일본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외국인이 대상이었기에 포스터와 홍보 책자 등을 외국어로 제작해서 사케의 우수성을 알렸다. 사케를 알리는 첫 작업으로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부터 마니아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한국에 사는 외국인만 236만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4.9%가 될 정도로 적은 수가 아니다. 전통주갤러리를 방문하는 외국인은 매년 조금씩 늘고 있는데, 2018년엔 13%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의 조국에서 전통주를 알리는 메신저가 될 수도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관심의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한국 이름이 도수천인 더스틴 웨사는 전통주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이다.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도 땄다. 유튜브 채널도 운영한다. 전통주를 외국인의 입장에서 소개하고 있다. 그가 소개한 전통주들을 보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전통주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웨사가 소믈리에로 활약하고 있다면, 직접 전통주 제조에 나선 외국인들도 있다
.존 프랭클은 한국의 맛있는 술을 찾다가 가양주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직접 맛있는 술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술을 담기 시작했다. 제대로 만들고 싶어서 2013년께 한국가양주연구소 등의 문을 두드렸다. 이제 그는 가양주대회에 출전해서 장려상을 받은 등 한국인보다 가양주를 더 잘 만드는 외국인이 되었다.
상업적인 양조도 하는 외국인이 있다. 2016년께 미국 뉴욕서 탄생한 ‘토끼소주’를 만든 브랜 힐이다. 당시 미국에서 한국식 소주를 빚어 화제가 된 미국인이다. 올해 한국으로 돌아와 충청북도 충주에 둥지를 마련했다. 2011년 그는 양조장 60개 넘게 돌아다녔을 정도로 우리 술에 푹 빠졌었다. 이때 증류주를 만들겠다고 결심했고 그것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전통주를 제조하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콘텐츠를 통해 우리 술을 해외에 알리는 이도 있다. 줄리아 멜로의 우리 술 콘텐츠는 주한 외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전통주 교육과 전통주 비투비(B2B) 사업을 운영했지만, 최근 술 사이트 ‘더술커넥션’(thesoolconnection.com)을 만들었다. 세계적인 전통주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물론 아직은 전통주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희망의 불씨가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언젠가 외국에 나갔을 때 외국인이 만들거나 외국인이 설명해주는 전통주를 마시는 날이 왔으면 한다.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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