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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뉴스레터] 국산 농산물이 들어간 맥주는 무슨 맛?

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56

요즘 편의점에 가면 낯선 풍경 하나가 있다. 수입 맥주 전유물이었던 ‘4캔 1만원’ 마케팅에 국산 맥주가 가세한 것이다. 우리가 잘 알던 대형 맥주 업체뿐 아니라 잘 알지 못했던 소규모맥주 양조장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술에 매기는 세금이 올해부터 바뀌었기 때문이다.

4캔 1만원 하는 맥주는 이제는 쉽게 볼 수 있다 / 출처 - 조선일보


   지난 몇 년 간은 수입 맥주 전성시대였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의 맥주 코너를 가면 세계 각지의 다양한 수입 맥주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젊은 층에 있어 수입 맥주는 제품마다 가지는 맛의 개성과 4캔 1만원이라는 할인가격으로 인기를 끌었다. 국산맥주는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로 인해 외국 맥주와 가격 경쟁이 안 되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맥주의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전환 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 거기에 수입 주류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던 일본맥주가 정치적인 이유로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사라지면서 더욱더 한국 맥주의 시장은 넓어 졌다.


불매운동으로 일본 맥주를 보기 어렵게 되었다. /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국산 맥주의 시장 확대가 농업적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다. 맥주의 원료 수입 의존도가 높다보니 맥주 소비 증가가 우리 농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맥주 원료(맥아, 홉, 효모) 중 수입 원료곡 사용량은 95%에 이르고 이중 중요 원료인 맥아 수입량은 연간 23만t(2019년)에 달한다. 맥주 시장이 넓어질수록 전통주 소비층이 감소해서 국산 농산물 사용이 감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맥아와 홉이 맥주의 주요 원료이다.


  최근 이러한 맥주에 있어 수입 농산물을 국산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빠른 것이 홉일 것이다. 맥주의 쓴 맛에 관계되는 홉은 1934년 개마고원에서 재배를 시작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강원도 등지에서 큰 규모로 홉을 길렀다. 1989년 농산물 수입개방과 함께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이 들어오면서 홉 농가들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 홉을 재배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수제맥주 양조장에서 홉을 사용하기 위해 직접 농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홉을 키워 판매하는 농가들도 생겨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홉을 키우는 농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맥아 역시 국내에서 보리를 생산해서 소비한 기록이 신문에 날 정도로 사용량이 많았다. 하지만 수입산과의 가격 경쟁력에 밀려 생산을 하는 곳이 사라졌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농진청에서 24개의 맥주보리 품종을 개발했다. 주요 재배품종으로 호품, 광맥, 백호, 흑호 등의 품종을 제주와 전남, 경남에 계약 재배해 연간 2만여 톤을 생산하고 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규모지만 시작을 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국산 맥주보리를 이용한 맥아 및 맥주 / 출처 - 농촌진흥청


   하지만 이러한 홉이나 맥아는 상품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수입품과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만드는 어려움이 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 국산 농산물을 부원료로 사용하는 맥주의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맥주의 주원료는 맥아이지만 그 중 일부를 국산 쌀이나 잡곡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맥주 중에는 쌀이 들어간 것들이 많다. 버드와이져, 스텔라 아르투아, 칭따오, 아사히, 카스, 테라 등은 쌀이 함유된 맥주다. 맥주에 사용되는 쌀을 맥주 제조에 적합한 품종으로 교체해서 사용량을 늘리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맥주 쌀소비 확대를 위해 수제맥주의 경우 쌀 함량을 20%이상 사용할 경우 출고수량 전부에 대해 세제혜택으로 70%를 주고 있다.


쌀이 들어간 쌀 맥주 / 출처 - 농촌진흥청


   이밖에 부원료로 다양한 농산물을 사용하려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맥주 양조장의 경우 지역 농산물 사용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미자 맥주, 복숭아 맥주, 알밤 맥주 등 지역 농산물을 맥주의 부재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지방 양조장이 아니더라도 서울 맥주 양조장에서도 천도복숭아나 자두, 살구를 넣은 맥주나 다래를 넣은 맥주 등을 만들어 새로운 맛의 변화를 시도 하는 곳이 있다. 물론 많은 양의 국산농산물을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조금이나마 농가들에게 도움을 주는 부분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수향 복숭아를 넣은 맥주 / 출처 – 업체 인스타그램


    이렇게 많은 양조장들과 농가가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맥주 원료의 국산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만들었으니, 품질과 가격 모두 안정적으로 생산되고 공급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원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맥주의 지역특산주도 고민해야 한다.


    지역특산주는 농민 또는 농업단체가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해 술을 만들었을 때   시설기준 및 주세 50%를 감면해주는 제도이다. 현재는 이러한 지역특산주에서 맥주는 제외되어 있다. 지역특산주에 맥주가 들어간다면 자연스럽게 지역농산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더욱더 많은 원료에 대해 국산화 노력을 할 것이다. 맥주의 원료가 국산화가 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국산 맥주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국산 농산물 소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9/20200819016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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