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110
술을 만드는 원료는 쌀, 누룩, 물이 일반적이다. 이 단순한 원료 세 가지로 전처리와 발효 방법 등에 변화를 줘 다양한 종류의 술들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과학이 발달 된 현재에는 다양한 부원료들이 첨가되어 술 제조를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과거 동아시아에서 곡물을 이용해서 만드는 술은 위의 세 가지 원료가 대부분이었다.
우리에게 농업과 연계되어있는 쌀이 가지는 의미는 다른 원료와는 다를 것이다. 쌀은 농업의 근간이 되며 주식으로 여겨지기에 애착과 상징성이 크다. 현재 많은 한국 술 생산 양조장에서는 단가 문제 등으로 수입쌀을 사용하거나 몇 년 묵은 정부미(나라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경우 다양한 양조용 쌀을 이용한 술이 많기에 쌀 품종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한다. 우리나라는 술을 만들기 위한 전용 양조 쌀 품종에 대한 내용이 아직 적립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구한말에 양조에 적합한 쌀 품종을 연구하고 그 쌀을 이용해 술을 만들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구한말 우리나라 쌀 품종에 대한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벼 재래종 수집·조사서인 <조선도품종일람>(1911~1923)에는 1899가지 품종이 기록되어 있다. 당시 일본의 조선 쌀 정책은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쌀을 조선 땅에서 생산, 수탈하는 것이었다. 이 재래 품종들은 재배나 맛밥에 있어 일본이 원하는 것들이 아니었다.
결국 일본 쌀 품종의 보급과 농법 개량이 시도된 것은 1903년부터였다. 1925년 이전 권업모범장(현 농촌진흥청)을 통해 도입된 대표적인 개량 품종은 조신력(早神力), 은방주(銀坊主), 곡량도(穀良都), 애국(愛國) 등이었다. 개량 품종의 보급률을 보면 1912년 5%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후 크게 증가하여 1920년에는 65%, 1936년에는 86%에 달해 재배 품종의 주종을 이루게 된다.
개량 품종 된 쌀들이 다양해 지면서 밥쌀 외에 양조에 적합한 쌀들을 찾기 시작했다. 양조쌀과 관련되어서 <조선주조사>나 <국세청기술연구소백년사> 등의 자료에서는 탁주나 약주의 쌀 품종에 대한 이야기는 멥쌀과 찹쌀의 비교시험을 하거나 지역별로 멥쌀과 찹쌀을 사용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구체적인 쌀 품종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이 당시 청주(사케)에 사용된 쌀 품종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온다. 조선주조사에는 "양조쌀로서 곡양도(穀良都), 웅정(雄町), 다마금(多摩錦), 금(錦), 금방주(錦坊主), 다하금(多賀錦), 백옥(白玉), 복방주(福坊主), 육우(陸羽) 132호 등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특히 음미할 때는 전남 웅전과 곡양도, 경기 곡양도, 경상남북 곡양도, 논산 웅전, 충북 금, 평화구(平和龜)의 미(尾)등이 지정되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품종 중에서도 양조용 쌀로 이야기되던 품종은, 바로 곡량도(穀良都) 품종이다.
1928년 04월 15일자 중외일보에는 "조선미는 양조미로 최우등" 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있다.
"대장생양조시험소에서는 작년에 충남논산의 곡량도(穀良都)종으로써 청주를 시험적으로 비저본 결과 조흔성적을 어덧는데 금녕에는 경상북도 대구산 곡량도종 이듬미와 전남목포산 웅정(雄町)종 이등미 열석을 일본에서 술쌀로 제일조타는 강산현적반군(岡山縣赤盤郡)산 일등미 열섬을 똑가튼 방법으로써 비교 시험한 결과 족음도 손색이 업는 성적을 어덧슬뿐 아니라 돌이서 일본쌀로 비즌편이 술빗이 조치못한 편이엇는데 이와가티 성적이 조흔이상에는 장차 조선쌀이 이방면이 만히수용 될것이라더라"
비슷한 내용으로 1932년 5월 21일 동아일보에는 "양조쌀 원료로 경기 곡량도 판로"라는 기사가 있다. 양조쌀 원료로 쌀 품종 중에 하나인 경기도 '곡량도'가 양조시험에서 양호한 성적을 거둬 주조업자에게 배부하고 좌담회를 통해 '곡량도'에 대한 구매를 독려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곡량도 품종은 우리나라에 재배가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던 품종이 역수입되어 지금까지 재배를 하고 있고 사케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구한말 품종이 지금까지 재배가 된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자취를 감춘 한국 토종쌀 품종들
이처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높은 생산성을 요구하는 일본 품종과의 교배를 통해 우리 토종쌀 품종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 우리가 먹는 밥쌀용의 상당 부분도 일본 품종이거나 일본 품종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다. 그렇기에 지금 만드는 많은 전통주들도 일본 품종의 쌀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최근 국산 쌀 품종이 개발되면서 국산 품종의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쌀 품종 연구와 보급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 걸리는 등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분야이다. 그렇기에 지금 양조용 쌀 품종을 연구한다고 해도 그 품종을 실제 사용하는데에는 더 오랜 기간이 걸린다. 지금부터라도 먼 미래의 전통주를 위해 우리나라에 맞는 양조용 쌀 품종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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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 에도 동시 게재합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856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