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주(酒)저리 주(酒)저리-162
가을은 많은 수식어가 붙은 계절이다. 독서의 계절, 수확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등…. 그중에서 마음을 설레게 하는 건 축제의 계절이라는 수식어일 것이다. 가을이 아니어도 전국에는 매일같이 많은 축제가 개최된다.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각 지자체별로 크고 작은 축제 개수가 1129개가 된다. 계산적으로는 하루에 3개의 축제가 열리는 것이다. 이러한 축제장에서 빠지지 않는 게 있다면 바로 먹거리다. 간단한 군것질에서부터 디저트와 함께 지역 특산 음식까지. 이러한 먹거리들과 함께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술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축제에서 대형 술 업체들은 기존 생산되는 술들을 판매한다. 하지만 지역 농산물 축제에서는 축제 대표 농산물로 만든 술이 판매되면 많은 관심을 받는다. 이것은 축제의 의미에 어울리는 술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평소에 마시지 못하던 술이라는 ‘희소성의 법칙’으로 관심을 받는 것이다. 독일의 옥토버페스트라는 맥주 축제에 가면 우리가 잘 아는 맥주 회사들이 부스를 차리고 맥주를 판매를 한다. 그렇다고 축제에서 파는 맥주가 평소에 마시는 맥주를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시판하는 맥주보다 도수가 높은 것을 판매를 한다. 축제에 가야지만 색다른 맥주를 마시는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만은 않다. 축제뿐만 아니라 박람회장도 비슷하다. 박람회장에 가서 마시는 술들의 대부분은 우리가 시중에서 마셔볼 수 있는 술들이 많다. 물론 일반 소비자들은 이러한 술들을 마셔보지 못했기에 박람회장에서 마셔보는 것이 새로운 경험일 수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러한 술들을 마셔왔거나 전통주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박람회장의 술들은 흥미가 없을 수도 있다. 기존의 술들과 차별화된 술이 있다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축제장 또는 박람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술들을 만들어야 한다. 신규 양조장에게 박람회용 술을 포함한 마케팅은 어려움이 있다. 기존 제품을 충분히 알리지 못한 상황에서 축제용 술을 만들어서 판매를 하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다. 반면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있는 양조장이라면 이야기는 다를 것이다.
축제 또는 박람회용 술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기존에 못 먹던 술을 그 행사장에 가면 마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게 하는 것이다. 한정판(限定版) 또는 스페셜 에디션(special edition) 마케팅의 일환이 될 것이다. 행사의 의미에 맞는 술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시도일 것이다. 새로운 술들을 만드는 것이 힘들다면 기존 제품의 도수를 변형해서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온라인에서 사전 예약해서 판매를 하는 것도 재고 부담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미 이러한 방법으로 박람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술을 소개하고 판매한 양조장들도 있다.
1년을 보면 전국에서 많은 주류 축제와 박람회들이 개최된다. 11월 말에도 우리술대축제가 진행된다. 대축제에서만 마실 수 있는 한정판 술이 있다면 다른 술보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것이다. 많은 양조장들이 생겨나고 있고 경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양조장의 시선을 끄는 방법의 하나로 행사용 한정판 술을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