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32
[ESC] 공짜 술 주는 데 있다고? : ESC : 특화섹션 : 뉴스 : 한겨레
전통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귀가 솔깃할 것이다. ‘전통주 갤러리’가 그런 곳이다. 이곳에 가면 전통주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 ‘전통주 갤러리’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주로 전통주와 조응하는 명칭은 ‘박물관’ ‘양조장’ ‘주점’ 등이었다. ‘갤러리’는 미술품 등을 관람하는 곳을 뜻한다.
‘전통주 갤러리’도 전통주와 관련된 것을 전시한다. 일반 갤러리와 차이가 있다면 관람이 끝난 후 무료 시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통주 갤러리’(이하 갤러리)는 2015년께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문 연 전통주 홍보 공간이다. 외국인의 왕래가 잦은 지역에서 전통주를 홍보하자는 정부의 취지가 녹아 있는 곳이다. 현재는 강남(강남구 테헤란로5길 51-20)에 있다. 과거엔 좋은 전통주를 알고 있어도 마셔보거나 구입할 곳이 없어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던 전통주 생산자들이 정부에 전통주 박물관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갤러리가 탄생했다.
4년 넘게 다양한 이벤트를 펼쳤던 갤러리는 우리가 잘 아는 예능 방송의 주요 무대가 된 적이 있을 정도로 서서히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최근 고급 호텔이 전통주 판매처가 되는 데도 일조했다. 호텔 관계자들이나 외식업자들을 초대해 음식과 어울리는 전통주을 소개하는 등 다양한 행사가 열매를 맺은 것이다. 해외 공관이나 주한 외국 문화원이 전통주 관련 행사를 해달라고 요청해도 갤러리 관계자들은 달려갔다. 이제 갤러리는 전통주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친근한 창구가 되고 있다.
이런 활동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갤러리 방문객 수도 늘고 연령대로 다양해졌다고 한다. 최근 괄목할 만한 특징은 20~30대 방문객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 총방문객 수의 73%가 20~30대라고 갤러리 관계자는 전한다. 2018년에 견줘 외국인 방문객 수는 대략 13%라고 한다.
현재 갤러리는 매달 새로운 테마로 무료 시음회를 하고 있다. 2020년 1월 시음회는 ‘2019 우리술 품평회’ 수상작 2탄이다. 우곡생주(배혜정도가), 세종대왕 어주(장희), 갈기산 로제와인(갈기산 포도농원), 산내울 오미자주(거창사과원협청과물 종합처리장), 티나(추성고을) 등 다양한 술들이 애주가들을 1월 한 달 내내 기다리고 있다. 포털 네이버 예약 사이트에 사전 예약하면 참여가 좀 더 간편하다.
하지만 지방에 거주하는 애주가들에게 갤러리의 각종 이벤트는 ‘그림의 떡’이다. 하지만 절망적이진 않다. 무료는 아니지만, 지방에도 갤러리와 비슷한 콘셉트의 공간들이 더러 있다. 전통술박물관 산사원(경기도 포천시 화현면 화현리 512), 완주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전북 완주군 구이면 덕천전원길 232-58), 전주전통술박물관(전북 전주시 완주군 풍남동3가), 술박물관 리쿼리움(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탑평리) 등이다. 전통주 및 여러 술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곳들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보면 ‘힙하다’고 평을 할 만한 증류 기기부터 각종 기록 등이 비치된 이들 공간에서 한나절 여행은 새콤한 술 한 잔의 취기보다 흥이 난다.
글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사진 전통주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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