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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차, 잊혀진 템플기사단의 도시

Camino de Santiago : 그리움의 프랑스길

Camino De Santiago - 20일차 ( Carrión de los Condes -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


출발지역 Carrión de los Condes

도착지역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준비물 기본배낭, 알베르게 정보 자료, 그리고 휴식

코스 및 고도 지도

거리(실측거리) / 시간 26.3 km (26.5 km) / 7.5시간

주요지점 Carrión de los Condes ~ Calzadilla de la Cueza ~ Ledigos ~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자치주 Castilla y Leon



순례길에서 특이한 경험을 한 하루였다. 같이 음식을 만들어 저녁을 먹는것은 너무 늦은 시간이라 참석하지는 않았다. 같이 노래부르고 순례길의 의미를 공유하는것만으로도 좋았다. 나름에 이유를 안고 찾아온 사람들이다. 부모님이 아파서, 또는 사고로 잃고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그냥 순례길이 좋다고하여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에게 상을 주기위한 여행으로 선택한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종교적인 이유로 찾아오는 사람도 당연히 있다. 모두가 순례길에서 무언가 찾으려고 하는것은 명확했다.


" 그럼 내가 찾는것은 무엇이지?"



Carrion의 알베르게도 6시 이후에야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그전에는 나갈 수 없어 일찍 깨어난 사람들은 로비에서 아침식사를 하며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어제 사놓은 빵으로 아침식사를 간단히 했다. 초반 Los Templarios가는 길은 마을이 없어 식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쩌면 푸드트럭같은것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거라는 기대는 할 수 없었다.


알베르게의 문이 열리고 마라톤선수들이 대기선에서 기다리다가 총성이 울려 동시에 출발하듯 우르르 사람들이 문밖으로 밀려 나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알베르게는 텅비고 Carrion 길거리에는 순례자로 채워졌다. 그렇게 또다른 새벽의 순례길이 시작됐다.



오늘 걸어야 하는길도 직선에 쭈욱 뻗은 길이다. 언덕도 없고, 가로수도 별로 없다. 새벽이라 시원한 기운이 땅에 머물고 있어 덥지 않은 기분으로 걸을 수 있다. 오후가 되어도 높은 지대의 특성때문에 햇빛은 뜨겁지만 시원한 바람이 계속 불어와 덥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아마 7월이 되어도 이곳은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여름이라고 얇은 옷만 준비했다가는 얼어죽을 수 있는 곳이 여기라고 생각한다.


그냥 평지같은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고도가 높아지는 오르막 길이다. 경사가 있음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완만하게 이어가는 길이다. Calzadilla de la Cueza에 가까이 왔을때 높은 곳에 올라왔음을 경험했다. 마을이 언덕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사막처럼 건조하고 막막한 길, 흙먼지가 일어나지만 기분 나쁘지는 않은 곳, 길 옆 작은 숲에 쉼터가 간간히 있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행복한 길이다. 더우기 푸드트럭이 보일때면 탄성을 내지를 수 있는 곳이 여기다. 우리는 푸드트럭을 지나 계속 걸었다. 아침을 먹고나니 굳이 사먹거나 cafe con leche가 당기지 않았다.



쉼터에서 쉬었다 가기를 반복하니 Ledigos에 다다른다. 아무생각없이 걷는 길이다. 갈림길도 없고, 오로지 직진만 하면 된다. 신경쓸 것도 없다. 앞뒤로 순례자들만 보고 따라가도 걱정되지 않는 그런한 길이다. 그러다 보니 자꾸 내 안으로 생각을 곱씹게 된다.


"오늘 했던 일도 기억나고, 내가 왜 걷고 있는지, 일행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짜증나는데 남겨두고 혼자 걸어야 할까? 그래도 일행인데 두고 갈수야 없지. 책임을 지고 끝날때까지 서운함이나 짜증을 참자 !"


무수한 생각이 길을 걷는 동안 떠올랐다가 지워지고, 다른 생각이 떠오르고 반복한다. 그러는 사이 마음은 가벼워 진다. 쓸데 없는 걱정이 너무나 많다는 것도 알아갔고, 나중에 닥치면 결정해도 늦지 않는 그러한 것들도 많았다. Ledigos를 지나 다시 허허벌판이 이어진다. 이런 곳에 알베르게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건물이 보이지 않는다. 가끔 농가만 보일 뿐이다.



오늘 따라 동양인이 많이 보인다. 대부분 한국인들이다. 우리보다 늦게 출발했을텐데도 앞질러서 걷는다. 빠른 속도로... 그저 Buen Camino만 말하고 우리앞을 앞서간다. 여기서 만나는 한국인들은 반갑지만, 순례길을 벗어나 스페인 다른 지역에서 만나는 한국인에게 반가움을 표시하면 이상하게 쳐다본다. "도를 아세요?"라는 사람이 말거는 거처럼 거부감을 표한다. 하지만 순례길에서는 그렇지 않다. 같은 국적을 가진 사람들끼리 쉽게 친해지고 도와주는 곳이 여기이다. 그러면서 의지하며 걷는 사람들도 생긴다.


오늘처럼 지루한 길에서는 순례길에서 만난 친구가 너무나 반갑고 기쁘기만 하다. Ledigos에서 맥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나머지 길을 걸었다. 잃어버린 템플기사단의 도시에 다다랐다. 이곳은 Carrion과 마찬가지고 템플기사단의 성지였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 있는것이 없다. 마을의 이름으로만 템플기사단이 있었다는것을 짐작할 뿐이다.



덧붙임..


순례길을 준비하는 사람들중에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안전하냐는 것이다. 도시에 가면 소매치기가 많다던데 라거나 폭력사건이 발생하다는 둥의 말을 어디선가 듣고 확인하는 글이 심심치않게 보인다. 단언컨데 순례길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길이다. 시골마을까지 들어올 소매치기는 없다. 배낭을 알베르게에 두고 다녀도 문제가 없다. 대부분 공립알베르게에는 관리자(오스피탈레로)가 상주하고 있으며, 순례길 중간에 배낭을 잠시 벗어놓았다 하더라도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들고 뛰는 사람이 없다. 레온이나 부르고스같은 큰도시에서는 소매치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큰 도시에 다다르면 제일 먼저 알베르게를 찾고 그곳에 들어가서야 배낭을 푼다. 게다가 혹시 모를 안전을 위해 복대까지 하고 다니는데 이정도까지는 안해도 무리없다. 그냥 편하게 작은 소품백하나 들고다니는것은 돈을꺼내고나 크레덴시알을 넣다 뺐다하기 편해서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순례길 중간에는 Civil Guadian이 왕래를 한다. 차량으로 또는 말을타고 다니는 민간경찰을 수시로 만날 수 있고, 알베르게에 가면 민간경찰에 대한 안내 포스터도 볼 수 있다.


오히려 스페인의 유명 관광지인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 같은곳에서는 진짜로 소매치기가 많으니 휴대폰과 지갑을 항시 손에 가까운곳에 보관하고 다녀야한다. 우리 일행들 한 명이 바르셀로나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가장한 일당한테 어의없게 돈을 털리는 상황을 연출했다.


그러니 순례길에서만큼은 마음놓고 편하게 즐기면서 걸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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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gue 정보

알베르게 이름 Albergue Jacques de Mo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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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비 (유로) 8유로

침대형태 50 bed/1방 ( 2인실 이용 가능)

침대수 Domitory

담요제공여부 No - 1회용 시트 별도 구매

부엌/조리시설 No

화장실/샤워장 Yes (구분없음)

세탁기/건조기 Yes / No

아침식사 제공 No

인터넷 사용 WiFi 사용 가능

주변 편의시설 미니 Elimentacion(식료품점) 있음

Bar Yes

Restaurante Yes

박물관 등 없음

기타 정보

1) 마을에 몇 가구만 있으며, 그외에는 알베르게 2개 뿐...

2) 알베르게에 Bar 및 레스토랑이 있어 자체적으로 식사 해결 가능.

3) 마당외에는 쉴곳이 없으며, 침실 공간이 좁은 편

4) 주변에 무너진 성곽이 있다고 하지만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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