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기억되는 길
북쪽길에 대해 아는것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산티아고순례길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어떻게 생긴 길이고 몇 개의 코스가 있는지도 전혀 알지 못한채 접한 길이였다.
다행인것은 알지 못하였기에 물어물어 다니면서 새로운 것, 옳은것을 확인하며 알게되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얘기한것을 들은 것이 아니라 현지인에게, 현지 가이드북을 통해 접하고 이해한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Santiago de Compostela에 다다를수록 아픔은 치유가 되어갔다. 되돌아가면 무엇을 어떻게해야 할지 앞날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늘어갔다. 걸을 수록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명확하게 해야할 일들이 정해졌다. 그 첫번째가 그 친구와의 정리이고 두번째가 둘레길답사 프로젝트팀에 합류 제안을 하고, 그리고 출판사에 북쪽길 가이드북을 내보자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만약에 안된다면... 글쎄, 더 이상 고민해봐야 무의미할것 같아 여기까지만 정리하기로 했다.
33일째, 산티아고데 콤포스텔라에 다다랐다. 성야곱성당앞에 다다랐고 광장 가운데에는 순례길의 마지막지점임을 알리는 표시석만 보일 뿐이다. 어느 누구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혼자서 무사히 도착했음을 자축하는 것 뿐이였다. 무언가 큰 기대를 했었지만 남는것은 아쉬움, 허망함, 허탈함 등등 ... 팡파레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그저 나만에 상상이였다.
내가 여기에 왜 왔을까? 길을 좋아서 한국에서는 걸어보고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지만 이곳에서는 내가 왜 걸어야 했을까? 가이드북을 만든려는 생각으로 시작한 길이였지만 결국은 쓸모없고 허탈한 시간이 되었던 것은 아니였을까?
순례길끝에서 끝까지 왜 걸어야 했을지 답을 찾기위해 버스를타고 피에스테레도 다녀오고, 산티아고 성당에서 미사도 보고, 시내를 둘러보며 산티아고 성당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하루종일 바라보기도 했다.
무언가 만족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볼때마다 신기하기만했다. 나는 무언가 만족스런 답을 찾지 못했는데 저들은 무언가 찾았던 것일가?
노란색 화살표만을 쳐다보며 걸었왔던 890km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한국에 돌아와 한 달여 동안 몸져 누워 있어야 했다. 몸이 힘들어서 추스리는것이 아니였다. 무언가 하려고해도 힘이나지 않았다. 모든게 귀찮고 더 걸었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였다.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다시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멤멤돌았다.
" 내가 미친건가? 아니면 왜 이러는 걸까?"
주변에 순례길을 다녀온 사람에게 하소연을 해봤다. 내가 이러는지 알겠냐고? 대답은 의외로 쉽고 간단했다.
" 까미노 블루(Camino Blue) 야..!"
순례길에 대한 향수병, 어찌보면 상사병인듯한 증상이란다.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경험한다는 나름에 후유증이다. 왜 이러는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 없었다.
좀더 많은 시간이 지나고 순레길을 그리워하며 전국에 둘레길을 다니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길이라고 모두 같은 길은 아니였다.
둘레길같은 숲길과 순례길같은 평온한 길은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좀더 고민해야 겠지만 이제는 어렴풋이 순례길을 따라가야 하는 이유를 알았다.
걷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 지고 스스로 마음속으로 찾아가들어가 구석구석 살펴볼 시간을 주는 길은 순례길같은 곳이라는 것을 경험하였다.
마음만 바쁘게 걷는 둘레길, 땀을 흘리며 걷는 둘레길은 겉으로만 변화를 주지만 순례길과 같은 평온하고 평이한 길은 마음속까지 변화를 줄 수 있다. 단지 좀 더 길게 오랬동안 걸어야 그 변화가 크다는것도 체득하였다.
이제서야 순례길이 주는 의미를 알 것만 같았다.
산티아고순례길은 나에게 있어서는 마음에 안식처이며,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 길을 걷는 여행자들은 길의 의미를 경험해야할 필수코스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에필로그
북쪽길을 다녀온 후, 매년 순례길을 다시 가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그러나 쉽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 나름에 해야할 일들이 생겼고, 그런 일들을 하다보니 1년이 지나고 2년이 흘러갔다. 주변에서 순례길을 간다는 소식을 들을때마다 부럽기만 했었다.
5년이 흐른 지금, 나는 다시 순례길에 와 있다. 이제는 프랑스길을 걸으며 순례길을 다시 한 번 경험하고 있다. 원하는 것은 시간이 결국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경험한 순간이다.
걷고 있는 지금도 내가 프랑스길 용서의 언덕을 지날때도 꿈꾸는것만 같았다. 현실이 아닌것같은 기쁨에 차있었다.
34일 동안 순례길의 기쁨을 경험하면서 하루 하루 보내리라...
Buen Cam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