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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기전 순례길 준비하기

작은 에피소드 6


에피소드 6 – 출발하기 전 준비모임을 가지다.


  2011년 아무것도 모른채 스페인에 꼭 가봐야할 길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당시 소수의 여행작가들이 산티아고순례길에 대한 에세이가 소개되면서 환상과 가봐야할 여행지로써 자리메김하던 시기였다. 산티아고순례길에 대한 사전 정보나 순례길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갑작스레 준비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다녀온 친구가 있어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막상 순례길에서는 필요없는 물품이 너무나 많아 쓸데없이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다녀야했다. 게다가 무거운 배낭에 대한 감각도 없었고, 순례길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북쪽길(Camino de Norte)를 가야한다고하니 그저 우리나라의 둘레길과 비슷한 줄 알았다.



  45일 여간의 첫 번째 순례길을 마치고 돌아오니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좀더 순례길에 지나가는 도시, 성당, 예절 등 정보를 알고 갔다면 어떠했을까, 그리고 미리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보는 준비를 했다면 물집이 생기지도 않고 필요한 물품만 챙기며 가볍게 여행을 떠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6년 후, 다시 산티아고순례길을 준비하고 다녀올 기회가 생겼다. 예전의 경험과 미리 준비가 필요하기에 동행하려는 순례자를 대상으로 사전 미팅을 2번 정도 가졌고, 미팅을 통해 순례길이 무엇인지, 배낭준비, 예절, 식사 및 크레덴시알 등 필요한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2번의 설명회 시간에 예비순례자에게 풀어냈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정리하여 여기에 글로 씀으로써 다른 예비 순례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첫 번째는 순례길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순례길은 한국의 둘레길 또는 외국의 트레일코스, 트레킹장소로 알고 찾아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는 길이 엉망이다, 별로다, 이런곳에 가지마라라는 등 부정적인 의견을 주변에 던져놓는다. 이렇게 찾아간 사람들도 이해는 한다. 순례길은 트레킹가거나 한국의 둘레길마냥 풍경이 좋은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옛 순례자들이 다니던 길에 도로가 생기다보니 차량의 소음을 들으며 걸어야하는 구간도 꽤 많다. 순례길은 좋은 길을 걷기위한 장소가 아니다. 종교적인 의미가 깊게 박혀있는 사람들의 자취가 만들어낸 길이다. 따라서 풍경을 쫓아가는 둘레길이나 트레일(trail)과는 전혀 다르다. 예비 순례자들에게 이부분을 명확히 얘기를 해줌으로써 길보다는 순례길의 의미에 집중하도록 했다.



두 번째로 순례길과 알베르게의 예절과 크레덴시알에 대한 설명이다.


  순례길은 매년 20여만 명의 각국에서 찾아온다. 서로의 언어가 다르고, 나이, 자기나라의 습관, 성별이 모두 다르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것 때문에 문제를 야기하거나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스페인과 순례길에서의 예절을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6시에 기상하여 7시 이전에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알베르게를 떠난다. 하지만, 일부 순례자들은 좀더 일찍 일어나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때는 배낭과 개인의 짐은 침실외부에 두고, 일어나 밖에서 준비를 해야만 한다. 그래야 다른 순례자들에게 피해를 주지않기 때문이다. 일부 한국인들과 외국순례자들은 일어나자마자 침대에 앉아 휴대폰을 켜고 짐을 챙기며 부시럭 거리는 소리를 만들어내어 다른 순례자들에게 불편을 자아낸다. 나야 조용히하고 준비한다고는 하지만 예민한 순례자에게는 모든 소리가 시끄럽게 들릴뿐이다. 사소한 배려가 있어야 하는 곳이 여기다. 


  순례자만 머물 수 있는 숙소를 알베르게(Albergue)라고 하는데, 이곳에 머물려면 최초의 공립알베르게 또는 순례길 사무실에서 크레덴시알(Credencial, 순례자여권)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 순례자여권은 순례자임을 증명해주면서 알베르게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없다면 비싼 호텔이나 민박집에서 머물러야 한다. 그리고 순례자여권을 가지고 알베르게에 머물면 스탬프도장을 찍어주는데, 이 스탬프가 순례길을 어떻게 거쳐왔는지를 유추할 수 있으며,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도착했을 때 인증서 발급에 있어 중요한 증거물(?)로 이용된다. 그래서 순례자여권을 소중히 여기고 스탬프를 받아야한다고 얘기를 해준다. 물론 알베르게 이외에 각 도시에 있는 교회 또는 Bar, 노점상, 전시관 등에서도 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모든 사람이 같은 순례자여권을 가지고 있지만 그안에 스탬프는 모두 다를수도 있다.  


세 번째는 어떻게 배낭을 싸야할지에 대한 설명이다.


  순례길관련 동호회 또는 카페, 순례길웹사이트 등에서 검색을 많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배낭싸는방법에 대한 질문이다. 대체적으로 모든 사이트 들은 공통적으로 자기몸무게에 1/10 무게로 배낭의 무게를 만들어야 한다고 알려준다. 하지만 실제로 이무게를 맞추는 것은 무척 어렵다. 몸무게가 가벼운 여성일수록 더욱 힘들 것이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순례길에서 적당한 무게라는 것은 정할 수 없으며, 자기가 배낭을 메었을 때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나의 경우는 대략 10kg 이내로 배낭무게를 정하며, 이정도 무게라면 순례길 걷는동안에 내가 감내할 수 있는 무게이기도 했다.


  배낭을 꾸리는데 있어, 배낭자체의 무게도 다르고, 침낭이나 옷가지의 무게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비슷하게 배낭을 꾸렸더라도 무게차이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절대적인 배낭무게를 정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진정으로 가볌게 배낭을 메려한다면, 가장 비싼 장비들을 구매해야한다. 대체로 비싼 장비들이 가볍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례길에서는 Transfer서비스가 있다. 순례자의 배낭을 알베르게에서 다음 알베르게로 이동시켜주는 서비스인데 대체로 5~7유로 사이이다. 하지만 공립알베르게의 경우 일부는이 서비스를 받아주지 않는다. 예전의 순례자처럼 고행을 하면서 걷기를 바라는 순례자협회의 생각이 반영된 듯 싶다.


네 번째가 순례길의 일정과 필히 들러야할 도시를 말해주었다.


  순례길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코스가 프랑스의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하는 프랑스길(France Route)이다. 그런데 출발 도시인 생장피에드포르는 작은 동네이다 보니 볼거리없는 작은 시골도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순례길에서 만나는 커다란 도시만 눈에 불을 켜고 보려고 한다. 하지만 생장피에드포르는 프랑스과 스페인의 역사 얽힌 전장의 도시이기도하며, 작은 성안에 도시이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순례자들은 오로지 순례길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어느 도시가 중요하고 어디를 보고 가야할지 신경을쓰지 않는다. 그저 깨끗한 알베르게가 있는 도시가 중요할 뿐이다.


  순례길에 있는 도시들은 나름 의미가 있다. 고대시대의 템플기사단, 성모의 발현, 성채발현 또는 순례자의 쉼터나 교회, 순례자를 위한 병원역할을 하였던 시설이 있었던 도시 들이다. 출발하기전 순례길에서 거쳐가는 도시의 유래나 짧은 설명을 듣고 간다면 풍성한 순례길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저 하루에 30km이상 걸으면서 옆에 곁눈질할 틈없이 경주마처럼 앞만보고 걸어나는 순례자들이 불쌍해 보이기조차 한다. 그래서 여유있는 일정을 계획하고 순례자여정을 시작하라고 조언을 해준다.


  


  이외에도 순례길에 도움이 될만한 세부내용과 팁 등을 얘기해주는데 이부분은 차후 별도의 에피소드로 풀어나가고자 한다. 순례길에서 중요한 것은, 내나라 여행이 아닌 외국에서 오랫동안 머무는 여행이기에 외국의 문화와 예절을 이해하고 따라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것이 편하다고 내 고집만 피우며 한국의 습관대로 행동하는 한국인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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