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걷기좋은 길인가?

길에서 길을 말하다. (8)

매월 초가 되면 신문이나 블로그를 통해 걷기좋은 길이 소개된다. 대부분 신문사 또는 잡지사에서 취재를 통해 기사화 된 경우도 있지만, 정부부처에서 보도자료 기사로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도 매월 걷기좋은 길 10선을 소개하지만 가끔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과연 적정한 시기에 찾아가는 둘레길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초창기 한국관광공사에서 걷기좋은 길을 소개할때는 나름 길여행전문가 등을 섭외하여 협의를 통해 전국의 둘레길 중 10곳을 선정하였었다. 지역적인 분배를 통해 길을 선정하기보다 해당 계절에 걷기 적합한 코스를 선별하는 것이 우선이였다. 이것도 몇 달 하지도 않고 관광공사 자체적으로 선정하겠다고 방침이 바뀐 후부터 권역별 배분을 통한 걷기좋은길을 선정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지역 안배를 하더라도 계절에 맞게 찾아 갈 수 있는 길이라면 좋겠지만 뜨거운 여름에 숲이 없는 둘레길을 소개하기도 한다. 전문가가 배제된채 공무원의 편의성에 의해 선정하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예를 들면, 2017년 7월 관광공사에서 선정한 둘레길은 기차라는 주제를 가지고 둘레길 10곳을 선정했다. 대부분 기차역이 있거나 철길, 폐철길을 활용한 코스를 선별했다. 그런데 과연 7월 뜨거운 날에 이러한 주제가 부합하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길여행 전문가나 동호회 운영자들은 아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선정된 둘레길을 보면 해운대삼포길, 인천둘레길 6코스, 해파랑길 33코스, 물소리길 1코스 등이다. 대부분 숲길이 아닌 땡볕에 걸어야할 코스 들이다. 더운날에 뜨거운 햇볕을 받아가며 걷고자 하는 길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나마 죽령옛길이나 봄내길 2코스 정도만 숲이 우거진 길이라 시원하게 다닐 수 있다. 기차를 주제로 정했다면 여행가기 좋은 가을에 선정을 했다면 오히려 일반인과 길여행 전문가들도 수긍하고 추천뿐만 아니라 실제로 걷기여행을 다녀올 것이다. 계절을 무시한 채 지역적인 분배에만 관심을 가지고 선정한 걷기좋은길은 과연 누구를 위한 길인지 묻고 싶다.


게다가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걷기좋은 길 중에 빠짐없이 포함되는 둘레길이 있다. 문체부에서 조성한 해파랑길이 그 주인공이다. 해변을 따라 걷다보니 바다와 친숙한 풍경은 있지만 모든 계절에 어울리는 그러한 둘레길이 아닌데도 매월 1코스이상 포함되어 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그래서 관광공사는 자기네 부서에서 만든 둘레길을 계속 홍보하는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이라고해서 객관적이고 적정한 둘레길을 소개하지는 않는다.


얼마 전에 트레킹지원센터에서 6월에 걷기좋은길로 제주 한라산 둘레길을 선정하였었다. 한라산둘레길은 둘레길이라고 하기에는 제법 험하고 한 코스의 거리가 제법 긴 코스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찾아가면 고생을 감수해야만 하는 곳이다. 한라산둘게리을 조성한 단체는 산림청이며, 트레킹지원센터는 펀치볼둘레길, 한라산둘레길 등을 관리운영하는 산림청 산하의 특수법인이다. 이러한 단체가 소개하는 둘레길이 진정한 걷기좋은길을 소개하였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단지 자체적으로 개통한 둘레길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닐까 싶다.


산림청에서 소개한것이라면 좀더 숲이 아름답고 힐링할 수 있는 숲길을 소개한 것이라 일반인들을 생각하고 기사를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선정하여 발표하는 걷기좋은 길은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좋은 길을 소개하는게 아니라 그저 구색맞추고 지역의 편의성만 봐줄 뿐이다. 계절에 적합한 둘레길을 소개하는 단체나 언론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직접 취재를 통해 소개하는 일부 잡지만 믿을만하다.


더 이상 공무원 편의대로 소개하는 “걷기좋은 길“이 아닌 둘레길을 찾는 시민과 길꾼을 위해 소개해 줄 수 있는 진정한 ”걷기좋은 길“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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