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말하다 (16)
옛 백제의 도읍지였던 공주나 부여는 관광지로만 알고 있다. 이러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심속에 둘레길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저 둘레길은 산속이나 공원에 있는 산책길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도심문화길이라는 주제로 조성된 둘레길도 생각보다 꽤 많다. 대구의 김광석길이나 인천의 근대문화길, 군산의 구불길 중 탁류길 등이 이에 해당된다. 공주에는 ‘고마나루명승길‘ 공주의 유적지와 도심을 둘러보는 길이 있다.
공주의 옛 도심을 걸으면서 공산성과 한옥마을, 무녕왕릉 등을 둘러볼 수 있는 걷는 공주도심여행길이다. 하지만 무늬만 명승길이지 길에 대한 안내가 없어 찾아나서기 어려운 코스다.
공주터미널에 내려 대합실에 있는 공주관광안내부스를 찾아 고마나루길에 대하여 문의를 하니 도로 사거리에 가면 이정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안내표시판은 공산성앞에 다다를 때까지 어떠한 이정표나 팻말이 보이지 않았다. 길을 잘못 들었나싶어 재차 둘러보아도 어느 곳에도 이정표를 찾아 볼 수 없었다. 단지, 공산성이나 한옥마을, 무녕왕릉 앞에만 커다란 안내표시판만 서 있을 뿐이다.
둘레길을 찾는사람이나 여행하는 사람들은 둘레길이 생기면 당연히 이정표가 곳곳에 서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명쾌하게 시작점과 종착점도 표시를 해놓아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도록 말이다. 하지만 공주의 고마나루명승길은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둘레길이다. 올테면 오던가 귀찮으면 안와도 상관없다는 투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대한다.
그냥 알아서 찾아가야만 한다. 고마나루길을 따라 걷지 않아도 공주의 주요 유적지는 어떻게던 찾아나설 수 있다. 아니면 자가용을 타고서라도 찾을 수 있다. 그런데도 도심 속에 둘레길을 만들고 홍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관광지만 둘러보는 여행은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를 수 없다. 관광지 여러 곳을 대중교통 또는 자가용을 이용하여 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관광지 이외에 별다른 모습도 볼 수 없거니와 지역의 식당이나 상가를 활용하는 경우가 적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둘레길여행은 어느 지역에 머무르는 시간이 꽤 길다. 세세하게 지역을 둘러볼 수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 먹거리와 볼거리를 해결해야 한다. 장거리 둘레길이 존재하는 지역이라면 숙박도 필요하다. 도심 속 문화길인 경우, 골목골목을 누비다 보니 단순 관광지 관람보다 그 동네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고 지역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진다. 진정한 여행이라는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역 상권과 맞물린다면 새로운 스트리트형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서울의 북촌마을과 삼청동이다. 예전에는 사진촬영의 장소로만 소개되었던 북촌마을은 걷는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골목을 누비는 사람들로 가득해졌고 종로구는 도보관광코스로 소개하고 있다. 삼청동과 북촌마을 서울의 새로운 테마관광지로 거듭난 순간이다.
다시 공주시의 고마나루길을 살펴보면, 길여행자들이 찾아왔을 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안내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자가용을 타고 온 사람들은 주차장을 먼저 찾게되는게 금강변 주자장을 제외하곤 쉽사리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대중교통을 통해 공주에 찾아오는 사람들 이라면 버스터미널에서부터 안내표시가 있어야 하는데 관광안내부스 직원조차도 잘 모르는 실정이다 보니 재교육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도로변 또는 주요 관광지 주변에 방향이정표를 세워놓는다면 공주시내를 누비며 걷는 사람들이 꽤나 늘어날 것이다. 공산성과 무녕왕릉을 잇는 도심은 곳곳에 볼거리가 넘쳐난다. 금강보다 작지만 아담하고 능수버들 가득한 제민천이 있고 황새바위성지도 존재한다. 게다가 무녕왕릉으로 향하는 도로변 인도에서 내려다보는 작은 마을은 진정한 살아있는 한옥마을의 모습이다. 여기에 쉼터가 있다면 길꾼들에게 유용한 쉼터로 각인될 것이다.
도심문화길은 도심사이로 걸어야 하다보니 안전함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고마나루길은 도로옆을 따라 걷거나 백제큰다리를 건너도록 표시판이 안내하고 있다. 쌩쌩 달리는 찻길 옆으로 걸으라고 표시한 것은 아무생각없이 그냥 지도보고 그려낸 둘레길이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안전성을 확보하여 코스를 변경할 수 있을텐데도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공주시 고마나루길은 좋은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낭비하고 있는 형국이다.
옛 도심 속에 늘어나는 기와집과 고풍스런 풍경은 백제의 옛 도읍을 거닐 수 있는 체험여행지로 제격인데도 내재된 값어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이라도 공주시가 진정한 명품 도심여행길을 만들고자 한다면, 표시쳬계와 고마나루길해설사를 양성하여 같이 걸으면서 공주시를 알리는 행동을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