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말하다. (10)
해안따라 걷고 싶은가?
2017년 초, 문광부에서 코리아둘레길(Korea Trail)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해안을 따라 일주하며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을 조성하겠다고 발표를 하였다. 내륙에도 현재 조성된 둘레길이 많이 있고 대표성을 지닌 둘레길도 존재를 한다. 게다가 국가 명칭을 부여한 장거리 둘레길이라는 ‘코리아트레일‘을 일개 정부부처에서만 사용한다는 것이 적당한지 의문이다. 문광부는 동해의 해안을 따라 조성한 해파랑길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길꾼이나 길여행자들은 해안을 따라 걷는 코스보다는 산과 숲이 있는 둘레길을 선호한다.
봄과 가을 등 한정적인 계절에만 걷기 편한 길은 자체적인 행사를 진행할 때 외에는 찾아가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해파랑길을 찾아간다 하더라도 일부 숲과 산지가 있는 예전의 바우길 또는 블루로드라고 불리워진 코스만 찾아간다. 그런데도 서해부터 남해까지 연결하는 최장거리 둘레길을 추가로 조성한다고 한다. 둘레길만 조성한다고해서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적이 있는 게스트하우스같은 여행객들을 위한 숙박지가 곳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한가지 둘레길 활성화를 막는 요인으로는, 내가 만들었다고해서 내가 만들어진 길만 가야한다는 고집과 이기주의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여행객들은 해안만 따라 걸을때도 있지만 주변의 여타 둘레길을 이어서 걷고 싶어할때도 있다. 그런데 문광부 뿐만 아니라 지자체 또는 둘레길단체에서 조성한 둘레길은 서로 이어져 있지 않다. 둘레길 간에 네트워크가 되어 있지 않아 길여행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코스의 범위가 한정될 수 밖에 없다.
어디든 갈 수 있는 유럽의 둘레길
걷기문화가 일찍 발달한 유럽의 경우, 프랑스의 랑도네(Randonnee)라는 둘레길이 18만여 km 정도 조성되어 있으며, 어느 한 지역만 돌거나 일방으로만 걸어야 하지 않는다. 지역마다 둘레길이 거미줄처럼 엮이어 있어 나름대로 코스를 정하여 걸을 수 있다. 게다가 간간히 유스호스텔과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여행객들이 지속적인 걷기여행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아직 둘레길 문화가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은 과도기적인 문제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둘레길을 조성한 것이 둘레길의 양을 늘리는데 도움이 되었을지라도 품질을 올리지는 못했다고 본다. 전국에 1만여 km정도 둘레길이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서울에서 땅끝까지 둘레길을 따라서 걸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적인 한계를 넘어 둘레길을 상호 연결하고 지역 또는 정부부처의 이기적인 발상으로 둘레길을 조성하는게 아니라 단일부서에서 통합하여 운영해야만 둘레길 네트워크를 이룰 수 있다. 그래야 진정한 ‘코리아트레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가지정트레일(National Trail)을 살펴보면, 대부분 풍경이 뛰어난 숲과 산지, 계곡 등을 활용한 트레일을 운영하고 있다. 자연을 통해 사람들이 휴식하고 치유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래서 산림청에서 조성하는 백두대간트레일이야 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둘레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서울둘레길과 백두대간트레일과 지리산둘레길을 아우루는 코스가 완성되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숲과 백두대간을 따라 힐링하는 최장거리 둘레길이 될 것이다.
어디를 가더락도 해안길만 따라서 조성된 둘레길은 없다. 스페인의 산티아고순례길 중 북쪽길 코스(Camino del Norte)만 해안을 따라 일부 따라가기는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가 아니라 걷기 적당한 코스에 한에서만 해안길을 선택한다. 이러한데도 문광부는 예산을 들여 해안만 따라가는 둘레길을 만든다고 홍보를 한다. 과연 저렇게 만든 둘레길이 필요한지, 길여행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둘레길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