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길위에 여행, 강진 바스락길 걷기여행축제

길에서 길을 말하다. 18


 우리나라 지자체는 매월 축제를 연다.  지자체별로 생산한 농축산물을 기반으로 한 축제도 있고, 문화재 또는 지역의 문화유산을 기반으로한 축제도 있다. 최근에는 둘레길을 활용하여 걷기여행또는 걷기대회로해서 축제를 만들어 진행을 한다.  예전에도 도심에서 걷기대회가 있었지만 현재의 둘레길걷기대회는 예전과 다르다. 예전에는 오로지 건강을위해 빨리걷고 기록을 만드는것이 우선이였다. 시간보다 거리를 걸어서 기록을 세우거나 누적하는 방식이였다.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로써 걷기를 했다면, 지금에 걷기대회나 축제는 다른 방향이다.


   지역마다 갖춰놓은 둘레길을 천천히 걸으며 주변 풍경도 보고, 먹거리 부스에서 먹고 쉬고 하며 가족 또는 동호회 단위로 하하호호 웃으며 걷는다. 여기서는 오로지 걷는 길만 중요하다. 시간제한은 있지만 충분하고 거리가 중요한것도 아니다. 


  그래서 지방에서 개최하는 걷기여행축제를 찾아가 보려 한다. 나름 다시 찾아가는 지역도 있어 내심 기대를 안고 떠났다.


 두루누비(https://www.durunubi.kr)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전국의 둘레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매월 추천하는 둘레길도 확인 할 수 있지만 계절마다 진행하는 둘레길/걷기여행축제에 대한 정보도 확인 할 수 있다. 이번에 가보고 싶은 곳 3군데를 정해 매주 가보려고 한다. 서울 근교 고양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둘레길축제가 제법 많이 열리고 있다. 이제는 둘레길축제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잡은 듯 하다.


  이번에 찾아가 곳은 강진군에서 개최한 "강진 바스락길 걷기여행축제"이다. 강진을 선택한 이유는 둘레길붐이 한창이던 시기에 가장 많이 찾아갔던 남도의 도시 중 하나였고, 한동안 찾아가지 못해 향수병이 일듯이 강진의 부드러운 땅을 밟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익숙한 지명인 석문공원에 이른 아침에 다다르니 낯선 풍경이 더해졌다.  도로위에 출렁다리가 새로 생겼다. 그리고 해남가기전에 위치한 주작산휴양림과 연결되는 둘레길의 중간 코스라고도 한다. 막상 석문정까지 올라가 출렁다리를 가려고 했으나 석문정부터는 바위틈 사다리를 밟고 올라서야 해서 카메라들고 가기에는 어정쩡하여 석문정에서 풍경을 내려다 보는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석문정에서 내려다본 풍경


 걷기축제가 열리는 장소로 내려오니 사전접수를 한 후 비닐봉지 하나를 건네준다. 여기에 간식으로 김밥과 사탕, 식수 그리고 손수건이 기념품으로 담겨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준비한듯하다. 주차장부터 축제장주변에 군데군데 애띤 모습을한 청소년들이 우리가 잘 찾아 갈 수 있도록 봉사요원으로 군데군데 서있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V자를 그리며 씩 웃어준다.



 일반적인 축제라면 본 축제보다 사전에 의례가 긴법이다. 하지만 걷기축제를 하는 곳은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식전공연은 하더라도 주요인사의 인삿말은 생략하거나 축소하여 행사를 진행한다. 예전에 어떤 축제에 갔을때는 축하인사 부터 경축사까지 10~20분을 하다보니 시민을 위한 축제라기 보다 보여주기식 공무원축제 같았는데 강진군은 그렇지 않았다. 군수님의 인삿말이 끝나자마다 바로 본 행사인 걷기코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번 행사의 코스는 강진 바스락길 1코스 8km 중 일부를 제외한 5km 구간이다. 그러다보니 가장 볼거리가 많은 구간이 되버렸다. 석문공원을 출발하여 조성된 숲길을 따라 다산초당을 거쳐 백련사까지 걷는 코스이다. 예전에도 많이 걸었고 다산유배길도 가봤지만 전혀 새로운 코스였다. 새롭게 조성한 숲길이 꽤 오래전에 만들어 놓은것 마냥 푸근하고 나뭇잎이 가득 깔린 숲길이였다. 


  빠르게 걷는 사람들도 있지만 천천히 숲을 음미하며 걷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이손 꼭잡고 걷는 식구들, 기분 좋게 떠들며 걷는 친구사이 인듯한 분들도 있다. 둘레길이 좋은 이유는 이렇게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하며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 돌을 쌓아 만든 돌탑도 보였고 무엇보다 스탭인 듯한 분이 뛰듯이 앞뒤로 오가며 참석자들을 안내하고 다닌다. 그렇게 안해도 잘 찾아갈 수 있을텐데 말이다. 5km라고 하지만 숲길에 자잘하게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 어느새 땀이 흘렀고, 그늘 가득한 숲에 들어서면 편백나무와 삼나무, 소나무가 어울려 상쾌한 향을 뿜어낸다.


  이렇게 좋은 숲길을 그냥 걸으라고 하니 아쉽기만 하다. 편백나무숲 아래 어디서 돗자리펴고 쉬었다가면 좋겠지만 걷기축제이다 보니 제한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며 계속 길을 이어 갔다.



  다산초당에 다다르니 익숙한 풍경이 반겨준다. 예전에 수없이 다녔던 뿌릿길과 다산초당...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반가웠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강진여행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다산초당부터는 다른 관광객들과 섞여 걷는다. 중간 쉼터에 섹소폰 공연도 진행중이다. 산속에서 듣는 음악은 꽤가 마음을 현하게 해준다. 여기서 아예 자리를 펴고 쉬어가는 사람들도 제법 보였다. 나또한 잠깐 벤치에 걸터앉아 쉬어가기로 했다. 너무 쉬지 않고 여기까지 와버렸다.


  잠깐 쉬어 다시 길을 나서 다산초당을 거쳐 해월루로 향했다. 강진만의 바다를 볼 수 있는 이길에서 유일한 장소인데도 여기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은 없다. 걷기축제 스탭들이 이곳에 다녀오게끔 안내를 해줬으면 좋았을거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나혼자 해월루 망루에 올라 오랜만에 강진만을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고운 색상으로 들판을 메우고 있었다. 더 자랐는지 나무로 인해 시야가 가리는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느새 저멀리 백련사가 보였다. 예전에 봤을때는 공사중이였는데 지금은 공사 천막은 없어졌고 온전한 백련사의 모습이다. 하지만 처음보는 축대때문에 예전처럼 포근했던 백련사가 아닌 사람이 다가서는것을 꺼려하는 백련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올라간 백련사 대웅보전의 모습은 그대로이다.  여기저기 둘러보는 사이에 걷기축제 참가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벌써 다 내려갔는가 보다. 좀더 여유롭게 둘러보면 좋을텐데 말이다. 걷는것만 중요한것이 아닌데, 여기에 왜 이런길이 생겼는지 이유를 안다면 훨씬 감성이 풍부해질텐데 말이다. 옛날에 다산과 혜장선사가 만났던 길, 그 전에 추사와 초의선사가 차를 마시기위해 만났던 길이라는 것만 알았어도....


주차장에 다다르니 안내부스가 서있다. 여기서 축제에 대한 간단한 설문조사를 마쳤다. 내용이 뭐라하던 내마음속에는 이만한 길이 없고 만족스러운 걷기축제였다. 나홀로 만족한 축제일지라도 이렇게 자리를 만들어준 사람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저 멀리서 노래로 반겨주는 가수가 있었지만 흘러가듯 들으며 석문공원으로 가는 버스에 타고 배낭을 내려놓았다. 이제서야 끝났구나. 


  어찌보면 걷기축제를 왔다기 보다 내 추억을 되새기는 여행이 되었던 하루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추억이 부르는 그 곳, 서울천주교 순례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