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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수,열수,경강 그리고 한강 - 열다섯번째

정조 행차의 길목-노량진과 남태령 - 1

  

8코스 : 숭실대입구역 - 서달산 -달마사전망대 - 노량진공원 - 한강대교 - 마포종점- 마포역    

  

  한강을 걷기 시작하고 8번째 구간에 접어 들었습니다. 이제부터는 한강의 하류에 해당하는 지역입니다. 한강대교를 건너 마포를 거쳐 서울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가양대교를 건너 여의도까지 돌아오는 길이 남았습니다. 한강길을 걸어본 사람들 중에 궁금증을 말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왜 12개로 나누었는지? 코스마다 거리가 좀 긴 것 같던데 짧게 할 수는 없었나요? 이렇게 코스를 구성한 이유가 있는지 등등, 길을 만듦에 있어 가장 원초적인 궁금증일수 있는 부분을 물어봅니다. 저또한 둘레길을 다니면서 이 길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하여 물어보기도 하고 걸으면서 생각해 보기도 했었습니다. 길을 구성하고 만들때는 나름에 원칙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걸을 수 있어야 하고, 두 번째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에게 원칙입니다. 


 처음 서울시와 함께 한강을 주제로 둘레길을 만든다고 할 때 단순히 한강 옆으로만 걸을수 있도록 하려고 했었습니다. 무척 단순한 구성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강의 다리를 건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추가 제안이 하면서 한강길을 구성하려는 내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한강과 한강 주변에 볼거리, 동네골목길, 공원을 엮는 코스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한강에서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대교도 포함하였습니다. 이렇게 큰 그림이 그려지고나니 어디서 출발해야 적합할까라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한강의 중심지이자 교통의 요충지였던 한강대교 주변을 시작점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한강 한쪽 끝에서 시작하여 강남과 강북의 강변길을 순환하게끔 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제 생각은 한강도 중요하지만 한강을 오가는 상인과 관리, 과객들이 모이는 최종의 장소는 한양도성이라는 생각에 청계천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청계천과 한강은 불과분에 관계이자 조선시대 치수를 함에 있어 중요하게 여기던 하천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개천의 발원지와 그 모습이 담겨져 있는 광화문광장을 시작점으로하여 한강과 마포 만리재를 거쳐 되돌아 오는 순환 코스를 기획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세부 코스를 짤때도 가능한 서울에서 다양한 장소를 보여줄 수 있는 장소들을 포함시켰습니다. 전망이 좋은곳, 역사의 의미가 있는 장소도 말이죠. 단순히 한강을 걷는 것이 아니라 한강주변의 과거와 현재를 경험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포함한 걷기여행으로 구성하였습니다.      


 한강길의 총 거리는 약 108km입니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한강을 한바퀴 돌다보면 108km를 걷게 됩니다. 거기에 한 코스당 거리는 약 8~9km 내외로 하루 반나절 동안에 걸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물론 좀더 여유롭고 풍경을 즐기면서 걷는다면 하루 일정으로도 괜찮은 코스로 봐도 좋습니다. 이러한 기준으로 나누다 보니 총 12개 구간으로 나누어졌습니다. 각구간에 시작과 종료지점은 지하철역에 가까운곳으로하여 접근성을 높게하였고, 가능한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도심 가운데 길은 자제하였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나가야 할 구간도 있더군요. 이렇게 구성하고 몇 번을 답사하며 걸으면서 완성된 것이 지금에 한강길입니다.      


   “아리수, 열수, 경강 그리고 한강” 8코스는 숭실대입구역에서 시작하여 서달산를 건너 한강대교를 지나는 코스입니다. 지난 7코스는 삼남대로를 시작하는 나루터를 지난다고 소개를 했었습니다. 오늘 거쳐가는 노량진 또한 삼남대로를 가기위한 길목에 존재했었던 중요한 나루터였으며 정조의 능행차로 인해 시흥대로가 열렸고 그 길목이였던 곳이 한강대교 앞입니다. 이러한 예전부터 존재했던 옛길을 더듬으며 한강길 8코스를 시작합니다.               


한강을 내려다보는 명소 서달산 팔각정과 동작대     


 숭실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와 숭실대 옆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합니다. 약 700m 정도 올라가면 사거리 신호등을 건너 백운 119센터 옆길로 들어가면 서달산 입구에 다다릅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오른쪽 계단을 타고 서달산 정상으로 가도 되지만 계속 오르막이다보니 힘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왼쪽 데크가 있는 산책길을 따라 가다 오른쪽 숲길로 빠져 서달산으로 향하는 것이 좀더 부드럽고 편하게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물론 정상으로 가지 않고 서달산 잣나무숲을 따라 놓여진 데크길로 따라가도 좋습니다. 서달산 정상으로 가려는 이유는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강 풍경을 찬찬히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는 6코스에 있는 응봉정과 10코스에 있는 하늘공원 전망대, 11코스에 있는 증미산전망대가 전부입니다. 그중에 여의도 주변과 한강 중심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서달산 위에 있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서달산 정상의 동작대보다 달마사 경내에 있는 거북바위와 보살상이 있는 전망데크가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입니다. 서달산은 해발 197m라고 하지만 금새 올라가는 곳입니다.      


  서달산 정상까지 약 15분 정도면 올라갑니다. 정상에 다다르면 팔각정 정자가 있고 뒤편에 동작대라는 정자가 있습니다. 보통 전망데크를 설치한 곳은 전망대라고 칭하는데 팔각정옆에 있는 2층 전망대는 ‘동작대’라고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자를 뜻하는 단어가 많이 있는데 대(臺)라는 것은 높은 지대위에 돌이나 흙으로 쌓아올린 곳에 누대를 세운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동작대라고 명칭을 붙인 것으로 추측합니다. 정자를 칭하는 명칭은 이것 말고도 많습니다. ‘누(樓)·정(亭)·당(堂)·대(臺)·각(閣)·헌(軒)’ 등 다양한 명칭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강의 풍경을 보기위해서는 동작대보다 더 좋은 장소가 있는데 달마사 가는 길에 보이는 데크입니다.           



목마른 거북이 쉬는 자리달마사 거북바위 앞     


 서달산에서 달마사 뒷동산을 통해 들어서면 “야하!”하고 먼저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탁트인 전망 아래로 고구동산과 한강대교와 한강철교가 놓여있고 그 아래 한강이 유유히 흐르는 펼쳐진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풍경이 잘 보이는 곳에 거북바위와 아미타부처님 동상이 세워진 자리가 있습니다. 부처님께 인사하기위해 만들어진 장소이지만 일반인한테는 전망대처럼 보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몇 년 전만해도 부처님앞에서 한강을 내려다보면 시야가 거칠것이 없었는데 지금은 키 큰 소나무가 곳곳에  세워져 있어 시야를 가립니다. 그래서 보다 나은 풍경을 보려면 데크 계단을 타고 좀더 내려가야 합니다.      


 한강길 코스를 기획할 때 한강의 풍경을 잘 볼 수 있는 곳을 최대한 담으려고 했습니다. 한강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노량진 일대를 보기 위해서는 달마사 내 거북바위 있는 곳이 제격이며, 한강 하구와 김포의 너른 평야를 볼 수 있는 곳은 하늘공원 전망대 가장 오른쪽에 있는 전망데크입니다. 한강 상위 부분인 중랑천합수부와 강남, 서울숲 인근을 내려댜 볼 수 있는 곳은 응봉근린공원에 있는 팔각정 2층 또는 올가가는 길에 만나는 전망데크입니다. 이보다 한강을 더 가깝게 바라보고 싶다면 광진교 중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제격일겁니다. 산대신 높은 일딩이 만들어내는 지평선이 멋있고 특히나 해질 무렵 빌딩 사이로 해가 떨어질때의 풍경이 가히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들어올리게 할 만큼 멋있습니다. 이외에도 자잘하게 한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들이 많지만 한강과 거리가있어 한강길을 걷다가 찾아가기에는 좀 먼 장소들이라 생략합니다. 이외에도 한강의 야경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곳으로 최근에 조성된 증미산 전망대와 밤이 더 아름다운 선유도 공원 전망대입니다. 한강을 바로 내려다보며 빌딩의 불빛이 반사된 한강의 모습이 아름다운 장소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명나라 사신들이 한강의 풍경을 보지 못하고 되돌아가면 바보였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놓친 것을 비꼬는 것일 겁니다. 지금도 한강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낮보다 밤이 아름답고, 가까이서 보기보다는 멀리서 전체를 조망했을 때 아름답습니다. 옛날의 한강은 더 아름다웠을 것입니다. 하얗고 고운 모래가 한강을 빼곡하게 채웠을 때 모습이 더 아름다웠을 것입니다. 이제는 내려가기 전에 달마사를 들러보려 합니다.     


  달마사를 둘러보려면 서달산에서 내려가야 합니다. 위에서 건물만 내려다봐도 한가로움이 느껴지지만 내려가서 곳곳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자연 동굴에 모셔진 부처님과 민족신앙이 섞여있는 소림굴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달마사는 1931년에 만공스님의 제자인 유심스님이 창건하였다고 합니다. 제법 오래된 사찰처럼 보이지만 그리 오래되지 않은 사찰입니다. 이 사찰의 특징은 고려대장경의 출판본을 봉안한 사찰이라는 점입니다. 그것도 전산화하여 500여종의 경전을 전산화하고 출판본으로 보유한 최초의 사찰이라고 합니다. 사찰 중에 불,법, 승 중 중요시하거나 하나를 특정하여 보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달마사는 불경을 봉안하여 장경도량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리고 한강을 내려다 보았던 곳에는 거북바위가 있어 또다른 전설을 담고 있습니다. 거북모양을 닮은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는 1년에 두 번씩 몰래 내려와 한강에서 목욕을 하고 다시 산으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이제는 서달산 잣나무숲길을 따라 내려가야 할 시간입니다. 거북바위가 있는 곳에서 왼편을 바라보면 작은 숲처럼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고구동산공원 우리가 가야할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 건너편에 노량진과 한강대교가 놓여 있는데 예전 정조가 수시로 건넜던 자리이기도 합니다.       



 정조의 행차배다리를 놓다.     


  중앙대 후문을 거쳐 고구동산에 이르렀습니다. 여기는 배수지시설이 있는 곳으로 현재는 상부에 공원화 되어 있고 고구동산공원으로 불리웁니다. 동작충효길 표시판을 따라 산수유나무 산책길을 내려가면 노들역에 다다릅니다. 우리가 잘아는 노량진과 한강대교, 그리고 장승배기가 있는 곳입니다.


  노량진의 옛 이름은 노들나루입니다. 많이 들어본 이름이죠? 네 노들나루를 한문으로 쓰면 노량진이 됩니다. 노량진은 삼남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있었던 중요 나루 중 하나였습니다. 중요도가 높아서 도승이라는 관리가 배치되었고 군대도 주둔을 하였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나루는 한강에 3군데가 있었는데 송파진, 양화진 그리고 노량진이였습니다. 모두 길목에 있는 중요 나루터 였습니다. 노량진을 통해 시흥, 과천, 안양 방향으로 연결되어 충청도 또는 전라도지역으로 내려갔었습니다. 특히 정조는 화성에 있는 융건릉에 거의 매년 왕래를 하였었습니다. 제위기간 후반 12년 중에 11회 정도 왕래를 하다보니 일반 관리나 과객들이 노량진을 통해 왕래가 불편하여 별도로 동작진 즉, 동재기나루터를 설치하고 남태령을 통해 왈래하도록 길을 내었습니다. 그리고 정조는 노량진을 통해 시흥을 거쳐 안양으로 이어지는 길목을 사용했는데 조선 12대 대로 중 하나인 시흥대로이자 현재 장승배기를 거쳐 안양으로 내려가는 국도의 모체이기도 합니다. 동작진은 노량진의 관리하에 있었기에 관선이 배치되었었는데 그만큼 노량진앞 한강은 교통의 요지이자 중요 나루였고 역사에 있어서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장소입니다.     

  근대에 와서는 한강의 첫 번째 다리인 한강철교가 이곳에 세워졌고, 경인선의 시발점인 노량진역이 세워지기도 했습니다. 한강철교가 세워지면서 경부선과 전철 1호선이 지나는 길목이 되었고, 지금은 KTX까지 다닐만큼 번화한 철교가 되었습니다. 한강의 첫 번째 차량이 다니는 다리인 인도교(제1한강교)가 1937년에 완공되었는데 그 장소도 노량진이 있던 자리입니다. 노량진 앞에 장승배기를 거쳐 시흥으로 넘어가는 도로는 국도 1호선이였는데 성산대교와 서부간선도로가 건설된 후 국도 1호선 자리를 양보하게되어 지금은 노량진로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노량진 일대에 넓은 백사장이 있었는데 이렇게 용산쪽으로 넓게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보니 조선시대에는 군사훈련이나 사열이 이루어졌던 곳이기도 합니다. 훈련도감, 금위영, 어영청은 진법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였고, 조선후기에는 국왕의 참관 하에 이를 사열하는 열무를 자주 가졌다고 합니다. 왕이 참관할 때 비서실 역할을 했던 선전관원들도 참석을 하였는데 사열이 끝나면 관리들끼리 모여 회포를 푸는 자리인 계회를 가졌었다고 합니다.     

이미지 1 한강대교와 중지도 사진 윗쪽이 상도동이다.
선전관계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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