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간과 지지의 시작은 어디서?
역학 또는 명리를 처음 접할때 배우는 것이 음양과 오행이다. 그리고 의미를 파악하고나면 보다 세분화된 천간과 지지에 대해서 배운다. 하늘의 변화를 표현한 천간 10개 글자와 그 기운이 땅에 내려왔을때 표현되는 기운의 운동을 표현한 지지 12글자를 합쳐서 천간과 지지, 줄여서 '간지'라고 말한다. 왜 천간의 시작은 '갑(甲)'이 되었을까? 아무 이유도 없이 사용한 글자는 아닐 것이다. 과학에서도 어떠한 법칙이 성립하고 공식화 할때 여기에 사용하는 수식이나 방정식이 있고 거기에는 정해진 기호를 사용하여 법칙이나 현상, 의미를 표현한다. 역학도 이와 같은 이유로 22개의 글자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과연 천간과 지지라는 글자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지 추측해 보자.
역학의 시작은 천문학?
고대로부터 문명이 발달하게 된 이유는 식량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정착여부가 결정되었고 잉여 식량이 발생하면서 식량이 아닌 다른 기술을 발달시킬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결국 인류는 식량생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는데 그중에 하나가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였을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절이 변하는 것을 알게되고 해가 뜨는 시각과 구름에 모습을 보면서 또는 별의 배치를 보면서 축적한 경험을 통해 기상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사람들은 먹구름이 드리우면 비가오겠네 또는 눈이 내리것이다라고 예상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천문학이 발전하면서 지구 주변을 도는 별들의 움직임을 통해 위치와 어떤 현상을 연관지어 기억을 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지구 주변을 도는 행성의 이름은 동양에서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그리고 달(月)과 태양(日)으로 부르고 있는데 각 별이름의 옛 명칭을 보면 보면 수성은 진(辰)으로 불리웠고, 금성은 태백(太白)이라 불리웠고, 화성은 형혹(熒惑)이라 불리웠는데 화재나 병란 등 조짐을 보일때 나타나는 별이라고 칭했다. 목성은 세성(歲星)이라 불리웠는데 결실, 수확, 나이 등의 의미를 가진 글자를 썼다. 토성은 진압하다, 항상의 의미를 가진 토(塡/鎭)로 불리웠다. 각각의 별마다 의미가 담겨져 있으며 그로인해 발생하는 현상을 설명하려고 하였을 것이다. 게다가 관찰한 별의 색깔이 더해지면서 지금에 오행의 색상과 순서가 만들어졌을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東國輿地勝覽)》 3권에 보면, 국사당에서 매년 봄과 가을에 초제(醮祭)도 지냈다는 기록과 함께 초제의 주요 대상이 오성(五星) 또는 혹성(惑星)이다라고 하였는데, 땅에 오행이 있는 것과 같이 하늘에도 동쪽의 목성(木星, 세성-歲星), 서쪽의 금성(金星, 태백성-太白星), 남쪽의 화성(火星, 형혹성-熒惑星), 북쪽의 수성(水星, 진성-辰星), 중앙의 토성(土星, 진성-鎭星) 등 태양계에서 지구에 가까운 목성, 금성, 화성, 수성, 토성으로 된 다섯 개의 오위(五緯)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푸른색의 목이 첫번째로 정해진 것일까?
오행의 생성원리
오행의 시작은 목으로 시작하고, 천간은 목 오행인 '갑'으로 시작하며 지지는 수 오행인 '자'로 시작하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의미를 찾아보면, 오래된 역학서인 '연해자평'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 태역(太易)은 水를 생합니다. 우주만물은 모두 水에서 생명이 시작합니다. 그 시작에서 첫번째 시작하는 생명의 시작을 일컫는 것이 태초(太初)입니다. 태초에서 火를 생합니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태어난 생명체는 木을 닮아서 최초의 시작으로 태시(太始)로서 木을 생합니다. 木이 왕성해지면 핵심을 가려내어 태소(太素)로써 金을 생합니다. 마지막으로 오행의 생명탄생의 한 순환을 마치면서 태극(太極)이 새롭게 土를 만들어 내고 마무리하면서 최초의 다른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이를 부연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木은 방위로는 동쪽에 해당하고, 계절은 출발을 의미하는 봄이 됩니다. 하루로 치면 아침에 해당하며 木의 기운은 소양에서 나옵니다. 火의 방위는 남쪽에 해당하고, 계절은 성숙해지는 여름에 해당합니다. 하루로 치면 낮에 해당하고 火의 기운은 태양에서 나옵니다. 金의 방위는 서쪽이며, 계절은 가을에 해당합니다. 하루로 치면 저녁에 해당하고 金의 기운은 소음에서 유래합니다. 水의 방위는 북쪽이고 계절은 겨울에 해당합니다. 하루로 치면 밤에 해당하고 水의 기운은 태음에서 유래합니다. 土의 방위는 모든 오행의 중간에 위치합니다. 계절도 각 계절의 사시에 위치합니다. 土의 기운은 태극에서 유래합니다. 土는 모든 것을 품고 사랑하는 기운이기에 土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 세상을 돌보는 삼라만상의 사랑이 오행입니다. 즉, 오행은 모든 만물의 근원이며, 사랑입니다.
<출처 : 역학사랑방 - 오행이란 무엇인가?/하늘산 글 발췌 >
또한 열자(列子)의 천서(天瑞)를 보면 연해자평과 동일한 의미로 오행과 시초를 설명하고 있다.
" 기의 시초를 태초(太初), 형(形)의 시초를 태시(太始), 질(質)의 시초를 태소(太素)라 했고, 기·형·질이 생겨 아직 분리되지 않은 형태를 혼륜(渾淪)이라 했다."
그래서 순서대로 보면 수->화->목->금->토의 순서로 생성되었다고 볼 수있기에 우리가 방위를 표시할때 "동서남북"이라 말하지 "동남서북"이라 말하지 않는것도 이해가 될 것이다. 실제 계절의 변화 및 해가뜨고 지고하는 하루의 변화와 연계하여 보면 해가뜨는 동쪽의 '목'으로 시작하여 가장 해가 높게 떠있는 남쪽을 '화' 해질무렵은 서쪽의 '금'이 자리하고 어두워진 저녁은 북쪽의 '수'오행이 자리하고 다시 날이 밝아오고 새로움을 표출하기까지 담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오행은 '목'에서 시작하여 목-화-토-금-수의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졌다. 이렇게 하늘의 별과 해와 달의 움직임을 통해 상황을 인지하고 연결시키다보니 보다 정밀하고 검증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루의 시간을 아침,점심, 저녁 이렇게 표현하기보다는 좀더 세분화하여 해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등을 따져 볼 수 있다면 농사를 짓고 시간을 알아보기에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래서 오행을 보다 잘게 나눈것이 천간과 지지라고 볼 수 있다.
대표성을 지닌 기호가 필요하다.
우리가 잘아는 법칙 중 하나인 만유인력의 법칙이 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이처럼 하나의 공식을 만들어 자연현상을 설명하려했던것이 서양의 과학이었고 이를 위해 다양한 기호와 숫자를 사용하였다. F는 힘, G는 만유인력상수, M과 m은 질량, r은 거리를 나타내는 기호이다. 이뿐만 아니라 화학에서도 많은 기호를 사용하는데 주기율표상 원자에는 각각 기호로 명칭이 정해져 있고, 분자를 표현할때는 직선이나 육각형의 모형으로 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호를 사용하지 않은채 각자마다의 생각을 표현하다보면 소통하기 쉽지 않을것이다. 소통한다 하더라도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다. 그래서 과학에서는 표준단위 또는 표준 기호와 정해진 방식으로 명칭을 정하는 등에 표준화 작업을 하여 공유한다. 예를 들어 대문자 K는 켈빈온도(절대온도)를 표시하는 기호이지만 컴퓨터의 메모리용량 단위의 크기를 정하는 K(Kilo), M(Mega), G(Giga)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헷갈리지 않는것은 나름에 정해진 규약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역학에서도 음양과 오행을 통해 발견한 순환의 이치를 좀더 세분화하여 표시해야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야 보다 정밀하게 관측하고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문의 모습에서 오행을 만들었고 이를 보다 세분화하여 10개의 기호로 나누어 놓은 것이 천간이며, 하늘과 기운과 땅에서의 행동양식, 운행, 운동 등으로 표현하기위해 만든 기호가 지지라고 볼 수 있다.
10개의 천간은 오행의 기운에다 음양이 쌍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10개로 구분한다. 지지는 하늘의 기운이 땅으로 내려와 닿았을때의 운동표현이기 때문에 조금 버퍼링되는 현상을 포함하고 있고, 게다가 천간이 해의 운행을 기본으로 삼았다면 지지는 달의 운동상황을 표현하여 표시하였기에 12개의 기호를 사용하고 있다. 앞에 오행론으로 보면 양의 목기운이 첫시작이 되어야 하겠지만 천간과 지지는 조금 차이가 있다. 그리고 각 기호 글자중 천간은 '갑'이, 지지는 '자'로 시작하는 이유를 먼저 알아보자.
우선 천간의 첫 글자가 '갑'이 된 이유를 찾아보면 하늘에서 내려다본 지구 전체를 의인화한 글자라고 볼 수 있다. 좀더 자세히 알아보면,
역학의 이론 중에 지구를 의사화시켜서 나타내는 9궁도라는 것이 있다. 지구를 구등분화시킨 도상(圖像)이 ‘9궁도’라는 것으로 지구에 존재하는 방위 중에서 정방위에 해당하는 동서남북과 간방위에 해당하는 동북간, 동남간, 서남간, 서북간이 되는 4곳과 지구의 중심이 되는 중앙(중궁中宮)을 합쳐서 지구를 9궁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9궁에 대한 이치는 지구라는 땅떵어리 전체뿐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을 논하는 역리의 근거가 되고 지극히 작고 미세한 것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이론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甲자는 천간의 첫 글자를 정한 것은 지구를 의사화한 9궁도의 원리 때문이며, ‘전(田)’이라는 글자는 중궁을 비롯한 9궁의 방위를 표시하고 만유의 생성쇠멸에 대한 이치가 들어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 역학의 의론이다. 지구를 원형이 아닌 정방형의 모습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田’로 의상화해 놓은 것이다. 甲자는 천간에 대한 첫 글자일 뿐만 아니라 기(氣)의 첫 출발이 되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글자이다. 오행으로 갑과 을은 목(木)이 되는 글자인데 방위로는 동방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주역에 보면 “진출어제(震出於帝)”라 하여 ‘동방의 木으로부터 기운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주역에서 말하는 제(帝)라는 것은 양기를 가리키는 말이며 지구상에 존재하는 양기야말로 모든 것을 생성시키고 자육하는 생명의 근원인 것으로 되어 있다.
<역학사랑방 역학의 골격이 되는 천간과 지지의 글 발췌>
이러한 이유로 천간은 '갑'이라는 글자가 첫 글자로 표현되었다. 동양은 한자를 통해 의미전달을 하였기에 한자로 대표성을 지닌 기호를 만들어 사용하였을 것이다. '갑'이라는 글자이후 자연의 흐름과 생명발생과 잉태의 모습을 표현하여 사용했고 이를 그대로 사용하였을때 의미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보다 쉽게 기호의 뜻을 알아볼 수 있도록 형상화한 이미지를 도입하여 연결시켰을 것이다. 그래서 '갑'은 목의 오행이자 양의 기운이니 솟아나온 큰 나무로 비유하여 설명했을 것이다. '을'은 목의 오행이지만 음의 기운이니 음의 속성에 따라 목에 가리워진 작은나무 또는 화초에 비유하여 설명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가 확고히 정해지다보니 갑목은 큰나무로 을목은 화초이자 풀이라고 생각을 고정시켜 놓았다. 하지만 앞서 발생의 이유를 따지고 본다면 단순히 나무가 아닌 나무의 기운이나 형태, 모습을 형상화한 기호이자 여러 의미가 포함된 글자라고 보아야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
천간의 다른 글자도 살펴보면 아래처럼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표현하였다.
갑 : 씨앗이 땅속에서 싹이 터서 뿌리가 나오는 모습
을 : 씨앗이 떡잎을 이고 땅위로 나오는 모습
병 : 식물이 땅위에서 본 잎을 양쪽으로 펴고 있는 모습
정 : 식물이 키가 크게 자라 올라간 모습
무 : 茂(무성할 무)의 줄인 글자이며 식물이 무성하게 자란 모습
기 : 起(일어날 기)의 줄인 글자이며 꽃이 피어 새 씨앗의 기운이 일어나는 모습
경 : 꽃이 진 열매 속에 새 씨앗이 담긴 모습
신 : 新(새 신)의 줄인 글자이며 새 씨앗 속에 태어날 새 기운이 가득한 모습
임 : 妊(임신할, 아이밸 임)의 줄인 글자이며 새 씨앗이 완전하여 바로 심어도 싹틀 수 있는 모습
계 : 새 씨앗이 겨울에 땅속에 갈무리되어 다음 봄을 기약하는 모습
그렇다면 지지는 어떠한 의미를 담은 기호였을까? 지지가 생긴 의미를 보면 아래와 같다.
지지는 땅의 기운을 나타내는 오행으로써, 일년 12개월 중 각 달에 해당하는 달의 기운을 중심으로 하여 배열하였기 때문에 오행의 순서와는 관련이 없이 배속되었다는 점이 특색으로 나타난다. 달에 의해서 분류되는 1년의 시작이 1월 이지만 기에 의해서 분류되는 1년의 시작은 양기가 시작되는 11월 즉 동지가 들어온 다음부터 이기에 자(子)는 11월이 맞다. <역학사랑방 역학의 골격이 되는 천간과 지지의 글 발췌>
그래서 '인'이 시작이 아니라 '자'가 시작되는 것은 음력 11월부터 양기가 서서히 올라오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정했다고도 한다. 어쨋든 신기하게도 땅의 기운을 표현하다 보니 하루의 모습, 달의 차고 기우는 모습을 통해 12개 기호로 나누어 사용하였고 그 시간에 부합하는 특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위해 동물의 모습을 차용하여 의미를 담았다. 그래서 예전부터 시간을 볼때 자시, 오시, 술시 등으로 표현하였고 각 지지의 글자는 4방위와도 연계하여 방향표시에도 사용하였다. 결국 12개의 지지 글자도 일설에 나오는대로 그냥 가져다 붙인것이아니라 나름에 상징성이 있는 동물을 차용하여 의미전달에 사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야생화마다 꽃말이라는 것이 있다. 꽃을 단순히 꽃으로도 볼 수 있지만 꽃말의 의미를 포함한채로 의사표현에 사용하기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처럼 지지에 사용된 글자에 내포된 의미를 보면 아래와 같다.
子 - 아들, 자식, 첫번째, 아기, 입자, 분자, 시작, 스승
丑 - 둘째 지지
寅 -동방, 셋째 지지
卯 - 양쪽의 문을 열다
辰 - 때, 별, 힘써 괭이를 휘두르는 것, 농사,
巳 - 삼짇날, 태아, 복,
午 - 낮, 똑바로 세운 절굿공이의 모양
未 - 아니다. 아직 ~하지 못하다. 나무 끝의 가느다란 작은 가지의 모양
申 - 납, 거듭, 이야기, 아뢰다, 원숭이의 옛말,
酉 - 술을 빛는 술단지의 모양, 가을에 결실한 곡식을 거두어 들여 술을 빚고 제수를 갖추어 천지조상에 감사제를 드릴 때 사용하는 주기(酒器)나 식기를 표상할 때가 있다.
戌 - 온기, 정성, 마름질 등,
亥 - 되어지게하다. 만들다, 곧은 줄기뿌리에 잔뿌리가 난 모양,풀뿌리 모양, 시(豕)자와 닮아서 후대로 오면 돼지라는 훈이 붙는다.
이처럼 역학이라는 것도 과학에서 보는 것처럼 나름에 규칙과 규정을 통해 다듬어지고 더해지고하여 법칙처럼 만들어진 학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실질적인 적용을 통해 보완되고 필요한 인자가 더해지기도 했다. 필요에 따라 기호를 차용하여 만들어진 것이 역학의 근간이 되는 '간지'라는 것이다. 이러한 간지를 통해 사주에 구현하여 나타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약 228,000여 가지라고 한다. mbti테스트가 16가지로 나누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촘촘하고 세분화하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