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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 14

내 삶에 기억되는 길

산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능선을 따라 걷거나 둘레길만을 고집하던 나였다. 산이 싫었던 것은 당시 같이 다니던 사람들이 산 정상을 찍는데 중점을 두고 다녔기 때문이다. 옆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오로지 앞만 보고 올라간다. 그리고 정상찍고 빠른 걸음으로 내려오는거에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산에 오르는건 힘든 일이다.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을 수시로 경험해야 한다. 그로인해 얻은 보상은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멋드러진 풍경뿐이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법도 하지만 나에겐 뭔가 부족했다. 산에 오르기위해 산으로 들어가지만 정작 산 전체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멀리 떨어져 있어야 웅장한 산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래서 지리산 상고대까지는 가봤고 서울 근교의 산들도 다녀보긴 했다. 그래도 산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태백산을 다녀오기 전까지는...



산을 오르게만든 매력적인 산, 태백산트레킹


산을 다니는 사람들은 언제가도 좋다고 한다. (물론 둘레길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유독 겨울산은 무조건 가봐야 한다고 하면서 추천한 곳이 태백산이다. 첫 태백산은 둘레길답사 프로젝트팀이 꾸려지면서 첫워크샵을 겸한 모임으로 다녀왔다. 날씨가 추운 날, 아이젠에 스패츠를 하고 버프로 얼굴을 감싸 완전무장을 하고 올라선것이 처음이다. 게다가 새해맞이 기원하기위해 산을 찾은것도 이유가 되었다. 겨울산을 통해 겨울철 임도, 둘레길을 많이 다녀봤지만 여기는 남달랐다. 산위에 펼쳐진 푸른 하늘과 하얀 설원의 풍경이 아름다웠고, 곳곳에 서있는 주목군락지가 더욱 신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마지막 정상부근에서 만난 천제단은 단순히 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찾아갈 곳이 아님을 느끼게 해주었다.


태백산은 그리 힘든 산은 아니다. 힘들수도 있지만 눈이 쌓인 날에 갈때는 힘들지 않다. 올라가다 만나는 풍경을 바라보며 눈에 담다 보면 힘든줄 모르고 오르게 된다. 푸른 하늘과 하얀 눈이 만나는 풍경은 정말 끔찍하게 아름다웠다. 산을 오른다고 꼭 빨리 올라야할 이유는 없다. 보이는 풍경을 즐기며 쉬엄쉬엄가도 된다. 그런데 느리게 걸으면 죄악이되는것처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빨리간들 무얼할까? 목적지보다 과정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의 선입견일수 있지만 즐기는 것이 건강하게 산을 오르는 것이라 믿고 있다. 겨울이외에 태백산을 찾아도 좋다고 한다. 수많은 종류의 야생화가 지천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겨울이 아니어도 좋은 곳이다. 산은 어디를 가느냐 보다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좋은 인상을 주는지 나쁜 인상을 줄지 결정이된다. 나와 함께 갔던 동료가 그저 빠르게 가려고만 했다면 아무리 멋있는 태백산이라도 다시는 가보싶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산을 오르면서 사진찍고 즐기고 웃으면서 보내는 산길이었기 때문에 태백산에 대한 인상이 좋아 다시 찾아오며 매년 겨울이 되면 왠지 다시 가봐야할 곳으로 머릿속에 박혀버렸다. 아름다운 풍경과 태백이라는 이름이 주는 경외감이 더해져 여타 산보다 멋있게 보였다.


많은 산을 가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산에 대한 인식은 조금 바뀌었다. 갈 수만 있다면 좋은 산을 가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변화하였다. 등산로도 길이라는 범위안에 들어간다. 꼭 수평으로만 가야한다는 생각도 내려놓아아 한다. 수직으로 올라가는것도 길이다. 단지 힘들다거나 목적성향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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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만 고집할게 아니라 산도 알아야지.


길만 다니는 사람은 산에 안갈려고 한다. 내가 그렇다. 그렇다고 산과 둘레길이 다른것은 아니다. 그저 힘들다는 이유로, 정상으로 가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둘레길도 산 속에 있다. 산에서 즐기는 것은 등산이나 둘레길이나 똑같다. 단지 가려는 방향이 다를 뿐이다. 산을 가는 사람들은 '등산'아라는 말을 쓴다. 산을 올라 위에서 내려다보려는 마음이다. 사람이 산에 오르면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설 수 있어 정복이라는 말도 같이한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위대한 인류라 하더라도 자연을 거스를수 없고 같이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등산이라는 말보다는 '입산'이라는 말을 선호한다. 산에 들어서서 산을 느끼고 경험한다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오히려 진정한 산의 전체 모습을 보려면 산꼭대기에서가 아니라 멀리서 떨어진 옆에서 봐야 전체 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산을 즐기려면 산 속에 들어가야 하며 등산은 그 중 하나의 방법이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둘레길에선 경험할 수 없는 전경을 보여준다. 가릴것없는 산위에서는 오직 하늘만이 맞이해줄 뿐이다. 택백산은 충분히 산을 즐기며 올라가는 재미를 느끼게 해줬다. 게다가 천제단을 만나려고 능선에 올라서서 저 멀리 바라보면 마음이 뿌듯하고 무언가 충만해진 기분을 만끽하게 해준다.


태백산위에 머물면서 건너편 함백산도 눈에 들어온다. 태백산보다 조금 더 높은 함백산은 이 구역을 책임지는 산신이 살것만 같은 위엄이 서린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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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대화하는, 자연에 기원하는 곳


자연을 숭배하는 것은 그만큼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에너지를 내뿜기 때문이다. 번개가 그렇고 산에서 부는 강한 바람이, 폭설이 그렇다. 어떻게 해도 그 힘을 거스를수가 없다. 그래서 자연을 경배하고 기원하게 되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태백산은 그렇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 일출을 보면서 새해에 잘 되게 해달라고 하는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산에서라도 마찬가지이지만 태백산은 다른가 보다. 태백보다 작지만 태백만큼 멋지고 기운찬 산이 소백산이다. 그래서 이름도 '소백'이다. 소백산도 멋지지만 태백산에 비할 곳이 아니다. 그래서 단군이 이곳에 첫 도읍을 정하고 이름을 태백이라하였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명칭에서 뿜어내는 아우라도 크다. 그리고 천제단도 있지만 내려오는 길에는 단군성전도 존재한다. 어찌되었던 다른 산에 비해 태백은 기원하고 소원을 빌기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나또한 그런 마음을 품고 오기도 한다. 즐기며 걷는 산이자, 자연의 경외감을 경험하게하는 태백산은 내 마음속 첫번째 큰 산이다. 물리적인 높이가 높은 산의 순서가 아닌 나의 마음 속 깊은 울림과 인상을 심어준 큰 산이다. 이 산은 언제나 다시 찾아올 첫번째로 꼽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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