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섬에 가고 싶다 !
제주를 찾는 이유
제주도를 왜 가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이렇게 얘기한다.
"음, 일단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요.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니까요. 그리고 제주는 볼거리가 많아요. 아름다운 옥색의 바닷빛깔 뿐만 아니라 숲길, 올레길, 오름, 그리고 잘 알지 못했던 제주만에 역사와 문화가 있어 독특함을 주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짧게 말하지만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제주를 처음 접했던 1990년 1월에는 그저 한라산만이 관심의 대상이였고 여기를 가야만 했다. 그리고 십여년이 흐른후에야 제주도를 다시 갈 수 있었는데 그때는 오로지 둘레길에 미쳐있을때라 제주의 올레길을 걷는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오름과 숲길을 많이 다녔다면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역사에 초점을 두고 찾아간다. 걷지 않아도, 짧게 산책하듯 걸어도 좋을만한 그런 곳을 찾는다. 제주를 대하는 생각이 바뀔때마다 제주의 다른 면을 볼 수 있기에 제주도에 대한 매력을 느끼며 연애하는 기분으로 찾아간다. 5월에 지인들과 함께 제주를 찾아온 목적은 산수국 피어난 숲길을 보는 것이였고 두번째는 가파도의 청보리밭이다. 4일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배가 뜰지 걱정을 하며 첫날을 보냈다. 다행히도 둘쨋날은 비가 그쳤고 바다에는 해무가 짙고 자욱하게 깔리어 있어서 가파도행 첫배는 결항이 되었다. 이후에는 상황을 봐야 한단다. 하늘에 도움인지 두 번째 배편부터는 정상적으로 운항이 재개되어 가파도에 들어설 수 있었다.
청보리밭 대신 황금 보리밭을 만나다.
가파도 또는 안성의 너른 청보리밭을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파도 청보리밭도 유명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섬의 대부분 면적이 밭인데 거기에 보리가 심어져 있다. 겨우내 찬기운을 이겨내고 봄부터 자란 보리는 5,6월이며 익어서 수확하게된다. 그 전에 싱싱한 초록빛 가득한 보리밭은 멋드러진 풍경을 보여준다. 조금 늦은 5월 중순에 찾아간 가파도는 노랗게 잘 익어있는 황금보리밭으로 변해 있었다. 제주의 토종 품종이라는 가파도 보리는 다른 지역에 비해 키가 커서 사람들이 보리밭에 들어가도 허리를 훌쩍 넘는 큰 키를 자랑한다. 선착장에서 내려 바로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나아가 보리밭이 보이는 곳으로 빨리 걸어갔다. 좀더 빨리 가파도의 풍경을 접하고 싶기 때문이다. 작고 평평한 섬 사방을 둘러봐도 누렇게 익은 보리밭이 펼쳐져 있다. 바다너머에는 산방산과 송악산이 오른편에 보이고 왼편을 보면 모슬포와 비양도가 작게 눈에 들어온다.
뒤돌아 풍력발전기가 있는 바닷가쪽을 보아도 누런 보리밭이 펼쳐져 검푸른 바닷물의 색과 대비를 이루어 진기한 색깔의 대비를 보여준다. 그리고 바닷가 너머에는 국토 최남단의 섬 마라도가 바다위로 툭 튀어 올라와 있다. 푸른색의 싱싱함을 보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의 모습도 너무나 아름답다. 누렇게 익은 보리밭의 색감이 멋지고, 그 속에 알알이 여믄 낱알이 줄지어 붙어있는 모습도 신기하고 예쁘다. 보리인지 밀인지 구분이 안된다고 하지만 보다보면 보리의 입맥이 여러개 인지라 구분은 할 수 있다. 가파도는 복잡하게 골목골목의 길은 없다. 해안따라 이어진 순환의 산책길과 네 방향으로 가로지르는 마을길이 있을 뿐이다. 작은 동네안에는 자잘한 골목이 있기는 하나 어디를 가도 길을 잊어버릴일은 없다. 잃어버린다해도 만나는 곳이 정해져 있어 어떻게 걸어도 좋다. 단지 섬안에는 키 큰 나무가 없어 그늘이 별로 없으니 햇빛이 강한날에는 챙넓은 모자를 쓰거나 양산을 쓰고 걸으면 덥지도 않고 시원한 나만에 그늘속에서 가파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가파도의 매력이라면...
가파도는 그리 매력적인 섬은 아니다. 넓고 평평하고 지형적으로 특이할 뿐이다. 바다건너 보이는 제주의 풍경을 바라볼 수있다는 것 외에는 그닥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있는 법이다. 화려한 아름다움에 익숙해지면 잔잔하게 보여지는 깊은 매력을 느낄 수가 없다. 마음편하게 만들어주는 풍경이 진정 나에게 휴식과 힐링을 주는 값진 매력이다. 강렬함이 주는아름다움은 젊은때 느끼고 경험했던 것이라면 나이가 들은 지금에는 조용하고 잔잔한 호수처럼 보아도 보아도 계속 쳐다보게 되는 이 풍경이 더 나에게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을, 한 두 시간을 멈추어 서서 바라보고 싶은 매력을 가진 곳이 가파도이다. 거기에 더해진 것이 청보리밭, 황금보리밭, 가을에 코스모스가 밋밋한 매력을 더해주는 요소가 된다.
가파도의 배편은 왕복으로 예약해야하고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3시간 정도 머물수밖에 없어 바삐 움직여야 하지만 조금 늦게 배를 탈 수 있다면, 아니면 하룻 밤을 이 섬에서 보낼 수 있다면 이또한 특별한 경험이 될 듯 싶다. 작은 섬안에 무얼 볼게 있냐고 말하겠지만 상상해보면 불빛 없는 이곳에서 올려다보는 밤하늘이 멋질것이고, 푸른 바닷물에 비친 달빛의 모습도 이색적일 것이다. 파도소리 가득한 밤의 해변을 걷는 것도 다른 곳에서 경험하지 못할 모습이다. 다음에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머물러 보려고 한다. 이번으로 가파도가 두번째 이지만 다른 날, 다른 계절에 다시 찾아오고 싶은 곳중에 하나가 여기이다.
에필로그
항상 어디를 가더라도 딱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말이기도하고 내가 지녀야할 품격이라고 생각될 때도 있다. 이번 제주여행 중 가파도에 갔을때도 이러한 마음의 소리가 들여왔다.
" 이제 너는 익어가야할 시기야 ! "
그렇다. 많은 경험을 길에서하고 길위에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해왔지만 이제는 내 스스로를 익혀서 그 안에 가치가 될 수도있고, 경험을, 길여행의 대단함을 알려줘야할 때라는 것을... 그래서 보다 많은 시간을 글쓰고 정리하는데 할애해야 할지도... 마음속에는 그렇게 하라고 나한테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