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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 파주까지 통일걷기 13일차

길위에 여행 in DMZ


출발 : 학교안풍경캠핑장

도착 : 임진각     


깃발에 마음을 새기며 마지막날을 시작하다.


  드디어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어제 머물렀던 캠핑장은 차량으로 들어올 수 없는 골짜기에 있는 아늑한 곳이다. 숙소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얼마나 많이 알아보고 다녔을지 짐작이 간다. 코로나만 아니였으면 넘쳐나는 숙소중에 가까운 곳을 선택했을텐데 그렇지 못하니 찾고 찾다가 이렇게 깊은 곳까지 들어왔으리라. 그 덕분에 버스에서 내려 숙소까지 강제로(?) 15분 이상을 걸어가야만 했다. 걷는 13일 동안 조별로 통일걷기행사 깃발을 2개 주어졌는데 마지막날 되니 이것을 기념으로 가지고 가셨으면 하는 바램을 나타낸 은자누님과 현석님에게 가지고 있던 깃발을 내드렸다. 그리고 그냥 가져가기보다 모두의 마지막 인삿말을 써달라고 하여 깃발에 각자의 이름과 소망을 담아 적어내려갔다. 나또한 무어라고 쓸까 하다가 항상 써왔던 문구를 써내려갔다.


 '길위에서 또 만나요. 길여행가 강세훈'


  길은 어디에나 있다. 중요한것은 누구와 함께 걸었느냐이다. 도반, 길동무를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나의 멘토가 될 수도 있고, 나의 동반자가 될 수있고 내가 가르쳐줘야하 하기도 한다. 게다가 즐거움이 동반한 길위에 여행이라면 이보다 신나는 걷기여행은 없을 것이다. 많이 걷고 땀나게 걷는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길에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교감하고 소통하며 서로를 배우고, 자연에서 배우는 것이 더 큰 길위에서 여행하는 이유이다. 이번 13일의 여정은 짧을수도 있지만 나름에 큰 경험을 가졌을 것이다. 나또한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친분을 쌓는 경험도 했다. 항상 인솔만 하다가 아우, 동생하며 챙김을 받아 보기도 했다. 그렇게 보냈왔던 12박 13일의 종착지를 향해 마지막 발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마지막 아쉬움을 달래려고 함께했던 스탭들과도 기념사진을 찍어 남겼다.


임진강은 흘러 한강을 만나는데 우리는 언제 만날까.


  오늘 코스는 짧다. 오전에 걷고 오후에는 해단식이 있다고 한다. 오전 코스는 율곡습지공원을 가로질러 임진각까지 길로 생태탐방로를 걷는다고 한다. 생태탐방로는 임진강변 옆 민통선 철책선을 따라 이어진 길이고 평화누리길은 율곡슾지공원에서 농로와 마을을 따라 둘러가는 코스라 사뭇 다르다. 보다 강렬한 현재의 상황을 경험하려고 한다면 전진교에서 출발하여 율곡철책선따라 걷기만하면 된다. 하지만 중간중간 통제구역이 존재한다. 통문이 잠겨있으면 들어갈 수 없지만 열려있다면 갈 수 있는 길이다. 이번에는 군과 정부기관의 협조가 있었기에 잠겨있을것이라는 걱정없이 철책선을 따라 좁은 길을 걸었다. 임진강물은 유유히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흐르고 있는데 우리는 그저 바라만 볼 뿐 어느 곳에서도 임진강 물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바로 앞에 자갈밭을 통해 임진강에 들어갈 수 있을것 같은데도 철책선 때문에 상상으로 임진강물에 발을 담궜다. 예전에 평화누리길해설사 양성과정 교육받으면서 이곳을 와본적은 있었다. 하지만 시간과 날씨탓으로 초평도가 보이는 쉼터까지만 걸어야 했다. 절반만 걸었는데도 감동와 서글픔이 공존하게 만들었던 길이였다. 지금은 전체코스를 걷는데도 완성의 기쁨보다 분단의 서글픔이 더 크게 밀려왔다. 이놈에 철책선만 없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에... 임진강을 내려다보며 하염없이 이어진 철책선과 매서운 철책의 가시가 유난히 아프게 다가온다. 


  철원에 접어들면서 화강을 따라 걷다가 이어서 한탕강으로 접어 들었고, 연천에서는 임진강을 따라 걸었다. 임진강의 기원은 북녘의 두류산에서 시작하여 DMZ를 건너 서편의 한강과 만난다. 남쪽 평창과 태백에서 발원한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서 한강이 되고 김포에 다다라서는 임진강과 만나 조강이 되어 서해로 흘러 들어간다. 시작은 다르지만 휴전선이 지나는 이곳에선 두 개의 큰 강이 만나 하나로 어우러져 구분할 수 없는데 우리는 아직도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어진 두 개의 한국에서 살고 있다. 언제나 되어야 우리는 합칠 수 있을까? 저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것처럼 자유롭게 왕래하고 만나고 섞여서 살면 좋으련만... 아직도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쉼없이 빠른 속도로 걷는다. 건너편 풍경을 찬찬히 음미하며 보고 싶었으나 좁은 색깔의 띠처럼 풍경이 지나간다. 그렇게 걸어서 초평도가 내려다보이는 쉼터에서 통일과 통합을 염원하는 리본을 달고 사진을 찍고 통일대교 아래를 거쳐 임진각에 들어섰다. 맨 앞에서 일행를 이끌어줬던 넘버2와 뜨거운 포옹을 했다. 이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그렇게 무수히 걸었으면서 이번은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뜨겁게 올라오는 무엇, 감격, 흥분, 성취감 그리고 아쉬움     


더 걸었어야 했는데....    



해단식, 그리고 우리의 만남을 시작하고


 해단식같은 의례적인 행사는 나하고 맞지 않는다. 자유롭게 인사하고 소감얘기하고 헤어지면 좋을텐데 격식을 차리고 하는 행사는 참 어색하다. 그러나, 의외로 해단식의 식순이 사람을 감동스럽게 만든다. 300km도 안되는(?) 짧은 길을 걸었을 뿐인데 이렇게 수고했다고 행사를 마련해 주니...  그러다 옛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산티아고순례길을 걸었을 때이다. 33일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우여곡절끝에 이룬을 출발하여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도착하면 협회나 누군가가 팡파레를 울려줄것이라고 상상을 했었다. 누가 그런 것을 해줄까도 싶었지만 바라는 마음이 컸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막상 도착하고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축하의 말도, 팡파레도 없었다. 그저 홀로 도착한 산티아고성당앞 광장에 덩그라니 서서 스스로 자축하고 수고했다고 되내이고 마음을 추스르는것 뿐이였다. 아쉽기도 서운하기도했던 순간이었다. 그때와 대비되어서 인지 해단식이 마음에 들었다. 식순에 따라 해단식 선포와 기념공연, 기념사진을 찍는 순서로 이어졌다. 그리고 해단식 시작하기전에 각 조 조장은 전달사항이 있으니 무대앞으로 나오라는 말에 나갔다. 그랬더니 12박 13일을 걸었던 조장들에게 공로상을 준다고 미리 귀뜸을 해주었다. 그렇게 기념식과 공로상 하나가 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해단식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은 더욱 길고 서글펐다. 마중와서 수고했다는 사람도 없었고 걸어야할 길도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대신 이번 행사는 끝났지만 2조의 모임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 다시 모여 뒤풀이여행을 가자고 약속을 정하고 날짜도 정하였다. 그렇게 또다른 시작이 통일의길 끝에서 이루어졌다. 이처럼 통일의길 걷기가 그저 완주로 끝나느 것이 아니라 현재의 모습을 기억하고 통일의 바램을 모두가 마음에 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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