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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여행 : 개심사, 해미읍성 - 비내리는날 운치여행

[사진이 있는 길여행 에세이]

어디를 갈까?


  비가 내리고 있다. 서산 아라메길을 따라 봉원사지터에서 해미읍성까지 걸어 가려는 계획을 수정해야만 했다. 너무나 많이 내리는 비때문에 숲길을 가기에는 무리가 따랐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까? 어디를 가야 비를 맞으면서도 즐거울 수 있을까?


 결국은 서산의 9경중 일부를 찾아보기로 했다. 아니 아라메길 1코스위에 있는 서산의 유적지를 따라가니 서산 9경의 절반정도가 해당이 된다.


  시작과 끝자락에 있는 곳들을 빗소리 들으며 걸어가본다.



어디부터 찾아볼까?


  서산 아라메길1코스는 유기박물관이 있는 곳에서 시작하지만 대부분 마애불있는곳에서부터 걷기 시작한다. 용현계곡 초입이기도 하고 길이 좁아지다보니 걷는게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에도 마애불 앞 근처에 차를 세우고 우산을 쓴채 마애불을 우선 찾아가 본다. 


  물기운을 머금은 푸른 나뭇잎이 더욱 선명하게 녹색을 띄운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마애불 찾아가는 길은 어두움에서 벗어나 천상으로 올라가는 밝은 길처럼 느껴진다.



   결국, 비내리던 날 삼존불의 모습을 담지 못했다. 주변풍경과 빗소리에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그만.... 쩝


  아래 사진은 날씨 좋을때 찾아갔던 마애불의 사진이다. 이로써 조금이나마 내스스로 위로해 본다.



  요모조모 비에 젖지 않은 삼존불을 신기해하며 둘러보고 찾아간 다음 목적지는 개심사이다.


  마음을 열어주는 사찰... 


  잦아 든 빗줄기에 수월하게 계단을 타고 개심사로 향한다. 예전보다 말끔해진 계단길... 볼품없고 흙과 돌로 깔렸던 소박한 계단이 그리워 진다.



 개심사에 먼저 보이는것은 연등이다. 앞마당을 가득 메운 연등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비내리는 대웅전앞에서 내려다본 본당 마당은 한가롭고 조용하기만 하다. 비오는 날이어서 인지 인적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개심사에 새롭게 소방전이 설치가 된 듯 하다.


  스님과 여러 명의 소방본부 사람들이 시연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사람들은 시설물이나 개축을 해야 한다고 스님한테 말하는듯 하다.


  그런데, 주지스님인 듯한 스님의 말이 내마음을 사로잡는다.


  "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이 여기를 왜찾는지 아세요? 여기 이모습 이기 때문이에요. 옛날 모습이 좋아서 찾아오는 거죠. 그런데 이를 바꾸고 개선하면 그사람들이 올까요? 안올꺼에요.!! "


  맞는 말이다. 내가 개심사를 찾는 이유는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기 때문이다. 자연그대로 흘러가는 모습을 가진 유일한 사찰이자 건물일 것이다.


   그 의미를 생각하니 마음이 풀려 되돌아 갔던 옛 기억이 되살아 난다.



 누각의 기둥도 자연 본연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매력을 담은 곳이 개심사 이다.



  비오는 날, 가장 하고싶었던 행동 중 하나가 툇마루에 앉아 비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다. 기와사이로 떨어지는 낙숫물의 소리도 듣고 비오는 풍경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멍때리는 내모습을 보게 된다.


  자연스럽게 명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조용히 누각에 앉아 있는데 시끌법석한 소리가 들여온다. 어느 부녀모임에서 왔는지 소란스러운 대화소리가 경내를 가득 메운다.


  이제 여기를 떠나야 할 시간이가보다.. 동행했던 회원들과 걸음을 돌려 다음 목적지를 찾아 내려 갔다.



 서산에서 찾아간 세번째는 아라메길 1코스의 종착점인 해미읍성...


 평지에 돌을 쌓아 만든 평지의 성이다 보니 처음 접했을때 마냥 신기했던 장소이기도 했다. 여기도 비때문인지 인적이 드물어 조용하기만 하다.


  한 두 쌍의 커플과 가족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성문에 그려진 봉황의 모습...



 해미읍성과 그 주변은 있던 자리는 조선시대 천주교인을 박해하고 처형하던 장소이기도 하다.  오래된 느티나무에 철사로 천주교인들을 메달았던 나무이다. 그래서 나무 가지에 철사로 인한 자국이 남아 있다고 한다.




 해미읍성내 관아였던 동헌으로 접어 든다.



 더 안쪽으로 들어오니 소란스럽다. 옛날의 복식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인지 서로 입어보고 웃는 소리가 문밖으로 까지 들려온다.




 소란한 소리를 피해 동헌 옆 동산에 올랐다. 정자가 있는 곳이며, 붉은 소나무가 가득한 아름다운 장소가 나타난다. 예전에 '바람의파이터'라는 영화의 촬영장소 였다고 한다.



 물기를 머금은 소나무가 더욱 붉게 보인다. 그 색깔이 참으로 곱다.



 소나무숲길을 돌아 다시 성문앞으로 돌아나왔다.  점점 비가 그치고 나니 하늘에 연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여기에도 소원나무라는 게 있다. 열쇠대신 나무조각에 글씨를 써서 소원을 비는 것이다. 수없이 많이 달려 있는 소원을 기원하는 문구들...


  과연 저 사람들은 소원을 이루었을까? 






 읍성 안에 돌다 보니 보리밭도 보인다. 푸른 보리밭과 그 뒤로 보이는 옥사 건물이 참 멋드러진다.



  옥사로 들어가는 출입문이다. 해미읍성안에 있는 건물 중 가장 높은 담을 가지고 있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어 한 군데 더 찾아가 보기로 했다. 태안과 마주하는 방조제 중간 자락에 있는 간월도... 그리고 그위에 홀로 서있는 작은 사찰인 '간월암' 이다.


  처음 찾아갔던 5년 전에는 밀물때라 멀리서 바라만 봐야 했었는데 이번에는 뭍이 들어나서 걸어갈 수 있었다.




  여기도 연등이 길게 걸려 있다. 밤에 오면 정말 멋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간월암 입구에 서있는 장승 들... 일반적인 장승의 모습과는 사뭇다르다. 사천왕상을 장승처럼 표현한듯 하다.






  간월암 담 너머로 보이는 작은 건물... 뭐하는 건물인지? 배는 아닌듯 한데.. 궁금하다..



  역시가 작은 규모의 대웅전 본당이다.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한 켤레의 구두... 왠지 모르게 저 모습도 경건해 보인다.



  자 !! 이제는 되돌아갈 시간이다. 그리고 비가 그쳐 하늘이 게이기 시작했다. 비때문에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다. 덕분에 서산의 추억을 되살리는 여행이 되었고, 새로운 추억을 만든 여행이기도 했다.


  비가와도 운치있는 풍경을 보고, 얘기도 나누고, 하염없이 내리는 비도 보고, 우산을 쓰며 걸었던 숲속의 길과 사람들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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