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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홍의 시작, 시흥 관곡지

[강세훈의 사진이 있는 길여행 에세이]

[어디를 갈까?]


서울 근교에 연꽃을 볼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대부분 세미원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시흥시에 연꽃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소문이 살살 돌기시작했다. 그곳은 시흥 관곡지라는 곳이다.


 시흥시의 바라지의 시작인 물왕저수지에서 3km정도 물길을 따라 내려오면 넓게 조성된 연꽃테마단지가 보이고  그 옆에 낮은 담으로 둘러쌓인 한옥과 작은 연못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여기가 관곡지이며, 조선 초기 문인이였던 강희맹 선생이 명나라에서 연단홍이라는 다른 종의 연꽃 씨앗을 가져와 처음으로 키워낸 곳이라고 한다.


 어떻게 찾아가야할지 인터넷으로 지도를 뒤적이며 찾아갈 수 있는 날을 더듬어 본다.  


[어디서부터 걸을까?]


 이번주 토요일은 다른 약속이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장맛비로 인해 약속이 취소되었고, 갑작스럽게 시간이 남게 되었다. 그리고 문뜩 떠오른 것은 며칠 전에 지도를 보며 찾아가고자했던 '관곡지'를 찾아 가기로 했다.


 집에서 부터 자가용으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시흥의 초입부이다.


 관곡지 초입에 들어서니 2차선 도로 양쪽에 빼곡하게 주차한 차들이 끝도 없이 세워져있다. 차창 넘어 왼편을 바라보니 비가 오는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연꽃 가득한 연못 주변을 배회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조금은 꽃이 시들고 바람에 날려 꽃잎이 떨어지고, 연꽃이 조금씩 떨어져 가는 시기인듯 하다. 새롭게 피어나는 연꽃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궁남지에서 보았던 붉은색 점점이 펼쳐진 연꽃의 풍경은 아니였다.   그래도 수도권에서 이만한 크기에 연꽃단지는 여기 뿐일 것이다.


  양평의 세미원 연꽃지는 아담하여 정원 한쪽에 만들어놓은 정원같은 느낌이라면, 시흥의 연꽃지는 테마단지라고 할만큼 넓고 커다란 수목원 같은 느낌이다. 아직 개방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인지, 연꽃 사잇길이 비로 인해 질퍽여서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구경할 수 없는게 아쉽기만 하다.


여기도 궁남지와 비슷하게 연꽃단지와 수련이 있는 연못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 수련의 종류는 궁남지보다 적지만 시간이 흐르고 지속적인 관리가 된다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비가 오는 날에 연꽃은 훨씬 풍성하게 보인다. 물기를 머금어 색깔도 더 또렷하고, 꽃과 연잎에 맺힌 빗방울이 신비함을 더한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한가지는 호박터널이다. 세상에 신기한 모양의 호박을 다 모아 놓은 듯 하다. 먹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한 모양이 다 호박종류 라는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연꽃테마단지는 딱히 정해진 루트가 없다. 관람해야하는 동선이나 코스도 딱히 없다. 그냥 테마단지가 있는 시흥생명농업기술센터 건물 옆으로 들어와 발길 닿는대로 둘레둘레 걸으면 된다.  탐스럽게 피어난 연꽃이 보이면 그옆에 앉아 꽃과 대화하듯 바라보아도 되고, 사진을 찍어도 된다. 


 길여행의 특징 중 한가지가 자유로움이다. 시작과 끝지점을 정해놓았다면 그 사이를 걸어가는 방식은 자유롭게 선택하면 된다. 


연꽃테마단지를 돌아 왼쪽편에 낮은 돌담이 있는 한옥 건물이 보인다. 여기가 연단홍을 처음 심고 기른 연못이 있는 관곡지이다. 조선실록에서도 사실로 확인되었을 만큼 연꽃에 있어서 만큼은 유서가 깊은 장소이다.


 정자 아래 사각형 모양의 연못에 가운데 둥그렇게 바위를 쌓아 작은 섬을 만들고 소나무를 심어 놓았다. 여기도 커다란 하얀 연꽃이 피어있다. 연잎이 뾰족하고 꽃잎 끝자락에 살포시 분홍빛 물감을 묻힌듯 붉은 기운을 머금고 있는 이연꽃이 '연단홍'이라고 한다.

하얀꽃잎 끝자락이 붉은 연꽃이 연단홍이다.


연꽃단지보다는 관곡지가 어찌보면 더 중요한 키포인트 장소인데, 사람들은 여기까지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넓은 연꽃테마단지에서만 머물고 하얀 연꽃만 연신 찍고 있을 뿐이다.


때로는 무언가 생겼을때는 나름에 이유가 있는데 이부분을 무시하고 결과물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시흥시에서 연꽃단지를 조성했을때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는것이다. 농업인의 생활을 위한것도 있겠지만, 처음 새로운 종류의 연꽃이 퍼뜨려진 시발점이고 그 중심이 관곡지이다. 이러한 사실을 놓친다면 여행의 의미를 놓치는 것이다. 


단순히 보는것만 따르는것은 관광이지 여행이 아니다.


여행은 내 경험, 여행지에서 무언가 얻거나 체험과 같은 살가운 경험이 동반되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여행을 떠나온 것이다.


무수히 피어나는 연꽃들이 있다. 다른 연꽃에 비해 늦게 피어나지만,  잘못되었다거나 늦었다고는 하지 않는다. 이또한 늦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연꽃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뿐이다.


시흥시 연꽃지를 둘러보는 것은 그리 길지 않은 길이다. 여기서는 운동하듯 걷기보다 즐기며 걷는 길여행 장소이다.


[TIP]

1.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힘들다.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소사역에서 시흥시청행 버스를 타고 동아아파트앞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아파트단지를 가로질러 2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2. 주변에 식당이 한 군데 있으며, 그외에는 법륭사 근처 아파트 단지에 식당이 몇 군데 있다.

3. 연꽃이 많이 지고 있는 상황이다. 7월 네째주(7월 20일 전후)까지 찾아가면 그나만 제법 풍성한 연꽃을 볼 수있을 듯 싶다.

4. 주변에 주차장이 따로 없다. 도로변에 잠시 주차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여 궁남지, 붉은 연꽃의 계절을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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