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여행을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운영하다보면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참가자 또는 고객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물론 구름낀 날보다 햇빛이 비치는 날이 더 좋고, 춥거나 뜨거운 여름 보다는 선선한 가을과 봄날씨가 좋다. 요즘은 날씨가 좋아도 황사주의보가 발동하면 무조거 취소하는 사람들이 70~80%가 된다. 이처럼 날씨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다보니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카페 모임 등 여행에 진심이거나 둘레길 걷기 등을 생활화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날씨에 상관없이 어디를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처음 가보는 곳, 숲이 좋은 곳 등등 기존에 가보지 않았던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정말 모든 둘레길이 좋지 않는 걸까?
비가와도 운치가 있는 곳, 눈이 와야 더 좋은 곳
선자령을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겨울이외에는 다녀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겨울 바람이 칼같이 불고 눈쌓인 시기에 다녀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내장산은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외에 계절은 좋지 않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산과 둘레길이 있지만 어느 특정한 계절에 두드러지게 아름답거나 강한 매력을 발산하는데 이 시기를 경험한 사람들은 오로지 자기가 본 것이 전부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추천한다. 막상 다녀보면 선자령의 경우 겨울산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봄에 가면 계곡물 소리가 들리고 봉선화꽃이 피고 여타의 야생화가 가득 피어나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태백산도 겨울에 가지 않아도 야생화 군락지와 푸른 주목을 볼 수 있다. 어느 한 가지 매력에 빠져들면 다른 모습이나 풍경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콩깍지가 씌웠다라고 말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의 산이나 둘레길은 계절마다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어느 특정한 시기에 유독 더 이쁠 뿐이다. 그래서 에상을 깨고 가보지 않았던 계절에 둘레길을 찾아다니곤 했었다. 미처 알지 못하였던 매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도 마찬가지 이다. 꼭 맑은 날에만 둘레길을 갈 필요가 없다. 물론 맑은 날이 세상이 이뻐보이기는 하지만 흐린 날, 비가 오는 날이어도 자연의 둘레길은 나름에 매력을 발산한다. 비로 인해 운무가 가득한 축령산 잣나무숲을 경험해 보면 비오는 날만 기다리게 된다. 도심에서 골목길 다닐때는 오히려 해가 쨍쨍 떠있는 날보다 구름이 살짝 드리우거나 비오는 날이 덥지 않고 운치 있는 궁궐의 풍경을 느끼며 다닐 수 있다. 비가 세차게 내리면 가까운 카페 들어가 창밖을 보며 따스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운치있는 경험이다. 맑은 날이면 느낄 수 없는 감성여행의 경험이다.
그래서 내가 길여행을 주최할때는 최대한 날씨에 따라 취소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양한 날씨의 경험을 느끼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안가는 것이 더욱 건강에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심한 날은 야외 활동을 자제하면 좋겠지만 서울의 도심을 벗어나면, 소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들어가면 미세먼지도 낮아진다. 숲이 공기를 정화하는 여과기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연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무리 좋다고 괘찮다고 해도 결국 결정은 본인의 몫이다.
날씨보다 길 자체에 본래의 가치에 집중할 때
날씨에 중점을 두고 다니다 보면 여행은 무척이나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비 내리는 날은 옷이 젖고 굽굽하고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자첼 즐길 수만 있다면 색다른 여행이 된다. 예전에 대마도 여행 갔을때 일정 내내 비가 내렸었다. 그와중에 들렸던 슈시강 단풍길은 오히려 아늑하고 더 좋았다. 맑은 날씨였다면 별다른 특징없는 맑은 날에 느끼던 숲이었지만 비내렸던 날에 숲과 계곡은 시원한 물소리가 배가되어 촉촉하고 기분좋은 습식 마사지를 받는 기분이었다. 오히려 슈시강 단풍길의 모습이 더욱 멋드러지게 느껴졌던 날이고 내 기억에도 비왔던 날이 더욱 강하게 새겨져 있다. 날씨때문에 여행의 본질이나 본래의 여행지 모습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날씨느 그저 받쳐주는 환경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