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양원-승
신기하게도 한 번 가보았던 곳은 머지않아 다시 찾아가게 된다. 그곳이 식당이던, 둘레길이던 어디는 간에…
중부내륙을 다녀오겠다는 생각이 현실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중부내륙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냥 표지판만을 바라봤어야하는 낙동강을 따라가 가는 “비경길”을 걸어보게 된 것이다. 무더운 여름이지만 협곡을 따라 흐르는 강물의 물소리가 귓속을 맴돈다. 그리고 더위에 지친 마음을 차갑게 식혀주고 있었다..
전체 거리 : 6.5 km
전체시간/이동시간 : 2 시간 10 분 / 1시간 30분
구간 정보 : 양원역 - 계단길 - 승부역
낙동강 세평 하늘길? 낙동강 세평 비경길?
낙동강 상류를 따라가는 둘레길 이름이 신문,잡지에서 알려진 것과 실제 양원역과 승부역에 설치된 표시판에 적힌 이름이 조금 다르다. 봉화군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봉화군이 지난 2013년부터 둘레길 조성을 시작하여 붙여진 이름이 ‘낙동강세평하늘길’(임기역부터 승부역까지)로 총 32km에 해당된다고 한다. 여기에 3개의 코스로 구분되어 지는데, 양원역과 승부역을 잇는 양원-승부비경길(6.5km), 분천역과양원역을 잇는 길이 체르마트길(7.2km)이다. 그래서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이번에 다녀온 둘레길은 ‘낙동강 세평 하늘길’ 중 ‘양원-승부 비경길’에 해당된다.
주민이 만들어낸 가장 작은역 - 양원역
비경길의 시작점은 양원역에서 시작한다. 물론 승부역에서 시작한다 하더라도 찾아가지 못할 정도로 표시판이 엉성하게 설치되어 있지 않다.
양원역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봉화군 원곡리와 울진군 원곡리 두 마을의 이름을 따서 “양원”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행정구역이 다른데도 마을이름이 같은 곳은 여기뿐이지 않을까 싶다. 양원역을 찾아가려면 V-train을 타고 가거나, 아니면 개인차량으로 이동해야할 정도로 대중교통이 불편한 오지마을이다. 이렇다 보니 자연환경은 더할 나위없이 깨끗하고 청정함이 가득하게 채워져 있다. 울진군 원곡리 마을회관 근처에 주차를 하고 강변쪽으로 걸어내려와야 하는데 처음오는 마을길이라면 어떻게 가야할지 헷갈릴 것이다.
하지만, 마을 갈림길마다 아무런 명칭이 없는 방향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따라가 보면 마을을 거쳐 양원역까지 이어진다. 이 표시판은 양원역을 안내하는 표시였던 것이다.
앙증맞게 작지만 화살표가 자세히 그려져 있어 갈림길에서 어덯게 나아가야 할지 정확하게 안내해준다.
기차말고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원곡리마을 주민들이 쉽게 통행하기 위해 철로변에 작은 역사건물을 짓고 철도청(지금의 코레일)에 기차가 정차할 수 있도록 청원을 하였다고 한다. 여러 번의 요청끝에 양원역은 무궁화호와 V-train이 정차하는 간이역이 되었다.
양원역 뒤편에는 마을주민들이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장터가 들어섰고,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여기서 토산물이나 막걸리 한 잔을 들이키면서 쉬어가는 명소가 되었다.
이제 양원역을 뒤로하고 비경길을 따라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철로를 건너 강변쪽으로 안내표지판이 세워져 있으며, 그 옆으로 데크길이 강따라 세워져 있다. 여기가 비경길의 시작점인 것이다.
하늘이 좁아 보이는건 나만의 생각일까?
비경길은 낙동강 수변을 따라 이어진 길이다. 길이 없는 곳은 데크길이 만들어졌고, 절벽이 가로막고 있으면, 절벽면에 길을 만들어 둘러가도록 길이 만들어졌다.
6.5km의 길지 않은 길이지만 숲길과 바위가 가득한 수변길, 철로 옆 시멘트제방위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협곡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깊은 오지에 들어와 하늘은 보이지 않고 깎아지른 절벽과 그 밑을 지나는 계곡물만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소리와 풍경이 배경을 이루고 있다.
수변옆 숲길은 정글을 헤매이고 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키큰 억새와 여러 종류의 풀꽃이 길을 가리우고 있다. 이따금 맨팔에 풀잎이 스치며 지나가다 생채기도 만들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바위가 많은 강옆에는 이렇다할 표시판이나 방향을 알려주는 리본을 설치할 수가 없다. 이런곳을 어떻게 찾아가로가 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의심은 곧 풀리고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바닥에 널부러진 바윗돌 중에 윗부분이 편편한 돌에 노란색으로 양방향 화살표를 그려 놓았다. 화살표 방향대로 찾아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 노란색 화살표는 수변길에서 이따금씩 보였고, 나름의 길잡이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보았던 노란색 화살표를 다시 만난 것 같아 나만의 반가운 웃음을 띄우게 만들어줬다.
편할 것만 갔았던 비경길도 발톱을 감춘 독수리처럼 힘든 구간을 감추고 있었다. 철교와 만나는 곳에서 비경길은 절벽을 만나다. 더 이상 낙동강을 따라 갈 수 없는 형국이다. 그 옆으로 가파르게 설치된 계단이 숲속으로 길게 설치되어 있었다.
여기를 올라야만 승부역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가파른 계단은 허벅지에 경련을 일으킬만큼 힘들었고, 계단 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서 그나마 한숨돌리며 굳은 다리도 풀 수 있었다.
마지막 기운을 모아서 계단을 마져 밟고 올라섰다. 그리고 숲속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오솔길이 연이어 나타난다. 살짝 오르다가 천천히 내리막길 따라 다시 강변으로 이어진다.
협곡을 따라 가는 비경길에서 하늘은 산에 가리워 좁게만 보인다. 산위에서 보는 풍경과 깊은 협곡바닥에서 보는 하늘은 다른 경험을 하게 해준다.
좁고 길게 보이는 하늘이 비경길과 똑 같은 방향과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둘레길의 중간쉼터 - 승부역
마지막 구부러진 협곡을 벗어나니 너른 강변과 철교가 눈에 들어온다. 낯익은 철교는 바로 앞에 종착점인 승부역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이라고 했듯이 승부역사도 세 평 남짓한 크기의 작은 역이다. 승부역 또한 기차로 접근하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대중교통이 없는 오지의 역사로 유명해진 곳이다. 그래서인지 승부역을 시종점으로 하는 둘레길이 여럿 보인다.
비경길은 계곡을 따라가는 길이기 때문에 승부역에서 내려와 수변을 따라가야 하며, 다리를 건너 산을 넘어가는 길은 다른 둘레길 코스이기 때문에 출발 전 표시판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비경길은 길지는 않다. 하지만 중부내륙의 자랑인 협곡의 풍광을 가득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길이다. 급한 마음에 빨리 걷기보다 천천히 가더라도 충분히 하늘과 계곡, 그리고 계곡물에 발을 담가보는 여유를 가지며 걷는 길이다. 그래야만 온전히 비경길이 주는 재미를 모두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천 TIP.
1) 비경길은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다. 가능하면 기차를 이용하면 좋고, 아니면 순환방식으로 되돌아 와야만 한다.
2) 숲이 많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다. 양원역에는 장날 분위기의 재래시장이 서고, 철로변에는 옛 뒷간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6,7월에는 원추리와 금계국 등 다양한 야생화가 철길을 따라 가득 피어나서 아름다운 색깔의 향연을 보여준다.
3) 짧은 거리에 비해 안내표시판은 잘 되어 있어 헤맬 염려는 없다. 방향표시마다 위치와 잔여거리 등이 표시되어 있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출발점 가는 방법
1. 기차이용 ▶승부역
[O/V트레인 이용 ]서울역 또는 청량리역에서 O-train을 타고 철암역으로 이동 후, V-train으로 환승하여 승부역으로 이동 (환승시간 포함하여 약 5시간 소요) ( 서울역 7:45 출발 / 청량리역 8:05 출발 일 1회 운행 )
[일반 기차 이용 ] 청량리역에서 새마을호 또는 무궁화호를 타고 분천역으로 이동 후 V-train으로 환승하여 승부역으로 이동. (환승시간 포함하여 약 4시간 10분 소요)
2. 버스이용 ▶ 시외버스로는 승부역까지 이동할 수 없으니 기차를 이용해야 한다.
3. 자가용 이용
개인차량으로 승부역까지 접근하기 어렵다. 그냥 대중교통이 편하다.
둘레길 부가 정보
1) 교통편이 매우 애매하기는 하다. 분천역이나 철암역까지는 자가용을 이용하여 접근이 가능하지만 시작점인 승부역까지는 기차 이외에는 접근이 애매하다. 그러므로 승부역가는길과 낙동정맥트레일2구간을 모두 걷는 방식으로 지나가거나 기차시간을 위해 시간조절을 해야한다.
2) 승부역에는 석포역에서 시작하는 ‘승부역가는길’의 종착점이기도 하고 낙동강트레일의 울진군 구간과 봉화군 구간의 경유지이기도하다. 그러다 보니 여러종류의 둘레길안내 표시판이 여럿 세워져 있다. 헷갈릴 수 있으니 정확히 어느 둘레길을 가야 할지 정하고 나서 길을 따라가야 한다.
3) 양원-승부 비경길은 표시판에는 6.5km로 표시되어 있으나, 영동선트레킹코스 나 신문과 같은 매체에서는 5.6km로 소개하고 있다. 봉화군에 확인해보니 현재는 6.5km가 맞는데 계단올라가는 구간을 단축하는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공사가 완료되면 5.6km가 된다고 한다.
4) 어떤 블로그를 보면 ‘양원-승부비경길’을 ‘낙동정맥트레일’의 일부코스라고 소개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낙동정맥트레일과 양원-승부비경길은 엄연히 다른 둘레길 코스이다. 비경길을 걷다가 승부역 도착 1km 전에 강변에 낙동정맥트레일 코스를 안내하는 표시판이 있는데 이때문으로 오인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비경길과 살짝 겹치기는 하지만, 낙동정맥트레일은 승부역 1km 전에 강건너 울진방향으로 이어지고, 승부역 앞에서 다리를 건너 배바위고개를 넘어 분천역으로 이어진다.
맛보고 갑시다!!
은행나무집 (054-672-3176) 위치 : 경북 봉화군 소천면 현동리 705-2
승부역 건너편 배바위고개 올라가는 중턱에 있는 포장마차 분위기 식당이다. 평일에는 거의 개방하지 않고 주말이나 단체요청을 하여야만 식당을 연다고 한다. 비빔밥과 여러 토속음식이 있는데, 메뉴판에는 없지만 손으로 직접 갈아서 만든 감자전과 손두부가 특이 맛있다. 하지만 1회용 숟가락을 제공하다 보니 비빔밥을 먹을 때 살짝 불편하다. (산채비빔밥 6,000원 | 손두부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