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산둔(天山遯)은 주역의 33번째 괘상이다.
‘둔(遯)’은 피하다, 물러나다, 은거하다 또는 숨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산 위에 하늘이 있는 형상으로 보기에는 좋다. 하지만 하늘은 산 앞에 나와 있지는 않다. 어느 산을 봐도 산이 먼저이고 그 뒤에 하늘이 받쳐주고 있다. 하늘이 앞서 있으면 산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강력한 모습을 갖춘 하늘이라도 산뒤에 서서 산을 받춰주고 있다. 하늘의 뜻을 강요하기보다 산처럼 우직하게 서있는 모습마저 포용하고 기다려 주고 있다.
즉, 스스로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힘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지혜로운 행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고했다.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겸손함을 잊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또한 내능력에 대해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겸손하기보다 우위에 서서 강요한 적도 있었다. 병오년이 되면서 겸손을 넘어 자만심으로 차오르고 있다. 때로는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도 중요함을 되새기며 후학을 위해 도움을 주는 겸손한 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제부터 오늘 마음속에 떠오르는 괘상은 천산둔(天山遯)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