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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 제주올레길 11코스(모슬포-무릉리

남자가 바라본 올레길 여행

 전국에 둘레길이 많이 생기면서 장거리 코스는 대부분 답사삼아 다녀왔었다.


  그런데, 유독 제주 올레길 만큼은 한 번에 다돌아보지도 못했고, 찾아가보려고해도 일정이 맞아떨어지지 않아 한 번에 돌아볼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한국의 3대 둘레길이라고 하면, 북한산둘레길, 지리산둘레길, 제주올레길이라고 칭한다. 그만큼 인기가 많고 장거리 노선에 나름 해당되기 때문일 것이다. 3 군데 둘레길 중 제주올레길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이번 가을에도 제주여행을 계획하면서 올레길 3개 코스도 포함시켰다..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찾아가지 못할것 같아서 였다.


   1코스부터 10코스까지는 짬짬히 시간 날때 다녀왔었다. 그래서 가을에 가고자한 올레길 코스는 11코스부터 13코스 였다. 대부분 내륙으로 연이어진 코스라 어떤 느낌이 전달해 줄지 궁금했다.


  11코스의 시작은 모슬포항의 하모체육공원 앞이다. 모슬포항을 둘러가면서 푸른색하늘과 바다가 겹치는 풍경에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포구의 방파제가 없었다면 어떻게 하늘과 바다를 구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모슬포항에 남아있는 빨래터


   모슬포항을 벗어나면서 하모리를 지나 모슬봉방향으로 코스가 이어진다. 그냥 바다를 따라 제주만에 푸른색이 감도는 풍경을 보면 좋을텐데 이런 바램을 저버리듯 내륙 안쪽으로 안내를 한다.


   왜 갑자기 모슬봉근처로 가도록 코스를 구성했을지 궁금해졌다. 나름 둘레길을 조성해본 경험이 있다보니 나름 둘레길을 구성하는데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모슬봉을 가는 길은 그닥 즐겁지 않다. 시골마을길도 아닌 한창 주택공사가 한창인 도로옆 길과 포장된 아스팔트길을 주욱 따라가야만 했다. 나름 불만섞인 표정으로 올레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야 했다. 중간에 내려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왜 이렇게 길이 이어졌는지 궁금증을 풀어야만 했다.


                                                  " 올라서야만 보이는 풍경"


  찬찬히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 모슬봉 가까이 올라서고 있었다. 가파르지는 않지만 아직도 따가운 햇빛때문에 땀이 흘러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가끔씩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이 고맙게 느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올라가던 길을 멈추고 잠깐 쉴 겸 뒤돌아서서 내려다 본다.


   " 아!! 풍경이 좋은데  !!"


   조금씩 궁금증이 풀리기 시작했다.. 좀더 올라가면 어떤 풍경이 보일지 궁금하여 발걸음을 빨리 했다.


  모슬봉 정상에 다다르니 다시 한 번 뒤돌아 보았다. 내가 걸어왔던 길과 포구가 한눈에 펼쳐진다. 거기다가 맑은 날씨로 인해 넓적한 팬케이크 같은 가파도와 마라도 바다위에 둥둥 떠있는 풍경까지 보였다. 낮은 모슬포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 높은 곳에 올라서야만 제주 서쪽의 풍경을 360도 빙돌아서서 볼 수 있었다.


   모슬봉 옆 숲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니 묘지터가 나온다. 그리고 하늘아래 엷은 구름이 살짝 가리워진 한라산의 모습도 깨끗하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왼쪽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한라산의 능선을 따라 군데군데 오름이 솟아있는 작은 산 모습이 펼쳐진다. 다시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푸른바다가 어우러진 산방산에 뾰족한 생김새가 개성있게 홀로 툭 튀어 보인다.


   이 모든 풍경은 아래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오직 모슬봉 언덕까지 올라서야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이제서야 이렇게 코스를 정한 궁금증도 해결되었다.


  모슬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무덤이 가득한 묘지 사이를 지나간다. 제주 특유의 검은돌로 무덤 주변을 애워싼 무덤 군락 들... 이 모습도 멀리서 보면 독특해 보인다.


   올레 11코스의 또다른 매력이 무얼까 걷는 내내 생각을 하게 되었다.


   11코스 끝자락에 펼쳐진 신평곶자왈과 무릉곶자왈 일 것이다. 신평곶자왈까지는 마을의 논과 밭이 가득한 사잇길을 따라가야 한다. 어지간한 마을에는 쉼터나 작은 정자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여기에는 그런 쉼터가 보이지 않는다.


    신평리 마을에 들어서니 할망가게가 나온다. 가게문을 들어서니 할머니는 보이지 않고 젊은 처자가 손님을 맛이한다. 할망가게라더니 사기(?)를 당한 기분이다.


    가게 옆 정자에서 앉아 신발을 벗고 잠깐 쉬어간다. 이 시간이 가장 달콤한 시간이기도 하다.

올레길을 걷는 중간에 만난 고양이, 나이가 제법들은 고양이였다. 게다가 동네 고양이들한테 맞아서 얼굴에 상처가 가득하다. 그런데도 사람이 다가서면 친한척 부벼덴다. 귀여운 넘...


  신평리 마을을 벗어나면 곶자왈입구가 보이기 시작한다. 자연그대로 남아 있는 숲...


  그 사이에 좁은 오솔길이 펼쳐져 있다. 빽빽하게 구성된 나무들 때문에 하늘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숲터널이라는 말처럼 나뭇가지가 얽혀서 동그란 구멍처럼 길을 내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숲길을 지나간다.

숲길에서 가장 좋아 모습은 터널처럼 보이는 풍경, 그 숲터널 반대편의 밝은 빛과 숲 안쪽의 컴컴한 모습이 만들어낸 풍경을 난 좋아한다.



   곶자왈길이 처음에는 좁은 데다 바닥에 돌이 많아 조심스럽게 걸어야만했다. 게다가 중간중간 잣성을 넘어가야 하는데 이때도 간혹 돌이 덜그럭 거리며 움직이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곶자왈의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곶자왈 구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너른 숲길로 바뀐다. 이제서야 한결 편하게 주변의 숲을 둘러보며 찬찬히 걸을 수 있었다. 팽나무 등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가 가득한 숲이다. 이러한 숲길이라면 하루종일 걷고 싶지만 곶자왈의 평온한 숲길은 짧기만 하다. 게다가 지독한 산모기 때문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곶자왈 구간이 끝나면서 다시 마을길에 접어 든다. 해는 점점 땅과 가까워지고 있고 그만큼 그림자 길이도 길어지고 있었다. 11코스를 무사히 완주했다는 것과 궁금했던 모슬봉으로 이어지던 올레길의 궁금증도 해결한 하루...


   내륙으로만 이어진 올레길 11코스는 여느 다른 코스에 비해 신비함보다는 일상적인 제주의 모습을 바라본 길이였다. 나름 제주의 속살을 살짝 들여다본 기분이다.


에필로그.


 11코스가 끝나는 생태공원에서 버스를 타기위해 마을 안쪽으로 들어왔다.  버스정류장에서 모슬포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개 한마리가 다가온다. 워낙 조용한 마을이라 개가 달려오는 모습이 크게 보였다.


   가까이에서 본 개의 모습에 빵 터지게 웃고 말았다. 개의 눈위에 눈썹이.... 너무 어색하다. 개 주인이 그려놓았는지 너무가 우수꽝스럽다. 짱구를 닮은 일자 눈썹이라니...


   인터넷 어디서 본듯한 개의 모습과 닮았다.  한창을 보며 즐거운 마음으로 모슬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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