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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 제주올레길 13코스(용수포구-저지마을)

남자가 바라본 올레길 여행


 제주에 내려온 지 2일째 되는 날...


 오늘도 어김없이 하늘은 맑고 푸른색감으로 가득채워져 있다. 


 오랜만에 묵직한 배낭을 메고 걸어서인지 어깨가 조금은 아프고 멜빵자국이 벌겋게 남아 있었다. 그래도 기분좋게 일어날 수 있는건 제주의 맑은 공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계획하고 제주여행을 왔을때는 11코스부터 13코스까지 순차적으로 걷는것이였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 고민하면서 코스를 변경하기로 정하였다.


  올레길 11코스를 걷고나니 내륙의 올레길은 제주의 참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과 오름과 마을의 돌담길을 걷는것은 앞선 올레코스와 같지만, 제주 시골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서울의 외곽 동네을 걷는 듯한 기분이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하늘을 보고 좀더 멀리 올려다보면 한라산이 보여 제주에 온것을 실감하지만, 시선을 내려놓는 순간 제주가 아닌 다른 동네로 비쳐보인다.


  그래서 12코스를 건너뛰고 13코스를 다녀온 후 내일의 일정을 다시 정하려고 한다.


 올레길 13코스의 시작은 용수포구이다. 작은 포구 맞은편에 비양도가 가깝게 보이는 곳이다. 게다가 독특하게 생긴 성당건물이 있어 순례길의 시작점인듯한 인상을 풍긴다.


   포구를 벗어나 마을로 들어설때 즈음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간다.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이곳에도 길고양이와 개가 꽤나 많다고 한다. 여행왔다가 버려진 것인지, 아니면 동네에 산책하러 나온 건지 알 수 없지만 예상했던것보다 많다는것을 느낄만큼 자주 만나게 된다.


 올레길 13코스가 있는 제주의 서쪽은 동쪽에서 보아왔던 제주마을의 모습과는 사뭇다르다. 왠지 모르게 좀더 발전된(?) 아니면 개선된 마을의 모습이랄까... 제주 특유의 모습이 쉽게 그려지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하늘의 색감이 훨씬 파랗고 너른 지평선만 보이는 것으로 제주에 왔음을 실감하는 또다른 감성포인트이다.  마을을 벗어나면서부터 너른 직선의 길이 올레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길바닥에 메뚜기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일상적으로 보았던 메뚜기보다 훨씬 커보였다. 토종 메뚜기는 아닌듯한... 거대한 메뚜기는 건드려도 움직이지를 않는다. 너무 크다 보니 징그럽기도 하고, 영화의 한 장면과 겹친다.  푸른 들판에 메뚜기떼가 날아들어 경작지를 초토화 시켜버리는 장면과....


   이곳에서 독특한  무덤이 있다. 일본식 작은 신사의 모습을 한 무덤이다. 전면에 도리이가 설치되어 있고, 돌담은 제주식이다. 작은 비석이 세워져 있지만 한문이다 보니 읽을 수는 없다. 하지만 몇 번에 일본여행을 하다보니 익숙한 신사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다.


  길변에 있는 작은 무덤을 지나면서 저 멀리 하얀 건물이 눈에 뜨인다. 예전 산티아고 순례길 갔을때 걷다보면 마을에 눈에 띄는 건물은 대부분 작은 교회건물이거나 알베르게였었다. 제주에서 만난 건물도 그러한 용도의 건물이 마을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걷던 중간에 보았던 제주의 무슨 순례길 표시가 순간 기억이 났다.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를 위한 쉼터이자 예배를 드리는 곳이다.


  그리고 종탑위에 쓰여진 문구가 다시 한 번 내가 걸어야하는 이유를 되새기게 만든다.


   "길 위에서 묻다"


   그냥 걷기만하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걷가보면 사색에 잠기거나 자기를 돌아보는 순간이 항상 찾아온다. 그래서 둘레길은 인문학 또는  철학과도 연결하여 걷는 사람들이 많다.


  올레길 13코스는 내륙을 따라 걷는 코스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코스에 비해 쉼터나 매점, 식당 등 편의시설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대신 쉬어갈만한 곳에 평평한 돌담이 있던가 풍경좋은 장소가 나타나 그곳에서 잠깐 서서 쉬어갈 뿐이다.


  출발하기전에 편의점에 들러서 빵과 식수를 사서 배낭에 넣었었다. 중간에 간식으로 먹으려고 했던 것인데, 점심식사용으로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홉굿마을에 다다르면 식당이 있을 줄 알았는데, 거의다 문이 잠겨 있다. 게다가 의자공원이라는 곳에도 매점이 있었지만 식수가 나오지를 않아 가게문을 열 수 없다고 한다.


   결굴 빵으로 점심대신 먹으면서 쉬어간다. 나름 동쪽에 있는 올레길은 편의점과 카페, 심지어 길에서 먹을거리를 파는 할머니들도 계셨는데 여기는 전혀 그런것이 보이지 않는다.


 11코스부터 걸으면서 느꼈던 감정이 13코스에서도 그대로 전해진다.


" 이곳은 여행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이고 농장이에요. 그런줄 알고 걸어야 해요"


  라고 올레길이 말을 건네오는 듯 하다.


  이곳은 관광지다운 모습은 찾아보기 쉽지않다. 제주의 속살을 보듯 삶이 녹아있는 풍경만 있을 뿐이다. 나대지 같은 곳에 메밀을 심어놓고, 돌담 안에는 감귤이 익어가고 그 위로 농약을 살포하는 농민의 모습만 있다.


  감귤도 손에 닿지 못하도록 담장을 둘러 치거나 비닐하우스안에서 제배하고 있었다.


 제주의 돌을 캐기위한 채석장도 처음으로 마주한 제주의 모습이다.  이렇게 채굴한 돌들이 여기저기 돌담으로 쌓이고 건물에 벽면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서쪽의 올레 코스는 제주의 환상을 보는 곳이 아니라 삶의 현장을 보는 곳이다.


제주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편견이 조금씩 깨지고 있었다. 여기도 사람들이 사는 곳인데 어떻게 아름다운 풍경만 있을거라는 생각을 했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조금만 가면 저지오름이다. 오름의 둘레길을 거쳐가면 13코스가 끝난다. 이제는 제주의 현실모습보다 제주만에 환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곳을 가보고 싶다.


  내일은 그러한 곳을 찾아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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