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제주올레길16코스, 숲과 바다가 공존하는 특별한 올레길

남자가 바라본 제주여행

 2월에도 어김없이 제주도를 찾았다. 올해 6월 쯤에 산티아고순례길을 가려고 준비중인데 혼자가는 것이 아니라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무작정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어가면 힘들기도 하지만 어느정도 어려운지를 미리 경험하면 좋을 듯하여 배낭메고 제주올레길 4개 코스를 걷는 형태로 제주여행을 떠난 것이다. 이번에는 올레길 15코스부터 18코스까지 약 70km 정도이며 하루에 하나의 코스를 완주하는 일정이다.


  제주의 서편에 속한 올레길은 대부분 내륙을 지나가는 코스이다 보니 나름 준비가 필요하기도 하거니와 산티아고순례길과 유사한 풍경을 가지고 있어 도움이 된다. 그 중에 가장 빼어난 경치와 숲길과 바닷길이 공존하는 16코스만 다시 얘기해보려 한다.


 올레길 16코스는 고내포구에서 시작하여 월령1리 주민센터 앞에서 끝나는 15km 정도 되는 코스이다. 날씨가 맑아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가 애매모호한 경계를 이루는풍경을 보여준다. 초반에는 해안도로와 절벽 갓길을 따라 걷는다. 연신 부서지는 파도와 검은 바위, 그리고 주상절리가 끊이없이 이어지는 해안길이다.


빨리걷다보면 마주하지 못할 바위 풍경도 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포세이돈이 제주도로 여행을와 떠나지 못하고 바위가 되었다는 포세이돈 얼굴모양(?)의 바위도 있다. 그냥 지나칠수 있는 풍경이지만 걷고, 보고, 쉬면서 걷다보면 만나는 풍경이며, 굳이 시비를 걸지말고 있는그대로 받아들이면 나름 재미난 이야기거리이다.


다른 해안에 비해, 민물이 솟아나는 용수천이 제법 많이 보인다. 그 주변에는 해수탕체험이나 빨래터 형태로 만들어져 있어 지나가던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천천히 걸어가게 잡아 끈다. 결국 출발하고 1시간도 안되어 카페에 들어서서 따스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면서 푸른 바다를 감상하는 호사를 누렸다.



 또 다른 해변의 모습은 검은 몽돌이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제주의 해변은 현무암이 부서져 갈아앉은 형태여서 뾰족하거나 절리처럼 각진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는 둥글둥글한 검은 몽돌이다. 그러다 보니 전체 해변 풍경도 보드랍게 느껴진다.


   걷는 내내 해안 풍경에 빠져들었다. 걸음은 늘어지고 계속 카메라 셔터만 눌러대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 정해지 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빼어난 바다 풍경을 가진 올레 16코스이다.

해변에 만들어진 염전이란다. 황토로 쌓아 물을 가두어 자연스럽게 소금을 만들게 되는 원리 인듯 하다.


 구엄포구부터는 내륙으로 다시 들어선다. 이전까지는 식당과 편의점 등 시설이 많아 불편함이 없었지만 내륙으로 접어들면 편의시설이 거의없어 식수등을 준비해야만 했다. 계속 바닷길을 따라 올레길을 만들어도 좋았을터인데 내륙으로 길을 내다니 왜 그런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16코스가 거의 끝나갈 때 즈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뜻밖에 만난 제주의 유적지 때문이였다.



 내륙으로 들어서면서 오랜만에 오름하나를 오르게 된다. 나름 가파른 길을 올라 수산봉에 올라 따스한 햇볓을 받으며 휴식을 취했다. 주변 매화나무는 벌써 만개하여 하얀 꽃을 활짝 피웠다. 오름길을 내려와 제주의 밭고랑 사이를 지나가는데 유독 콜라비, 브로콜리와 양파만 심어놓은 밭이 많았다. 콜라비의 보라빛이 검은 흙에 묻혀 빛바래 보이지만 제주에서 만난 특이한 작물들이였다.


  점점 시간이 흘러 해가 기우는데 16코스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낮은 숲으로 들어가는 듯 싶었는데 잘 다듬어 쌓아논 둑이 눈에 들어온다. "혹시 토성인건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숲속으로 계속들어서니 양쪽으로 길게 들어선 토성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고려 삼별초가 몽고군에 대항하기위해 쌓은 토성이자 항몽유적지인 '항파두리 유적지' 유적지이다.



 제주에서 토성을 만나게 될 줄이야... 당연히 바위가 많아 석성을 쌓을 줄 알았는데 토성이라는것이 놀라웠고, 제주에는 조선의 역사만 만날줄 알았는데 고려의 유적을 마주하여 또다른 놀라움을 경험했다. 토성이라고는 하지만 높지도 않고 그저 경계선을 만든듯 낮으막하다. 보드랍고 곡선의 토성의 모양새가 너무가 각별하고 이뻐보이기만 하다.



  지금도 발굴조사 중인지 곳곳에 파헤쳐진 곳도 있고 전시관같은 건물이 들어서는 듯 하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만난 새로운 제주의 모습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따스해지는 봄날에 이곳에 다시 찾아와 토성을 거닐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뿌듯한 마음을 담고 월령리에 다다랗다. 아직은 비성수기라서 그런지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닿은 곳이 곳곳에 보인다.  미리 검색하고 예약해놓지 않았다면 월령리 마을에서 꽤나 힘들었을듯 싶다. 해가지니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데 게스트하우스마저 따뜻한 온기가 별로 없어 아늑한 맛이 없다.


  그냥 바람피해 쉬어가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의 숨은 길과 오름, 동검은이오름, 거슨새미오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