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사건사고 일지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에서는 해마다 평균 70~80명의 국외도피 수배자를 한국으로 송환한다.
필리핀에 파격적으로 코리안데스크라는 경찰관 파견제도를 도입하고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이 정도면 전 세계 1등의 실적이다. 중국 정도만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도피하는 수배자는 연간 백여 명이 넘기 때문에
이곳에 체류 중인 수배자의 수는 매년 늘어가는 것은 맞지만 강력사건이나 보이스피싱 관련
수배자들의 검거 및 송환율은 의외로 꽤 높다.
한국 방송을 보면 필리핀에 수배자가 많이 가는 이유가
섬이 7000 개가 넘어서 숨으면 찾기가 어렵다는 말을 하던데 이는 틀린 말로
인근 인도네시아만 해도 섬의 수가 그 두 배가 넘으며
북유럽의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는 섬이 무려 20만 개가 넘는다.
실제로 그동안 잡힌 수많은 수배자 중에서 외딴 섬 같은 곳에 살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대부분 마닐라나 앙헬레스, 세부 같은 도시에서 살고 있었고 사업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요즘에는 최고급 아파트나 호화 빌리지 안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곳에는 보안이 철저해서 경찰이나 이민국에서도 들어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대사관이 위치한 BGC는 마닐라에서 손꼽히는 부촌 중의 하나이고 고급 아파트(콘도)들도 많은데
심지어 경찰 영사가 사는 콘도 건물에서 살던 수배자들도 있었다.
국외 도피범이라고 해서 다들 흉악범은 아니고 대부분은 사기나 횡령 같은 경제사범 들이라
수중에 돈도 많은데 굳이 불편하게 외딴섬 같은 곳에 살 이유가 없다.
오히려 외국인들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에 있다면 더욱 남들 눈에 잘 띌 뿐이다.
사기 친 돈을 온전하게 갖고 있는 경우도 거의 보지 못했다.
도박으로 탕진하거나 본인도 사기를 당하거나 현지인 명의로 사업을 하다가 강탈을 당하거나 하는 등
대부분 말로가 매우 좋지 않다.
도망친 곳에는 낙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