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사건사고 일지
불법 도박사이트 직원으로 필리핀 생활을 시작한 이 남자는 사장이 구속되자 앞 길이 막막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봐야 뾰족한 수도 없고 필리핀에서 끝장을 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사이트를 직접 운영을 할 능력은 안되지만 나름 그 바닥 경력이 좀 되는지라 정보가 빠삭했고
영어도 어느정도 구사했던 그는 단속의 대상이 된 것도 경쟁업체에서 경찰에 찔러서 생긴 일이라고 판단해서
회사를 급습했던 경찰을 찾아가서 과감하게 은밀한 제안을 했다.
"내가 한국인이 운영하는 불법사이트 회사들을 안다. 덮치면 돈이 나온다. 나누자"
괜찮은 사업 아이템이었지만 경찰은 관할지역이 아니면 작전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자
경찰에서 곧 국가수사국 NBI로 줄을 갈아탔다.
NBI 명찰도 하나 만들어서 통역이라면서 목에 걸고 현장에 같이 다녔다.
카지노 쪽 정보원을 통하여 업체 주소를 알아내고 덮쳐서 사무실에 있는 모든 돈과 집기,
심지어 마우스와 멀티탭까지도 다 빼앗아 챙겨갔다.
당하는 쪽에서는 불법이니 어쩔 방법이 없고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했으며
석방의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주어야만 했다.
그쪽에서는 '헌터'라고 불렸는데 돈을 잘 번다고 소문이 나자 곧 그를 따라하는 지망생들도 생겨났다.
적당히 했으면 오랫동안 잘 해먹고살았을 수도 있을 텐데
간이 커진 그는 본인이 진짜 NBI 고위 간부라도 된 양 온갖 이권에 개입하다가
얼마 못 가서 납치, 감금죄로 체포가 되었다.
그 상황에서 그를 돕고 구명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NBI도 그와 연관 자체를 부인하여 교도소에 들어간 지도 곧 10년이 되어간다.